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39. '좋은 사람' 박명수, 그의 정체를 고민할 필요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9. 4.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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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기 참 어려운 시절이다. 섣불리 좋게 평가를 했다가 행여나 뒤통수를 맞진 않을까 겁이 나기 때문이다. 추켜올려진 사람보다 추켜올린 사람의 책임이 보다 무거울 것이기에 아무래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승리와 정준영 패거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구수한 사투리를 쓰던 아저씨(로버트 할리)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지 않았던가. 그만큼 누군가의 '정체'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칭찬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번 칭찬의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쉽사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맥락없이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고, 진심으로 짜증을 내기도 한다. MBC <무한도전>에서 '악마의 자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사람이다. 이쯤되면 누구인지 눈치챘을 텐데, 그의 이름은 박명수다. 우리는 예능의 이미지와 달리 박명수가 '좋은 사람'임을 안다. 그의 행동과 족적, 다시 말해 그의 삶을 통해서 말이다. 


지난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신음했다. 한편, 연예인들은 앞다퉈 기부에 나섰다. 그건 단순히 '돈'을 보낸 게 아니라 '위로'를 전달한 것이었다. 그 기부 행렬에 박명수도 동참했다. 10일, 박명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강원도 화재 피해 지역을 돕는 데 써달라며 3000만원을 전달했다. 평소 그의 말대로라면 쿨하게 '계좌이체'했을 것이다. 



"이렇게 알려지면 계속 더 해야 한다. 아이의 맑은 미소를 보니 저도 기쁘다."


이렇듯 겉과 속이 다른(?) 박명수의 '따뜻한 마음씨'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18일,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 측은 "최근 박명수가 5살 난청 어린이의 인공달팽이관 수술비와 언어 재활 치료비를 지원했다"고 밝혀 그날 포털 사이트를 훈훈함으로 가득 채웠다. 게다가 박명수가 2017년 6월부터 그와 같은 지원을 계속 이어왔고, 현재까지 4명의 어린이가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좋은 일은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언뜻 생색을 내는 듯 보이지만, 기부에 대한 박명수의 지론은 '꾸준함'이다. 박명수는 2003년부터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에 매달 200만 원을 기부해 왔고, 2013년에는 암 환자를 위해 5년 간 월 3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자작곡 음원 수익금의 일부를 멸종 위기의 해양 생물을 보호하는 데 내놓기도 했다. '사랑의 달팽이'에는 2015년부터 정기 후원금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분 기억해야 한다. 기부는 자동이체다. 잊고 있으면 자동으로 이체된다."


1993년 데뷔한 박명수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다. 비로소 그가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된 건 '버럭'과 '호통' 콘셉트가 먹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기적(이고 심지어 악마적)인 캐릭터는 희소성 덕분에 각광받았다. 물론 유재석과 <무한도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최근 홀로서기에 나서며 다소 주춤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못지 않게 박명수라는 예능인의 '재능'과 '능력'이 그의 인기를 만들어 냈다. 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인기가 지속될 수 있는 비결은 박명수라는 사람의 '인격'과 '그릇'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 앞에서의 박명수와 카메라 뒤에서의 박명수는 많이 다르다. 앞에서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게 아니라, 오히려 뒤로 가서 남몰래 선행에 나섰다. 


KBS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진행하고 있는 DJ이기도 한 박명수는 "유명한 배우 주윤발도 8000억을 기부한다고 하더라. 한 달에 용돈 11만 원만 받는다던데 정말 존경스럽다. 내 꿈도 재물이 아닌 행복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차비 10만 원 사기를 당했다고 사연을 보낸 학생 청취자에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저씨로서 창피하다.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내가 그 차비를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처음 기부를 결정할 때 박명수는 해당 단체에 전화를 걸어 "박명수입니다. 제가 살만해서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자동이체로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끊었다고 한다. 그의 인간미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어느덧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명수의 '선한 영향력'은 뭇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부끄러움이 뭔지 알고, 자신이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 어른이다. 그의 정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박명수는 '좋은 사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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