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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안녕하세요' 여친에게 화풀이하는 권위적인 남친, 왜 저렇게 당당할까?


지난 6일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는 남자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출연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자친구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진상 손님들과 다투는 등 욱하는 경우가 잦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면서 남자친구의 성격이 많이 변했고, 그 욱하는 성격이 곧 매출 저하로 연결되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것이었다. 


콘 고민은 아니겠다 싶었다. 무례에 무례로 맞서는 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진상 손님의 갑질마저도 정중하게 받아주는 것이 좋은 대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도 손님의 매너를 갖춰야 하는 법이다. 사장이자 남자친구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직원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일들을 언급하며, 진상 손님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가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손님의 하대를 당연시하는 문화를 바로잡고 싶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남자친구는 소신있는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진짜 고민은 따로 있었다. 남자친구가 진상 손님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화풀이를 하는데, 유독 자신에게만 심하게 대한다는 것이었다. 왜 나에게만 그러냐고 따져 물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평생 볼 사람도 아니고, 넌 평생 볼 사람이니까 솔직히 다 보여주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MC와 패널들은 오히려 그 반대여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 했다.



"화풀이를 하는 건 아니고, 감정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가게를 둘러 봤더니 안 되어 있는 것들이 보여요. 그런 것들에 대해 치우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지.."


남자친구는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이쯤되면 신념에 의한 소신있는 행동이라기보다 그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진상 손님을 들이받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에 따른 대처가 아니라 기분에 따라 주먹구구식 조치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피해를 여자친구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는 가장 만만한 여자친구에게 그 화를 몰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여자친구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다만, 지금처럼 자신에게 계속 화풀이를 한다면 생각을 달리할 것이라 전제했다. 남자친구의 문제는 욱하는 성격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도 과도한 권위적인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자친구는 평소에 남자친구가 나이 차이(8살)를 강조한다면서 "제가 물 따라주는 거 좋아하고, 수저 놓는 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친구는 그것을 '예의'라고 포장했지만, 그건 비뚤어진 '권위의식'에 불과했다. 신동엽은 "내가 만약에 이 여자친구의 오빠다, 아빠다, 삼촌이다 그러면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지 않아서 반대할 것 같아요."라며 속시원한 충고를 건넸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보다못한 치타는 "수습을 하면 어때요? 수습없이 쏟기만 하는 화는 배설이라고 생각해요. 화장실 갔다오면 닦고 나와야 되잖아요. 그 찝찝함을 대신 닦아주는 거예요."라고 촌철살인을 날렸다. 


2010년 11월에 첫방송된 <안녕하세요>는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수없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고, 때로는 분통터지게 만들었다. 소통을 이끌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안녕하세요>는 사실상 범죄(가정폭력, 성폭력)에 가까운 일들을 너무 가볍게 다뤘고, 어떻게든 '가정의 유지'를 위해 갈등을 봉합하는 쪽으로 이끌었다. 제작진의 중립적인 태도, MC들의 애매모호한 조언들이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민을 제공한 사람들의 이상하리만치 당당한 태도였다. (그것이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아우성을 쳐도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러냐'며 태연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떳떳해 하는 태도는 언제나 충격적이었다. 벽과 대화는 기분이 저런 것일까.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타협과 중재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위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만약 저 남자친구의 입장이었다면 '부끄러워서' 방송에 출연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남자친구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권위적인 태도로 짓누르고 있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용감해서? 아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저 남자친구를, 저 남자친구의 태도를 용인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좀더 민감한 사회였다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을 테지만, 저 남자친구는 방송 후에도 평소처럼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이번 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공교롭다고 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의 공헌이 있다면, 지난 10년 동안 저 경악스러운 당당함을 일관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