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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리뷰] '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억울한 '골목식당' 사장님들, 그들은 정말 '빌런'일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20. 07:14

 


'너는 빌런이야. 잘못했다고 말해. 전 국민이 보고 있어. 어서 자백하란 말이야.'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백종원은 평소보다 좀더 감정적이었다.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난 것처럼 보였다. '답'을 정해놓고 추궁하기 시작했고, 원하는 대답을 들어야만 멈추겠다는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마치 '형사와 용의자'의 관계 같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노출된 상대방은 당황했다. 해명은 너무 쉽게 변명으로 번역됐다. 퇴로는 없었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상대방', 변질된 돼지찌개집 이충기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백종원의 화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제작진이었다. 돼지찌개집에 대한 부정적인 SNS 후기'만'을 전달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사장님이 손님들을 냉내하는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다. 또, 손님으로 위장하고서 잡내가 난다며 입안에 넣었던 고기를 뱉기까지 했다.

'2020 여름특집' 편의 후폭풍이 거세다. 열받은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형사' 쪽에 감정 이입이 된 것이다. 일단, 방송에선 돼지찌개집 사장님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장님은 <골목식당>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신경써서 잘해야 하는데 괜히 다른 사람한테 맡겨서.. 내가 잘못한 걸 알지. 잘해야죠. 손님들한테 항상 친절하게 잘해야지."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 그날 봤던 자신의 모습은 전부가 아니므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백종원에게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서운한 게 있다면 풀고,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장님은 절실해 보였다. 제작진은 '장금이 사장님으로 돌아오실 것을 믿습니다'라는 따뜻한 자막으로 '2020 여름특집'을 끝맺었다. 그대로 아름다운 결말이었을까.


"내가 죽어줘야 '골목식당'에 이런 사람이 안 나타나려나 싶다. 얼마나 원통하면 '내가 죽어줘야 골목식당이 없어지나' 그런 소리도 했다."

아니었다. '폭탄'이 터지고야 말았다. 지난 18일, 유튜브 '야미야미' 채널에 '너무 달라져 충격 안긴 골목식당 서산 돼지찌개집 심경 고백, 억울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인터뷰에서 돼지찌개집 사장님은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방송 내용이 상당히 억울했던 모양이다. 사장님의 주장은 촬영 날은 평소와 달리 예외적인 날이었으며, 편집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손님에게 인사를 하거나 손님들이 좋은 얘기를 해준 건 방송에 전혀 나가지 않았다고 억울해 했다. 또, 제작진이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와 기분을 나쁘게 해서 밖에 나가 있었던 거라 해명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매상이 1/3로 줄어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잠도 못자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사람을 방송에 나쁘게 내보내려고 작정했다며 서운함을 표했다.

한편, '위생관리 BEST & WORST'에서 위생 상태가 솔루션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지적받은 '포방터 홍탁집'의 경우에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홍탁집은 '초지일관 D등급! 업체도 포기 선언"으로 분류됐다. 이에 깜짝 놀란 백종원은 응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방송이 나간 뒤 홍탁집 사장님의 SNS는 초토화 됐다. 욕설과 비방으로 뒤덮였다.


18일, 홍탁집 사장님의 모친은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생 관리가 잘 안 돼 있으면 방송에 내보내면 되는데 업체 말만 듣고 방송이 나간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19일 홍탁집 홍상훈 사장님은 SNS에 "저희 어머니는 주방을 30년 넘게 청결에 가장 신경을 쓰셨"으며 "위생업체 직원 또한 청결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억울한 입장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적한 부분(모자, 참기름 병 등)은 바로 개선했"으며 "많은 분이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시기에 양심을 걸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진실 게임'의 양상으로 흘러가는 건 원하지 않는 듯했다. 방송 내용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은 홍탁집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홍탁집 사장님의 진심은 실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국민적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골목식당>은 일종의 '권력'이다. 방송에 소개되기만 하면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진다. 손님들이 줄을 잇고 매출이 급증한다. 문제는 '빌런'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다. 장사에 타격을 입는 건 둘째 치고(원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식당이었으니까), '욕받이' 신세를 견뎌야 한다. 뭇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감내해야 한다. 그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가령, 홍제동 팥칼국수집의 경우 백종원의 솔루션을 거부하는 모습이 방송돼 엄청난 욕을 먹어야 했다. 얼마 전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야미야미' 채널과의 인타뷰에서 "방송 이후 협박, 비난 문자·카톡이 새벽에도 왔"다며 “새벽마다 밖을 돌아다니며 죽을 생각도 했"을 정도라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무서워서 TV를 지금도 못 본"다는 그는 '대국민 사과'를 전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재점검(긴급점검)' 자체는 필요한 일이다. '약속'을 어긴 식당들을 찾아내 지적하는 건 <골목식당>의 지속성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식당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찌됐든 <골목식당>을 통해 득을 봤던 게 사실인 만큼 그에 대헤 책임감을 갖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지적의 방식'이다. 문제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좀더 명확히게 짚어야 하고,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

지금처럼 간단히 '빌런화'시키는 건 곤란하다.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 발언의 무게감마저 제거하는 식이지 않은가. <골목식당>이 비난할 거리를 던져주고, 대중은 선정된 빌런을 향해 난도질을 하는 지금의 구도는 위험하고 아찔하다. 사실상 '인격 살인'과 다름없다. 마치 <골목식당>이 '우리가 당신들에 대한 처분권을 갖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불편하고 불쾌하다.

또,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빌런이 출현하난 타이밍이다. 시청률과 빌런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였다. 시청률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제작진이 빌런을 통해 위기 탈출을 꾀한다는 의심도 있었다. 실제로 4.2%(119회)까지 떨어졌던 <골목식당>의 시청률은 7.3%(123회)까지 올랐다. 돼지찌개집과 홍탁집을 다룬 자극적인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반응한 것이다.

<골목식당> 제작진에게 방송에 출연했던 사장님들이 '방송 아이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그렇지 않을 거라 믿는다),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사장님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제작진은 조금 실망스럽다고 해서 그들은 밑바닥으로 내려꽂았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할 땐 훨씬 신중해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은 나쁘다. 감정을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 궁극적으로 요식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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