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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다양성 보여준 <더 마스터>, 이 공존을 지지한다

너의길을가라 2017. 11.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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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존중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현상이다.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의미의 다름이 보이고, 그것만의 가치를 귀중히 여길 수 있다. 우리는 간혹 다양성을 갈등 혹은 분열과 동의어로 여기는 얄팍한 생각들이 사회를 경직시키는 상황과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다양한 요구들을 묵살시키는 불쾌한 경우를 맞닥뜨리게 된다. 가령, 식당에 갔을 때 가장 끔찍한 상황은 "에이, 그냥 한 가지로 다 통일해. 여기, 사람 수대로 OO 주세요!"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가 아닌가. 



가볍게 식당을 예로 들었지만, 다양성이 종(種)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건 일반적인 견해다. 또, 당연히 사회(조직)를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의 '종' 대신에 '음악'을 넣는다고 해도 그것이 진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으리라. 음악의 수많은 장르 가운데 한 가지만 득세한다면, 도태되는 건 다른 장르뿐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치우침이 음악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계속해서 협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Mnet <더 마스터 – 음악의 공존>(이하 <더 마스터>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더 마스터>는 클래식, 국악, 재즈, 대중가요, 뮤지컬, 공연 . 밴드라는 다양한 장르를 한 데 모았고, 각 분야의 대가들을 불러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음악 전문채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부 장르에 편중된 방송만을 기획했었던 Mnet으로서도 큰 도전이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음악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깝고도 먼 장르인 클래식의 마스터로는 유럽이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임선혜가 무대에 올라 '울게 하소서'를 열창했다. 그의 무대는 마스터 감상단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임선혜는 첫 번째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됐다. 대중가요의 마스터는 '낭만가객' 최백호였는데, 그는 이미자의 '아씨'를 특유의 음색으로 담담하게 불러 호평을 받았다. 다리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한 뮤지컬 마스터 최정원의 뮤지컬 <캣츠>의 'Memory'도 인상적인 무대였다. 


1,000회 이상의 단독 공연과 최장 기록(8시간 27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연의 신 이승환은 들국화의 '사랑일 뿐이야'를 선곡했는데, '416 합창단'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감동을 더했다. 대중에게 가장 낯선 장르라 할 수 있는 국악의 마스터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명창 장문희였다. 그는 판소리 춘향가 중 '천지삼겨'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불렀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대가는 재즈의 윤희정이었다. 그는 풍성한 성량과 특유의 스캣으로 양희은의 '세노야'를 불러 재즈의 진수를 선보였다. 


'운명'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경연을 시작한 <더 마스터>는 1.4%(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조로운 출발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한바탕 유행했던 '경연'이라는 틀을 유지하긴 했지만(<더 마스터>의 신정수 PD는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경력이 있다), '경쟁'의 뉘앙스는 상당히 제거됐다. 오히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처럼 각 장르들에 대한 '존중'으로 바탕으로 '공존'을 꾀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곁가지를 쳐내고 '음악'에만 집중한 건 좋았지만, 생소할 수밖에 없는 장르에 대한 설명과 마스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MC로 윤도현을 내세웠지만, 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쉽다. 실제 무대에서는 각각의 마스터들과 인터뷰도 진행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방송에서는 음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예능적 재미'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을 끌어안게 됐다. 


굳이 가장 아쉬웠던 무대를 꼽으라면 역시 '국악'이었다. 작곡가 윤일상가 시도한 현대적 편곡은 오히려 독이 됐다.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시도했던 부분은 참신했지만, 장문희 명창의 힘을 믿고 오히려 정면돌파를 시도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문희 명창으로서도 '낯섦'만 강조됐던 무대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렸던 듯 싶다. 다음 무대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첫 방송에서 국악이라는 장르가 지닌 본연의 맛을 전달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두고 안타까웠다. 


<더 마스터>에선 '경연'이라는 성격이 최소화됐는데, 그래서 오히려 경연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프로그램 말미에 출연자들을 불러 앉혀놓고 '1등'을 시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신정수 PD는 대중과의 소통과 동기부여를 위해 경연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다지만, 애초에 경연이라는 것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마스터들에게 그것이 어떤 동기부여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처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역시 '음악의 다양성'을 맛보게 해준 <더 마스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공존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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