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오해커플' 탄생? 아니면 말고.. 연예 기사 쓰기 참 쉽죠?

너의길을가라 2016. 7. 7. 11:46
반응형


"드라마 속 로맨스가 현실이 됐다. 배우 에릭(37)과 서현진(30)이 현실 커플로 발전한 것.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2개월차 커플이다."


[단독①] 에릭♥서현진 '오해커플' 현실 로맨스.."2개월째 열애中" <스포츠조선>



저 확신에 찬, 단호한 언어를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대박'이라 외쳤고, 어떤 이들은 'ㅎㅎㅎㅎ' 그저 웃었다. '어쩐지 키스신이 자연스러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매회 호평 속에서 9.991%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던 tvN <또 오해영>의 '오해 커플'에 대한 지지는 현실에서도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 바빴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오보'라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땡!


필자의 기억으로는 최근에만 '큰 걸로' 두 번째다. 지난 5월 18일 <스포츠조선>의 김겨울 기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단독] 임수정, 5월 치과의사와 결혼한다' 라는 기사를 통해 배우 임수정의 결혼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기자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가수 임수정(본명 임시현)의 결혼 소식을 배우 임수정의 결혼식으로 오해해 벌어진 '오보'였음이 40분 만에 밝혀졌다.



무려 40분 동안 대중들을 '기만'했음에도 정작 오보의 주인공은 아무런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칠레 축구대표팀의 '노쇠화'를 지적하며 칠레가 부진할 것이라 전망했던 박문성 SBS Sports 축구해설위원은 정작 칠레가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코파] 칠레 우승, 제가 틀렸습니다 라는 '역대급 자아성찰'을 보여준 바 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공이 둥근(예측이 매우 어려운)' 축구에 대한 '전망(이자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틀림'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취재를 통해 오로지 '팩트'를 전달해야 하는 기자가 자신의 '초보적인 실수'에 의한 오보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는 건 너무 무책임한 태도 아닐까? "제가 실수했습니다. 당사자와 소속사에 확인하지 않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6일, '오해 커플' 에릭과 서현진의 열애설은 채 10분도 되지 않아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측의 소속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실무근이다. 두 사람은 동료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이제와서 다시 살펴보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2개월차 커플'이라며 확신에 찬 보도한 언론은 (또) <스포츠조선>이었다. 이름을 올린 기자만 해도 3명(배선영, 백지은, 조지영)이나 되는데, 소속사에 단 한번도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다니 허술해도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닐까?


A : "소속사 측에 확인 전화 안 해도 되나?"

B : "됐어. 그러다가 늦어. 이거 조회 수 대박이야. 일단 터뜨리고 보자."

B : "그래, 아니면 말고. 뭐, 어때?"


그들은 혹시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기사에 '소스'를 제공했다(는 사실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관련자'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복수의 연예 관계자', '<또 오해영>의 한 관계자', '두 사람의 또 다른 측근', '현지에 함께 있는 <또 오해영> 관계자'. 이들이 '실존 인물'이라면, 오히려 '오보'라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이 정도의 취재원을 확보할 정도라면 그게 '사실'이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이다.



한편, 기사에 '쏙'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크로스 체크'다. 설령 소속사가 부인하더라도 일단 확인을 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기사에 실었어야 했다. 하지만 의도적인 것인지 그 과정은 생략돼 있다. 역시 '일단 터뜨리고 보자'였으리란 심증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오보'라고 밝혀지더라도 그 때문에 부과되는 '책임'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연예 기사 쓰기 참 쉽죠?" 비단 '연예 기사'뿐일까. 지난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38명을 전원 구조했다는 그 오보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묻지마'식 기사가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포털 사이트를 '점령'하고, 대중들의 시선과 혼을 빼앗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다시금 대중들은 이런 무책임한 '오보'들을 가벼운 '해프닝'이나 '이벤트'쯤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생산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가 '소비자'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뉴스의 소비자인 대중들이 이런 보도 양태에 분노해야만 뉴스가 바뀐다. 대중들은 요구해야 한다. '오보'에 대한 언론의 무거운 책임을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