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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병원선>, 시청률 1위는 하겠지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8. 31. 15:13


'길라임' 하지원이 의사가 돼 돌아왔다. 그를 '황진이' 혹은 '기황후'라는 캐릭터로 기억해도 무방하다. '무엇이든 간에 하지원이 훌륭한 연기자이고, 그가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에 (거의) 매번 부응해 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이 두터운 신뢰감은 그의 치열한 노력이 쌓아올린 결과일 것이다. 하지원이라는 배우와 '의학 드라마'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하지원의 연기 인생에서 의학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게 사실이다. 

 

 

8월 30일 방송된 <병원선> 1회와 2회의 시청률은 10.%, 12.4%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출발이 매우 상쾌하다. 게다가 경쟁작들과의 차이도 압도적이다.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SBS <다시 만난 세계>조차 5.4%(25회), 6.8(26회)%에 불과하고, 진짜 '맨홀'에 빠져버린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은 2%로 바닥을 기고 있는 형편이다. 큰 기대를 불러 모았지만, 어설픈 리메이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tvN <크리미널 마인드>도 2.036%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상 무주공산이라 해도 무방할 전쟁터였다. 거기에 전작인 <죽어야 사는 남자> 마지막 회가 12%, 14%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으니 물러받은 유산도 제법 든든했으리라. 그뿐인가. <종합병원>(1994),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골든타임>(2012) 등 의학 드라마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수작들과 MBC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4년 전, <메디컬 탑팀>의 실패를 잊어선 곤란하다. <병원선>을 향해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걸 보면 실패의 반복이 먼 얘기는 아니다.

 

 

 


"보통 환자들이 병원에 찾아가지 않나. 병원선은 섬에 있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서 치료를 하고, 그분들의 마음도 치료한다는 점이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달랐다.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원)

 

<병원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외과의사 송은재 역을 맡은 하지원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병원선, 그러니까 배[船]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한 의학 드라마라는 설정만 참심했을 뿐, 최근 방영됐던 여러 의학 드라마들의 장면들과 설정이 반복되는 양상을 띠었다. 우연하게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인 환자를 심폐 소생술 끝에 살려내는 장면은 이제 지겨운 레퍼토리가 아닌가. 게다가 그 환자가 재벌 후계자라니! 


송은재와 그 엄마 오혜정(차화연)과의 갈등, 이어진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다소 의아하게 다가온다. 이는 최연소 외과 과장을 꿈꿀 만큼 출세지향적인 송은재가 모든 공중보건의(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무의촌에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는 의사)가 기피할 만큼 열악한 '병원선'에 자원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던 작가의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재벌 후계자를 수술한 공을 자신의 교수인 김도훈(전노민) 과장에게 바쳤던 송은재가 어렵게 쌓아올린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게 만들려면 극단적인 사건이 필요했으리라.

 

 

엄마를 잃은 슬픔을 연기하는 하지원의 감정선은 훌륭했지만, 드라마의 배경인 '병원선'으로 주인공을 몰아넣는 방식은 진부했다. 송은재와 마찬가지로 병원선에 자원한 곽현(강민혁)의 경우에도 부모와의 갈등이 그의 삶을 뒤바꾼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곽성(정인기)의 아들인 곽현은 가족을 등한시했던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히스테릭한 엄마를 버텨내기 지쳐버린 곽현은 병원선으로 향하는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주인공들을 한 공간에 불러모으는 작가의 솜씨가 상당히 거칠고 상투적이지 않은가. 문제는 연기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부재를 어느 정도 커버했던 하지원과 달리 강민혁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지원의 연기가 탁월했다고 할 순 없다. 의학 드라마가 처음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감정선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들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강민혁의 단순한 표정 연기와 분명치 않은 발음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아이돌밴드 씨엔블루의 멤버 출신이라는 '나쁜' 꼬리표를 떼기 어려워 보인다. 

 


<병원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장에 '병원선'이라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해야 했다. 좁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별다른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병원선>은 차갑고 냉정했던 송은재의 성장과 철없는 공중보건의 3인방의 성장을 다루게 될 텐데, 이대로라면 하지원의 개인기에 의존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병원선을 찾는, 혹은 병원선이 찾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일 텐데, 이런 진부한 투성이라면 그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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