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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미친 존재감, <비밀의 숲> 안 보면 후회한다

너의길을가라 2017. 6.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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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데는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다시 썩어가는 걸 저는 8년을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황시목 검사(조승우)


시간은 상대적이다.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는 이 절대적인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주체'와 '기준', 그리고 '상황' 등에 따라 시간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시간의 상대성'에 의해 비로소 자유를 부여받는다. 가령, 물이 팔팔 끓고 있는 냄비에 손을 얹는 몇 초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는 몇 초는 너무도 '다른' 시간이다. 이런 전형적인 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상황을 떠올라 보라. 출근 후 회사에서의 몇 시간과 퇴근 후 안락한 집에서의 몇 시간은 천치차이 아니겠는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어떤 드라마나 동일(혹은 비슷한) 방송 시간이 보장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 체감 시간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드라마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 만큼 루즈한 진행으로 일관하지만, 어떤 드라마는 '1시간이 10분 같았다'는 '아우성'을 자아낸다. 후자의 드라마를 시청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어?', '벌써 시간이 이것밖에 안 남았어?' 우리는 또 한번, 우리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만나게 됐다. 바로 tvN <비밀의 숲>이다.

 


"형사 부장 자리는 좀 작은데요? 여기가 좋은데. 이 자리 주시죠."

"너도 결국 이거였니? 출세에 목 메는 그런 거."

"차장님 가시는 길 따르겠습니다. 앞서 가시죠."

"그 다음은?"

"끌어주시고요."


1회 시청률 3.041%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며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섰던 <비밀의 숲>은 2회에서 4.148%로 껑충 뛰어오르며 '대박'의 물꼬를 텄다. <도깨비> 이후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tvN 드라마를 구원할 작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간의 상대성'을 성토하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비밀의 숲>이 호평을 받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역시 최전선에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조승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적 뇌 수술을 받은 탓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검사 황시목 역을 맡은 조승우는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도 시선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는데, 그가 펼치는 연기의 디테일은 감탄을 자아낸다. 눈빛, 시선 처리, 표정, 동작 등 그가 하는 모든 '연기'가 몰입도를 최고치를 끌어올린다. 화면 속의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목소리의 톤과 크기 및 발성 등은 조승우라는 배우의 가치가 계측(計測)이 불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조승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긴 마찬가지다. 정의로운 형사 한여진 역을 맡은 배두나도 점차 자신만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고, 조승우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차장검사 이창준 역의 유재명은 권력을 향한 욕망을 특유의 독특한 뉘앙스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밀의 숲>의 매력 포인트로 "담백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꼽았던 유재명의 말처럼, 세 명의 배우들은 과장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은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확실히 사로잡고야 말았다.


이처럼 틈이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령, '검찰 비리'라는 이야기 소재는 워낙 많이 반복됐던 탓에 다소 식상한 감이 있다. 물론 같은 재료라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낼 것이기에 이는 지켜볼 일이다. 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남자 주인공과 이를 보조하는 여자 주인공의 관계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개성 강한, 그러면서도 신뢰감 있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이 이런 우려도 가뿐히 불식시킨다.  

 


 

또 하나의 장르물인 OCN <듀얼>을 보면서 '장르물에 대한 피로감'을 떠올렸다면, <비밀의 숲>을 보면서 피로감을 이기는 건 역시 작품의 '재미'였음을 실감했다. '극본(이수연 작가)'과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피부로 느끼게 됐다. 데뷔작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꼼꼼한 대본이 드라마의 뼈대를 든든히 세우자 배우들은 더욱 신이 나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 '신난 상태'에서 연기하는 조승우의 파괴력이란 상상 그 이상임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1, 2회에 대한 만족감은 3회로 '본방사수'로 직결될 것이고, 여기저기로 퍼져나간 입소문은 시청률을 또 한번 끌어올릴 것이다.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에서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으로 포문을 연 <비밀의 숲>이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또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감히 말하건대, 이 드라마는 필견해야 할 강추 드라마다. 달리 말하면, 놓치면 반드시 엄청나게 후회할 드라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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