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36. 설 명절, 최수종을 칭찬한다는 것의 의미

너의길을가라 2019. 2. 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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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귀남이였던 시절도 있었으나) 왕(철종, 왕건, 대조영, 무열왕) 아니면 장군(장보고, 대조영, 이순신)이었다. 인생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맞닥뜨렸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늠름하고 강인했다. 이미 '왕건'에서 눈치를 챘을 텐데, 이쯤되니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새삼스럽다. '고종, 순종 다음엔 최수종'이라는 항간의 우스갯소리로 소개를 대신하기로 하자. 


그동안 최수종은 선이 굵은 역할을 맡아 왔고, 대중들에게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기억됐다. 그래서 일까. KBS2 <하나뿐인 내편>의 강수일, 자신의 과거 때문에 곤란을 겪는 딸을 위해 한강에 뛰어드는 아빠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어찌됐든 첩첩(疊疊)한 난관을 뚫고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맞을 테니, 최수종표 희망찬가는 사극부터 주말드라마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수종처럼 사랑하고, 수종처럼 결혼하라!'


인간 최수종은 끊임없이 의심받았다.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가 맡았던 배역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대중들은 최수종이 당연히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할 거라 지레짐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능이나 인터뷰,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던 최수종의 실제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다정했다. 무엇보다 아내 하희라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결혼 후에도 아내를 '희라 씨'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아내를 위해 매번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편이라니! 쇼핑을 가면 '끝까지' '아무런 투정 없이' 따라다니는 남편이라니! 고백하건대, 그의 애정 표현이 닭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미디어는 그런 그를 '사랑꾼'이라 이름 붙였고, '애처가'라 불렀다. 어떤 사람들은 최수종을 두고 '남자들의 적'이라 말하기도 했다. 아내들이 자꾸만 최수종과 비교하는 통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누군가는 최수종더러 '연기'를 하는 거라 했고, 그만 가식을 떨라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26년 동안 '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난 3일, 지난 주에 이어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최수종은 결혼 26년 차를 맞이한 남편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애정 표현은 습관'이라는 그는 여전히 아내 하희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자녀를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어디있습니까."

"권태기가 언제 오는 건데요?" 


신동엽과 서장훈의 질문은 (방송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쓰잘데기 없었다. 최수종은 우문에 현답을 내놓았다. 권태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최수종은 오히려 "권태기가 언제 오는 건데?라고 되묻는다. 그건 애정을 과시하려는 반문이 아니라 오히려 철학적인 고민이 담겨 있는 대답이었다. "권태기라는 게 그냥 없이 지나갈 수 있는 건데, 마음먹기 달린 거예요." 그의 짧은 대답이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사랑꾼'이라는 말이나 '애처가'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어폐가 있지 않은가? 사랑을 하기로 했으면 누구든 '꾼'이라 불릴 만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또, 사랑해서 결혼을 했으면 당연히 '애처'를 해야 마땅한 것 아닐까? 최수종을 아니꼽다고 했던 우리들이야말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최수종이야말로 누구보다 진실된 삶을 살았던 셈이다. 결국 그의 말처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데 말이다.



지난 1월 23일, 굿네이버스 친선대사 최수종은 <하나뿐인 내편>에 출연하고 있는 유이, 이장우와 함께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 40가구를 방문해 쌀 400kg과 직접 포장한 식료품 키트 40박스를 전했다. 물론 그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수종은 1999년부터 굿네이버스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여러 봉사활동을 실천해 왔다. 지난 2007년에는 하희라와 함께 결식 아동을 위해 굿네이버스에 1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영화 <철가방 우수씨>(2012)에 출연할 당시에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했고, KBS <아름다운 사람들>(2011~2013)에 세 차례 출연하면서 받은 내레이션 출연료 1억 원을 전액 기부했다. 2015년에는 발달장애아동을 돕는 '10평의 기적, 작은도서관' 팟캐스트에 참여했다. 최수종은 그 외에도 다양한 재능 기부를 통해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해 왔다. 



"아버지가 자상하셨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쉬실 때마다 '오늘은 우리가 하는 날', 어머니와 누나는 쉽게 하고 남자들만 이불 개고, 방 치우고, 아버지는 요리 하시고.." 


지금의 다정한 최수종을 만든 건 아마도 어렸을 때의 기억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집안의 여성들을 쉬게 했다는 아버지의 역할이 상당히 컸으리라. 최수종이 벌써 50대 후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시 그의 아버지가 보여준 실천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최수종의 아들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설 명절을 맞이한 시점에서 '남편'들에게, 또 '아빠'들에게 최수종은 가장 좋은 교과서다. 설 연휴를 맞아 최수종을 칭찬하는 건 제법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남편이란 무엇인가. 아빠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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