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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코빅'과 '부부의 세계'의 여성혐오, '더 킹'의 김은숙도 거들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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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빅'과 '부부의 세계'의 여성혐오, '더 킹'의 김은숙도 거들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4. 21. 15:14

장면 1.

"너네 한 푼도 못 벌었지? 나 봐라. 5분 안에 2억 벌 수 있다. 렛츠 기릿~"

무대 위에 거지왕 왕초가 등장했다. 그는 돈을 간단히 벌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무대 뒤편에서 치어리더 2명이 등장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객석에서 환호하는 남성 출연자들의 얼굴을 담았다. 댄스 타임이 끝나자 왕초는 치어리더들과 함께 "한 푼만 줍쇼"라며 구걸했는데, 방금 전까지 열렬히 환호했던 남성들은 무대를 향해 돈을 던져댔다.

장면 2.

"아저씨 돈 많죠? (...) 나 백 하나 사줄 정도는 되지 않아요?"
"내가 왜 아가씨 백을 사줘야 돼?"
"이제부터 내가 아저씨 애인해 줄 거니까요."

바람기 다분했던 유부남이 아내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개과천선이라도 한 걸까? 그런데 음식을 서빙하던 여성 직원이 노골적으로 남자를 향해 유혹의 눈빛을 보내는 게 아닌가. 남자는 그 상황이 싫지 않은 눈치다.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이어 두 사람은 따로 만나게 됐는데,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성은 자신이 애인이 되어 줄테니 대놓고 명품 백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장면 1은 tvN <코미디빅리그> '리얼극장 초이스'라는 코너의 한 장면이다. 개그맨 황제성과 치어리더 박기량, 안지현이 드라마 MBC <왕초>를 패러디 해 함께 꾸민 무대였다. 저 장면의 문제는 너무나 명확했다. '성 상품화'였다. 5분 안에 2억 원을 버는 방법이라는 게 (남성들 앞에서) 여성 2명이 나와 섹시한 춤을 추는 것이라니, 게다가 남성들은 그걸 보고 망설임 없이 돈을 던지고 있었다.

저 장면에 드러난 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심지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천박한 인식이었다. 그리고 어떤 시청자들은 그걸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습득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가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참담함을 목격하고 있는 이 시점에 노골적으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스토리가 '개그'랍시고 TV를 통해 버젓이 방송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이다.

이들의 추태를 좀더 따라가 보자. 코너의 끝자락, 무대에 쏟아진 돈을 보며 황제성은 "얘들아, 오늘너무 잘했어. 끝나고 회식이야."라고 말한다. 그때 박기량은 황제성의 와이프 이름을 언급하고, 당황한 황제성은 "오늘 회식 없다"며 무대 뒤로 되돌려보냈다. 이런 코너를 개그랍시고 짠 황제성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던 걸까? 정말 이런 장면들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장면 2는 JTBC <부부의 세계> 8회의 한 부분이다. 레스토랑의 20대 여성 직원이 유부남에게 접근해 추파를 던진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운데다가 뒤이어 애인이 되어 준다는 조건으로 가방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불과 하루 전에 과도한 폭력성 논란(가해자의 시점으로 김희애를 폭행하는 장면)으로 비판을 받았던 드라마가 다음 회에 여성혐오가 담긴 장면을 내보낸 것이다.

물론 손제혁(김영민)의 바람기를 부각시키고 고예림(박선영)과의 갈등을 이끌어내기 위한장면이었다고 해도 성을 대가로 명품백을 요구하는 여성을 설정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 <부부의 세계>는 이미 시대착오적인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라는 '꽃뱀' 프레임을 덧씌워 여성에 대한 혐오심리를 부추기고 싶었던 것일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었다. 아니면 시청자들과 전쟁이라고 벌이고 싶었던 걸까.

혹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기도 한다. 불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예민하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러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정도의 과도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지킬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면 그건 좀 부끄러운 것 아닐까? 초라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장면이 들어가야만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밖에 없는 상상력이라면 너무 한심한 것 아닐까?

하긴 온가족이 모두 함께 시청하는 주말 드라마(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조차 주인공이 김밥집을 개업하면서 유흥업소를 연상케 하는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내보내지 않았던가. 또,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라 칭송받는 김은숙조차 복귀작인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젠더 감수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대사들을 남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라는 대사가 대한제국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총리의 입에서 나왔다니 할 말이 없다. 현실 속의 탈코르셋, 노브라 운동이 무색해진다. 능력보다 외모로 어필하는 구서령(정은채)은 황제 이곤(이민호)의 사랑을 갈구하는데, 이곤에게 연인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하며 "어려? 에뻐?"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리고 예쁜 여성을 샘내는 설정은 김은숙 특유의 구시대적 여성혐오 레퍼터리다.

방송이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 걸까? 드라마와 코미디, 장르를 구분할 것 없이 총체적 난국이다. 다행스러운 건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조금이지만 커져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진보이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방송사들도 화가 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재깍 '사과'에 나서고 있다.

다만, 그 사과라는 게 복사해서 붙인 것마냥"시청자들분께 불편함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지적할 부분이다. 정확히 어떤 불편함을 준 것인지 언급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고 있기 떄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는 저 방송사의 약속은 믿기 어렵다.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방통위의 제재를 받았음에도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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