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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같은 도베르만, 강형욱의 솔루션보다 중요한 건..

너의길을가라 2022. 5. 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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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함의 대명사 도베르만은 미국 도베르만과 유럽 도베르만으로 나뉜다. 전자가 가정에서 키우기 적합한 온순한 성격이라면, 후자는 충성심과 경계심이 강해 경찰견과 호위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미국 도베르만과 유럽 도베르만은 생김새도 다른데, 전자는 가는 몸통과 긴 주둥이가 특징인 반면 후자는 큰 골격에 두꺼운 주둥이를 지녔다. 유럽 도베르만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다.

도베르만의 경우 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강형욱 훈련사는 예전보다 훈련소를 찾는 도베르만 보호자가 줄었는데, 오게 되면 보통 '경계심(에서 비롯된 공격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베르만 보호자들의 다른 고민은 '분리불안'인데, 도베르만은 보호자와 떨어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보호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끝없이 짖었던 비앙카(85회)를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화이트 테리어 믹스 미숫가루(수컷, 1년 4개월)
도베르만 믹스 흑임자(암컷, 1년 2개월)
도베르만 팥(수컷, 10개월)

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이번 고민견은 도베르만 믹스 흑임자였다. 제보 영상에는 흑임자가 다른 개를 항해 기습 공격을 하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었다. 끝까지 집요하게 공격하며 급소를 무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영상 속의 장소는 부부 보호자가 운영하고 있는 반려견 동반 브런치 카페였는데, '반려견과 보호자를 위한 곳을 만들자'는 뜻으로 오픈한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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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흑임자가 다른 개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계속 짖어댄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놀라 발길을 돌렸다. 보호자가 진정시켜 봐도 소용 없었다. 흑임자는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짖었다. 심지어 입질까지 했다. 잔입질은 셀 수도 없고, 피를 본 입질은 4~5번에 달했다. 남편 보호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흑임자 때문에 매순간 긴장한 채로 지내야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흑임자를 집에 두고 오기도 해봤지만, 극도의 분리불안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혼자 남겨진 흑임자는 짖음은 물론 하울링까지 했다. 매번 집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흑임자뿐만 아니라 남편 보호자도 분리불안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CCTV를 보며 걱정하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흑임자의 또 다른 문제는 산책 시 높아지는 흥분도였다. 남편 보호자는 흑임자와의 산책은 늘 불안하다며 힘들어 했다. 실제로 흑임자는 다른 개를 발견하면 힘껏 뛰쳐나가려 했다. 자리를 옮겨도 건너편 개를 보고 여전히 짖어댔다. 남편 보호자는 산책을 하다가 목줄이 풀려버린 적도 있었다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흑임자의 공격성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저는 답을 알고 있긴 하거든요. 답은 정해져 있는데.." (강형욱)



부부 보호자를 만난 강형욱은 본격적인 상담 및 훈련에 앞서 도베르만이라는 견종의 본능에 대해 설명했다. 도베르만은 자신의 구역 안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DNA에 각인되어 있는데, 지금 흑임자가 생활하는 공간은 도베르만에게 매우 불편할 만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과 차들이 많이 다니고, 불특정한 사람과 개가 왕래하므로 안정감을 느낄 수 없었으리라.

간단히 말하면 흑임자는 카페가 '우리집'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모르는 사람과 개가 들락날락거리는 낯선 장소가 됐으니 기분이 어떻겠는가. 항상 날이 선 상태로 문으로 들어오는 개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영상을 지켜보던 이경규는 반려견 동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 자기 반려견을 데려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분리불안은 고칠 수 있어요. 보호자의 행동만 바뀌면 분리불안은 좋아지게 되어 있어요." (강형욱)



강형욱은 '분리불안'의 경우 100% 고칠 수 있다면서 교육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단호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분리불안을 없애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인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그 개와 살고 있는 사람의 요소가 분리불안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자의 의지와 태도가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없애는 첫걸음인 셈이다.


그때 갑자기 흑임자가 짖기 시작했다. 멀찌감치에서 지나가는 개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자 팥도 따라 짖었다. 강형욱은 팥이 동요하는 까닭은 흑임자의 짖음이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흑임자는 구문이 말려 있는 상태를 유지한 채 경계의 끈을 놓치 않았다. 강형욱은 다른 개와의 관계 파악을 위해 카페를 자주 들르는 지인의 불도그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불도그가 다가오자 흑임자는 곧바로 반응했다. 보호자가 블로킹까지 해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경계는 곧 위협이 됐다.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시끄러웠다. 예의주시하던 강형욱은 리드줄을 잡고 통제에 나섰다. 잠시 후, 흑임자와 팥이 합동으로 불도그를 에워싸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재빨리 그리고 강력히 통제에 나섰다. 그제야 상황은 종료됐다.

강형욱은 보호자가 이렇게 강단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확한 표현을 전달해야 하고, 잘못된 것은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형욱은 보호자가 강한 리더가 돼서 항상 통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라면 '켄넬'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또, 카페에는 한 마리 정도만 데려오고, 나머지 두 마리는 집에 둘 것을 당부했다.


곧바로 산책 훈련이 이어졌다. 건너편의 개를 발견한 흑임자는 움찔했다. 겨우 지나쳤지만, 금세 뒤돌아서 공격하려는 행동을 취했다. 유모차와 아이가 지나가는 데도 반응했다. 흑임자는 기본적으로 흥분도가 높아 보호자보다 항상 앞서 걸었다. 한 번도 산책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훈련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는데, 강형욱은 '목줄 당김 훈련'을 전수했다.

앞으로 당기면 서서 목줄을 '툭'하고 당기고, 당긴 후에는 가는 방향과 반대로 걷게 하는 훈련이었다. 목줄 당김 훈련만으로도 공격 본능은 충분히 교정이 가능했다. 여러 차례 반복 훈련을 거치자 흑임자는 세상 차분한 개가 됐다. 더 이상 다른 개를 보고 짖거나 달려들지 않았다. 물론 강형욱의 도움으로 흑임자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런 훈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려견을 키우려면 그 견종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려견과 24시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 24시간 동안 내 반려견이 행복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엇이 진정 반려견을 위한 것인지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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