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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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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희애의 완벽한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4. 4. 15:22

 

 

"그렇게까지 해서 뭘 확인하고 싶은 건데?"
"이태오가 선택하는 걸 보고 싶어. 결혼했기 때문에, 준영이 때문이 아니라 나 지선우를. 그게 아니라면 이 결혼을 유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안 그래?"

시작은 달콤했다. 사랑도, 결혼도 처음엔 그랬다. 낭만적인 프러포즈는 인생을 통째로 맡겨도 좋을 것처럼 다정했다. 스팅(Sting)의 'My one and only love'가 선우(김희애)의 귓가를 스칠 때, 태오(박해준)의 포옹은 믿음직했다. 불안은 순식간에 종식됐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상상하게 했고, 그 상상에는 확신이 켜켜이 쌓여갔다. 가정은 삶이 됐고, 그 공간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것은 변질됐다. 낭만적 사랑의 최후는 참담했다. 꽃은 언제 졌던 걸까. 앙상한 가지를 꾸미고 있는 건 조화뿐이었는데, 선우는 왜 그걸 지금에야 알게 된 걸까. 붕괴는 언제부터였을까. 태오의 불륜이 시작된 시점(3개월 전이 아니라 충격적이게도 2년 전이었다)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전의 불특정한 시기였을까. 오로지 완벽한 성채를 쌓아올리는 데 몰두했던 선우는 알 수 없었다.

선우는 유보적이었다. 그의 말처럼 결혼(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으니까. 태오에게 내연녀 다경(한소희)을 정리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줬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을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선우 스스로를 위한 유예였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상황은 점점 더 선우에게 나쁘게 돌아갔다. 아니, 나빴던 상황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고 해야 할까.

거짓말을 했을 때 과감히 정리했어야 했다. 다른 여자가 있냐는, 참담함을 견디며 가까스로 던진 질문에 오히려 "우리 사이에 신뢰가 이것밖에 안 돼?냐며 "나한테 여자는 지선우 하나밖에 없"다고 말하는 태오에게 기회는 과분했다. 물론 선우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확인이 필요했으리라. 아직까지 '증거'들이 부족했다. 마음을 도려내는 데에도, 이혼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에도.

 

 


"고민만 하다가 이대로 덮을 생각이세요?"
"말했잖아요, 이혼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면서요.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물론 그 이후에 태오에게 제공된 시간과 선택의 기회는 무의미했다. 빨리 정리를 하라는 친구 명숙(국희)에게 태오는 "선우를 사랑하는 감정과 다경이를 사랑하는 감정이 서로 다른 색인데.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려 했다. 명숙의 말처럼 그건 뻔뻔한 궤변이었다. 물론 폴리아모리(비독점 다자연애)와 같은 관계도 존재하지만, 불륜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닌가!

병원을 찾아 온 현서(심은우)는 더 이상 데이트폭력을 일삼았던 전 남친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선우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고민만 하다가 이대로 덮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는 선우의 충고는 현서를 거쳐 고스란히 선우에게 되돌아왔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어머니 배정심(정재순)는 남자는 품어주면 돌아온다는 전근대적인 발언으로 좀더 참으라고 종용했다.

선우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변호사는 이혼을 하고 싶은 건 확실하냐고 물으면서 남편이 다른 여자랑 살 부비고 있는 거 직접 보면 그 이전으로 절대 못 돌아간다고 충고했다. 갈피를 못 잡았던 마음은 서점에서 임신 육아 관련 책을 구입하는 다경과 마주치면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잘 정리했다는 태오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2년 동안 한결 같은 사람"이라는 다경의 말은 선우를 무너뜨렸다.

선우는 은행을 찾아가 태오의 재정 상태를 확인했다. 충격적이게도 태오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아들 명의로 된 변액보험 약관대출도 받은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와 태오의 방을 뒤지던 선우는 태오가 선우에게 98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준 카드 명세서를 발견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혼하고 싶거든 나 죽이고 해라"고 소리치는 시어머니에게 "돌아가시면 안돼요, 어머니. 태오 씨가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셔야죠."라고 경고했다.

 

 


결정적으로 선우를 무너뜨린 사건은 시어머니의 장례식이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고통스러워하던 태오는 갑자기 사라졌다. 남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던 선우의 발을 붙잡은 건 'My one and only love'의 멜로디였다. 후미진 곳에 세워진 차 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였다. 다경의 차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태오가 함께 있었다. 눈앞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본 선우는 복수를 결심했다.

JTBC <부부의 세계>는 3회만에 시청률 11.882%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진실을 알게 된 선우의 통쾌한 반격이 예상되면서 앞으로 더욱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부부의 세계>는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의 원형(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아내의 복수극)을 취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시청자들의 호응도 크다. 복수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시청률은 더욱 오를 것이다.

아직까지 <부부의 세계>는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의 원형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건 없다는 이야기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선우를 속이고 있었다는 반전은 충격적이었지만, 이후의 과정들은 평이한 편이다. 그나마 현서와의 연대가 흥미롭다. 물론 JTBC <미스티>를 이끌었던 모완일 PD의 탁월한 연출력과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각광받고 있지만, 그 이상의 메시지가 없다면 조금은 기운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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