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2. 처음으로 현지 음식에 도전하다!

너의길을가라 2017. 4. 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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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Vaclav Havel Airport Prague)공항에서 우연히 알게 된 또래(라고 하면 웃을지도 모를) 한국인을 프라하 성 문턱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반가움에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이내 ‘오늘’의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혼자’ 다니길 좋아하는 터라 여행에서의 동행은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지만, ‘낯섦’에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보기로 했다. 좋지 않은가. 서로 사진도 몇 장씩 찍어주고 말이다.

 

일행이 있다 보니 ‘음식’과도 가까워졌다. 평소 ‘식(食)’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여행에 있어서도 그 비중이 적었다. 원래 입이 짧아 해외의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기도 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아침부터 길을 나서 이곳저곳 끊임없이 돌아다닌 후, 배가 고파지면 맥도날드(그리하여 빅맥 지수를 실체적으로 경험해왔다)나 그밖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게 고작이었다. 가끔 한식당을 찾기도 했다. 먹는 것보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걷는 게 좋았다.

 

현지의 음식을 경험해보는 것을 여행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이라 여겨질 법도 하다. 게다가 ‘술’도 마시지 않으니, 당장 “체코에 왜 왔어요?”라는 말도 나왔다. 그만큼 체코는 맥주(필스너 우르켈, 부드바이저 부드바, 스타로프라멘)로 유명한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조금 달랐다. 먼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제법 있었고, 조금만 맛봐도 대신 먹어줄 일행도 있었다. 자, 지금부터 동유럽 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들을 간단히 소개해보도록 하자. 


프라하 성의 트르들로 가게


시민회관(Obecní Dům) 근처의 트르들로 가게



먼저, 간식부터 시작해보자. 프라하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 바로 트르들로(Trdlo)이다. 원조는 루마니아인데, 프라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무 막대에 이스트 반죽을 돌돌 말아서 돌려가며 구워내는데, 속이 빈 원통 모양이다. 계핏가루나 설탕을 뿌려 맛을 낸다. 식감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대단한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번쯤 먹어볼 만 했다. 워낙 흔해서 찾기가 어렵진 않을 텐데, 프라하 성이나 시민회관 근처에 가게들이 많이 있다.


우 메드비쿠(U Medvídků)



콜레뇨(Koleno)


굴라슈(Guláš), 굴라쉬라고도 한다


점심은 구시가 광장 근처에 있는 크레이지 카우(CRAZY COW)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의 식당에서 티본 스테이크(T-bone steak)를 먹었는데, 1060 코루나(약 47,000원)라는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이 별로였다. 일행 중 한 명(프라하에서 만난 친구의 지인이 합류했다. 그들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이 묶고 있는 한인민박의 사장이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모종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점심에서 ‘삐끗’했던 우리들은 저녁에는 진짜 ‘현지 음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바로 우 메드비쿠(U Medvídků)라는 ‘맛집’이었다. 꽤나 역사가 깊은 식당이었는데, 500년 동안 양조장으로 영업을 해오다가 90년대에 접어들어 식당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당연히 맥주 맛이 좋은 곳이기도 하고, ‘콜레뇨(Koleno)’로도 유명하다. 콜레뇨는 ‘돼지 족발구이’라고 설명하면 얼추 비슷할 음식이다. 냄새는 오히려 ‘소시지’ 쪽에 가깝다. 양이 워낙 많아서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콜레뇨와 ‘굴라슈(Guláš)’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3명이서 먹기에 적당한(혹은 많은) 양이다. 굴라슈는 헝가리에서 유래한 음식인데, 으깬 감자와 고기, 채소 등을 함께 넣어서 만든 스튜(stew)라고 보면 된다. 개인적인 평가를 보태자면, 콜레뇨의 경우에는 입맛에 맞지 않아 몇 조각 먹지 못했다. 겨자 소스 맛으로 버텼다고 할까? 그나마 감자와 ‘장조림’ 비슷한 느낌의 고기로 만들어진 굴라슈는 먹을 만 했다. 


앞쪽의 피그뮐러는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줄을 서야하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피그뮐러 식당이 나온다




이번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겨보자. 프라하에서와 달리 이번에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바로 슈니첼(Schnitzel)이었다. 고기를 얇게 펴서 튀겨서 만드는데,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돈가스’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더 얇다는 게 특이점이다. 송아지 고기가 가장 유명하지만, 닭고기(치킨슈니첼), 돼지고기(포크슈니첼) 등으로 만든다. 돈가스와 달리 ‘소스’가 없어서 반드시 샐러드를 함께 주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곤란한 식사가 될지 모른다.

 

기왕에 먹을 거라면 가장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피그뮐러(Figlmüller)였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는 곳이다! 190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대표적인 맛집인데, 이곳의 슈니첼은 지름이 30cm 정도에 달한다. 처음에는 크기에 놀라지만, 워낙 얇아서 성인 남자라면 다 먹는 게 어렵진 않다. 문제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줄을 서는 건 기본이란 것이다. 게다가 성 슈테판 성당의 근처라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본격적인 식사 시간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일 텐데, 성수기가 아니라면 그냥 도전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가격은 14.9유로(치킨슈니첼), 샐러드는 4.7유로였다.



그밖에도 3~4끼 정도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해결했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햄버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저 ‘빅맥’을 주문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3가지 버거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는 게 아닌가. ‘뭐지?’하며 약간 당황스러워하다 대충 가운데 걸 골랐더니 이게 웬일인가. 지금껏 먹어봤던 햄버거 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맛이 있었다. 빵에 치즈가 있어 고소한 맛이 진했는데, 괜히 프리미엄 버거가 아니구나 싶었다. 가격은 총 7.99유로(약 9,500원).




이탈리아 페레로에서 만든 킨더 초콜릿(Kinder Chocolate)은 대한민국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동유럽의 대표적인 마트라고 할 수 있는 빌라(BILLA)에서 장을 보다가 24개 들이가 눈에 띠어(게다가 세일이 아닌가!) 구입해 놓고, 작은 가방에 몇 개씩 넣어 다니며 당이 떨어질 때마다 하나씩 먹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1,000원 피자로 간단히 요기를 하기도 했다. 허기가 질 때라서 그런지 맛이 꽤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탈리아 페레로에서 만든 킨더 초콜릿(Kinder Chocolate)은 대한민국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동유럽의 대표적인 마트라고 할 수 있는 빌라(BILLA)에서 장을 보다가 24개 들이가 눈에 띠어(게다가 세일이 아닌가!) 구입해 놓고, 작은 가방에 몇 개씩 넣어 다니며 당이 떨어질 때마다 하나씩 먹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1,000원 피자로 간단히 요기를 하기도 했다. 허기가 질 때라서 그런지 맛이 꽤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프라하 구시가 광장에 있는 초콜릿 박물관(Choco Story in Prague)에서 주전부리를 먹기도 했다. 틴 성당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어차피 구시가 광장은 프라하 여행을 하게 되면 상주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익숙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기에도 달아보이지만, 저 노란 케이크(라고 해야 하나?)는 워낙 달아서 먹기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역시 달아보이는 아래쪽) 초콜릿이 쓰다고 생각됐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미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래쪽 초콜릿도 사실 엄청 달콤했다! 


이쯤하면 '식食)'에 대해선 얼추 다 털어놓은 것 같은데,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잘 먹었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현지 음식에 도전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에게?'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여행 중에 많이 그리고 다양히 먹은 편이다. 그리고 웬만한 현지 음식은 다 먹은 셈이니 아쉬움도 없다. 자, 드디어 숙소에 이어 음식까지 정리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시작은 역시 프라하 성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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