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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이민기 연기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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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손에 뭔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JTBC <뷰티 인사이드>의 서도재(이민기) 이야기다. '제벌 3세'라는 설정은 그 흔함만큼이나 식상해 보였다. 무엇보다 이민기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마치 낯선 껍데기를 덮어쓴 것 같았다. 그의 연기도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인상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얼굴 표정은 단조로웠고, 변화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목소리의 톤도 변동 없이 일정했다. 동작도 별다른 게 없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로봇 연기' 같았다. 아마도 그건 상대적인 결과일 수도 있을 텐데, 상대역인 한세계를 연기하는 서현진의 다채로운 연기가 이민기의 그것과 대조적으로 비춰졌으리라. 극중에서 서현진은 그야말로 통통 튀는 연기를 펼치고 있으니까.


서도재는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남자'의 전형이었는데, 이는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남세희를 떠올리게 했다. 일각에서는 캐릭터 설정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까지 남세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렇다면 이민기의 서도재는 실패인 걸까. 캐릭터 분석에 실패한 걸까. 속단하긴 이르다. 



"순식간에 깨달았다.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나인 걸."


8회의 첫 장면은 이민기가 왜 그동안 서도재를 그리 '딱딱하게' 연기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한세계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 그 장면은 <뷰티 인사이드>의 전환점과 같은 중요한 포인트다. 서도재는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안면실인증을 앓게 된다. 당연히 큰 혼란 속에 빠진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는 건 어떤 것일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일상 생활이야 어떻게든 한다고 하더라도 사회 생활을 하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그가 대기업의 후계자 입장이라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일가친척들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더 이상 말해 무엇할까. 서도재는 얼굴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방법을 부단히 연습해야만 했다. 그 과정이 행복했을 리 없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머리 스타일, 옷, 걸음걸이, 체취, 말투, 버릇. 그 모든 것들로 사랑하는 당신을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끝까지 내가 알아볼 수 없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듣지 못하면 말하는 법도 잊기 마련이다. 듣지 못하므로 말할 까닭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면, 자신의 얼굴도 잊게 되지 않을까. 표정은 무용하다. 얼굴은 굳어갈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그때부터였겠지. 알아볼 수 있는, 알아봐야만 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 안에 내가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이." 서도재는 한세계에게 "그날 이후로 난 나를 사랑해본 적 없"다고 말한다. 슬픈 일이다.



이쯤되면 이민기가 서도재를 왜 그리 단조롭게 연기했는지 이해가 간다. 서도재의 변화는 "그런 내가 당신을 사랑해도 되는지.."라고 고백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한세계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알콩달콩한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8회에서 서도재는 상당히 달라졌다. 표정뿐만 아니라 몸짓도 다양해졌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그 순간부터 말이다. 


서도재가 달라진 것처럼, 한세계도 달라졌다. 한 달에 일주일씩 모습이 변해버리는 한세계는 그만큼 감정의 기복도 컸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걸 포기한 채 살아왔던 그가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한결 같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자 변화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서현진의 연기는 톡톡 튀고 풍부하지만, 한세계는 한결 안정되어졌다. 


결국 이민기(와 서현진)의 캐릭터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서도재와 한세계가 서로의 비밀과 진심을 공유하는 시점부터 두 캐릭터는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민기가 가지고 있는 연기 스타일에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평가해야 할 부분은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설정했으냐가 아닐까. 적어도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민기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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