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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지상파 드라마 같지 않은 '닥터 프리즈너', 역시 남궁민이다


KBS2 수목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의 첫인상은 '지상파 드라마 같지 않은데?'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지상파 드라마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찬란했던 과거와 달리 지상파 드라마는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발전을 꿈꾸기보다 정체를 선택한 결과였다.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 구세대의 체제를 고집한 탓이다. 몰락은 예견된 미래였고, 다가온 현실이 됐다. 양질의 작품들은 tvN과 JTBC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뻔한 소재가 난무했고, 좀 신선하다 싶으면 완성도가 뚝 떨어졌다. 연출은 진부했고, 극본은 따분했다. 미장센을 기대하긴 무리였다. 결국 지상파는 '막장'에 기대기 시작했다. tvN이 김은숙, 송재정 등을 내세워 화제몰이를 하고, JTBC가 <SKY 캐슬>, <눈이 부시게> 등 작품성으로 승부를 볼 때, 지상파는 맥락없이 '간'으로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줬다.


그래서 '지상파 드라마 같지 않다'는 말은 굉장한 칭찬인 셈이다. <닥터 프리즈너>는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전체적인 만듦새가 좋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도입부는 흥미로웠고, 흡인력이 있었다. 이야기는 선명했고, 캐릭터들도 분명했다. 전개 방식도 간결했고, 속도감이 느껴졌다. 힘이 느껴졌고, 흠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에도 빈틈이 없었다.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답지 않았다. 



1~2회에서는 나이제(남궁민)가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려고 하는 이유가 펼쳐졌다. 1차적으로 그가 바라는 건 '복수'였다. 그에겐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이 있었다. 바로 태광병원 재단 이사장의 둘째 아들 이재환(박은석)이다. 형 이재준(최원영)에게 경영 승계에서 밀린 이재환은 '망나니'답게 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하는 등 폭주했다. 급기야 앞서 트럭을 몰고 가고 있던 청각 장애인 부부를 위협하는 등 화풀이를 했다. 


그 상황에서 이재준의 지시를 받은 수하가 이재환을 노리고 차를 몰고 돌진했으나, 애꿎게도 청각 장애인 부부의 트럭을 들이받게 됐다. 먼저 병원으로 실려온 남편은 죽음을 맞이하고, 임신 중이던 아내는 오열하며 쓰러진다. 평소 그들과 인연이 있던 나이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지만, 이재환의 갑질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자신의 여동생 이재인(이다인)의 이마 상처부터 치료하라고 생떼를 부린 것이다. 


나이제는 이재환의 갑질 때문에, 결국 환자를 잃고 많다. 이재환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나이제를 의료과실로 고발하고, 끝내 의사 면허까지 정지시켜 버린다. 나이제가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려는 이유는 1차적으로 이재환 때문이었다. 필로폰 투약 혐의 수감될 예정될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 때문에 수감 중인 재벌가 사모님 오정희(김정난)에게 접근해 형집행정지를 받아낼 복안을 제시하고 추천서를 받아낸 것이다.



3~4회에서는 호송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해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려는 이재환(과 그의 엄마 모이라(진희경))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이재준과의 거래를 통해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으로 입상한 나이제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교도소의 새로운 왕이 되려는 나이제와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불편한 후임을 맞이한 선민식(김병철) 의료과장의 대립 구도가 펼쳐졌다. 


나이제가 교도소로 들어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이재환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이재환의 갑질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절치부심하던 나이제는 이재환조차 재력과 권력으로 엉켜있는 시스템의 상위에 자리잡은 한 명일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상대해야 할 건 '시스템'이고, 그 거대한 싸움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장소로 교도소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교도소야말로 정재계를 비롯한 온갖 '범털'들이 모여드는 곳이니 말이다. 그곳의 왕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겐 이미 의술이라는 무기가 있었고,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지금에는 형집행정지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과연 나이제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복수를 완성하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이렇듯 짜임새가 돋보였던 <닥터 프리즈너>는 첫 주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1회 8.4%, 2회 9.8%에 이어 3회 12.2%, 4회 14.1%로 껑충 뛰어올랐다. 의학 드라마의 틀에서 '법 정의'라는 서사까지 포괄함으로써 장르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믿고 보는 남궁민(의 연기는 언제나 야무지다)과 <SKY 캐슬>에서 활약했던 김병철과 최원영, 김정난이 합류하면서 드라마의 몰입도는 극대화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심하긴 이르다. 산뜻한 출발 이후 급격하게 힘이 빠졌던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병은 언제라도 도질 수 있으니 말이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의 예외적 존재로 등장했던 <닥터 프리즈너>가 진정한 웰메이드로 갈 수 있는지는 다음 주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래도 남궁민이라면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그의 연기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