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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소된 김형준의 불편한 해명, 무엇이 문제인가?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3. 30. 15:09



고구마 줄기마냥 줄줄이 엮이어 나오고 있다. 조금씩 드러날수록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사회망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토록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그들'이란 누구인가. 애석하게도 '남성'들이다. 발끈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남성들은 결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위안을 삼을 일도 아니다.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스스로를 꾸짖지 않는 남성들을 오히려 의심하라.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질문은 순순하지 않고, 의도는 뻔하다. 지금 돌아가는 판이 마뜩지 않다는 것이다. '본질(더 중요한 사건)'과 '실체(정재계의 인물)'가 엄연히 따로 있는데, 이를 내버려둔 채 어째서 연예인들의 뒤만 캐고 있냐는 뜻이다. 헛심만 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과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수 있단 말인가. 오만한 발상이다.


물론 본질과 실체는 존재한다. 기대하는 답이 아니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김학의(장자연) 사건'부터 '버닝썬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쏟아져 나올 사건들을 꿰뚫는 본질과 실체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도구화하는 남성들의 보편적인 문화일 것이다. 또, 남성들의 성욕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강간을 정당화하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이를 '강간 문화'(Rape culture)라 일컫는다. 이를 토대로 한 '남성연대'야 말로 이 모든 사건의 본질이자 실체일 것이다.


지난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리와 정준영, 최종훈의 카카오톡 대화방(카톡방)에 참여한 인원이 총 16명(이미 7명이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입건됐다)이고, 그들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카톡방이 23곳이나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점화됐다. 바로 '유명 아이돌 멤버의 성폭행 의혹'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8뉴스>의 보도를 확인해 보자.


ⓒ 에스플러스 엔터테인먼트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서 경찰이 수사를 착수했습니다. 고소인인 여성 B씨는 2010년 5월 일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지난 27일 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의 정체가 밝혀졌다. 더블에스오공일(SS501) 출신 가수 김형준이었다. 평소 모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에 이와 같은 의혹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김형준은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당시 모범의무경찰 표창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김형준 측의 해당 의혹에 대해 "고소인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번에는 김형준 측의 해명을 들어보자.


"2010년 당시 지인과 둘이서 술 자리를 가졌는데 함께 술을 마신 여성 종업원이 있었다. 그 분이 바로 고소인이고, 고소인이 원해서 그 분의 집으로 가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다. 9년이 지난 후 갑자기 고소한 것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이뤄진 거 같다. 무고하다. 보도 전날까지 고소 사실조차 전달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의혹'의 단계에 불과하다.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럼에도 김형준의 '해명'은 매우 위태롭다. 단지, 당시 24세였던 김형준이 지인과 함께 여성 종업원, 다시 말해서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남자 아이돌'들이 어떤 술/성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는 이미 앞선 사건들을 통해 충분히 짐작하고 있지 않았던가.


오히려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건, 김형준 측이 이 사안을 '여성의 (행실) 문제'로 뒤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종업원', '그 분의 집', 9년이 지난 후',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같이 휘발성이 강한 표현들을 쓰면서 '남성연대'를 다시 일깨웠다. 김형준 측은 '합의 여부'가 쟁점인 이 사안에 '고소인이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판을 흐렸다. 자연스레 여론(댓글)의 방향도 틀어졌다. 그때부터 대중들은 김형준의 행실이 아니라 고소인의 행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된 일을 지금에 와서.. 우째 여자가 냄새가 난다.. 접대부인 것도 그렇고.." (좋아요 2565개, 싫어요 326개)

"맞고소 해서 승해라. 이건 여자가 더 이상해" (좋아요 1308개, 싫어요 162개)


대중들은 고소인의 직업을 문제 삼기 시작했고, 심지어 '재워주겠다고 해서 누웠으면 성관계를 허락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건의 '쟁점'은 오로지 성관계 당시에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는지, 그 의사가 100% 피해자의 자유 의사 속에서 이뤄졌는지다. 따라서 고소인의 직업이 무엇인지, 발생장소가 어디인지는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없다. 앞으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버닝썬 게이트', 그리고 김형준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해명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도대체 남성들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 저 남성들에게 여성은 '접대부'였고, 착취의 대상이었다. 또한, 낄낄대며 돌려 볼 '불법 촬영물의 대상'이었다. 이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모두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사건인 셈이다. 


다시 묻게 된다. 달라져야 하는 건 누구인가. 남성들이 만든 접대 장소에 끌려나간 여성인가? 남성들이 언제 마약을 투약할지 모를 클럽에 간 여성들인가? 어째서 (가해를 저지른) 남성의 행실을 묻지 않고, (피해의 대상이 된) 여성의 행실을 따지고 드는가. 끈끈하게 연결된 '남성연대'가 해체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싸움의 당사자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 없다. 그저 응원하고, 위로하고, 반성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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