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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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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0. 동유럽 보고서, 다녀왔습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3. 29. 16:49


난감했다. 시작은 그랬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가득했다. 문제는 '환전'이었다. Sunny Bank(써니뱅크)를 통해 미리 '환전'을 해놓고서, 정신머리를 어디 놓았는지 돈을 찾지 않고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다. 1시간 쯤 지났을까. 여행에 대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보는데, '근데, 나 환전 했나?'라는 물음표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환전을 한 기억이 없다. 당연히 손가방을 아무리 뒤져봐도 돈봉투가 없다. 이쯤되면 인정해야만 했다. 



"아, 망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비자(VISA) 카드'였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ATM에서 돈을 인출하면 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했는데, 실제로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챙겨갔던 여행 책자에는 '씨티 은행 현금 인출기'가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있다고 했다(현재는 없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뒷면에 Interlink/PLUS, Maestro/Cirrus 표시가 있으면 해당하는 해외 ATM에서 인출이 가능하단다.


카드를 확인해봤는데, 그런 표시가 없다. 게다가 '해당하는'이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체코 항공(대한항공과 공동 운항)을 탄 터라 1명밖에 없는 한국 스튜어디스를 찾아 문의를 해봤다. 돌아온 대답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난감함은 더욱 커졌다. 대부분의 결제는 카드로 하면 된다지만, 최소한의 현금은 필요했으니 말이다. 프라하 여행이 처음이라, 또 현지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어찌됐든 비행기 안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은, 그리고 차분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최적의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환전을 신청해놓고 찾지를 못해서요. 현금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에요. 약간 여유가 있으시면 현금을 주시고 제가 도착하자마자 계좌이체를 해드리면 안될까요?" 


최대한 신뢰감 있고, 최대한 안쓰러워 보이게끔 말을 건넸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여러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원을 보증할 수 없는 누군가와, 그것도 오늘 처음 본 상태에서 돈 거래를 쉬이 해줄 리가 만무했다. 어쩌면 내가 반대 상황에 놓여 있었어도 그러했을 것이다. 초반에는 감정적 교감이 쉽게 이뤄질 것 같은 중년 여성을 공략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면서 넉넉한 현금을 챙겨올 리 만무했다. 내 처지에 대해 공감은 이뤄졌지만, 문제는 거기까지였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대상을 바꿔보기로 했다. 패키지 여행객들이 아니라 회사 일로 출장을 온 것 같은 사람들로 말이다. 아예 화장실 통로 쪽에 서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러다 다행스럽게 출장을 왔던 중년 남성을 만나게 됐고, 생각보다 대화가 원활히 이뤄졌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고, 공항에 도착하면 50유로를 주겠다는 게 아닌가. '와, 살았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허나 부족하다 싶었다. 숨구멍을 뚫었지만, 좀더 넉넉히 현금을 확보해야 했기에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확보된 50유로의 힘 때문일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한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자신도 환전을 하지 않은 채 여행을 왔고, 공항에 비치된 ATM에서 인출을 할 생각이라는 또래 여성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비자 카드라면 별다른 문제 없이 ATM 사용이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공항에 내려서 함께 ATM으로 가서 돈을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 내가 가진 카드로 인출이 되면 좋은 거고, 그렇지 않다면 그 친구가 넉넉하게 인출을 하고 곧바로 계좌이체를 해주는 걸로 이야기를 맞췄다. 


이젠, 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거구나. 깜깜했던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비행이 2시간 정도 남았을까.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눈을 좀 붙이기로 했다. 곤두섰던 신경이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대한항공 소속 스튜어디스가 찾아와 체코 항공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ATM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줬다. 물론 '내 카드'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터라 들으나마나 한 말이었지만, 모든 문제가 풀릴 예정이라 그 성의가 마냥 고맙기만 했다.



결론은 이렇다. 그러니까 비자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면, 현지의 ATM을 이용하면 된다. (해외 여행을 갈 때 굳이 환전을 하지 않고 가도 무방하다. 단지 수수료가 좀 많이 든다는 건 감수해야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사실만 알고 있었다면 그 생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란, 또한 여행이란 예측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여정이 아니던가.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을 당일 저녁 카를 교(Charles Bridge)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고, 다음 날 아침에는 프라하 성(Prague Castle)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동안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감정과 깨달음이었다. 여행의 첫걸음에서부터 제법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돈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그제서야 프라하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가 프라하구나!' 11시간 만에, 드디어 여행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여행의 일부였으나..) 이제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 프라하 - 드레스덴 - 빈(비엔나) - 부다페스트 - 프라하로 이어지는 7박 8일의 일정을 소개해보도록 하자. 





★ 1일 차

- 16:40 :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Vaclav Havel Airport Prague) 도착

- 숙소 도착 

- 구시가 광장(천문시계, 틴 성당), 카를 교 


★ 2일 차

- 프라하 성

- 팔라디움(Palladium)




★ 3일 차

- 11:25 드레스덴 중앙역(Dresden Hauptbahnhof) 도착

- 대성당(Kathedrale),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 크로이츠 교회(Kreuzkirche)

- 츠빙거 궁전(Dresdner Zwinger)

- 알베르티눔(Albertinum)

- 21:00 프라하 도착


★ 4일 차

- 14:50 빈 중앙역(Vienna Hauptbahnhof) 도착

-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Palace)

- 성 슈테판 대성당(St. Stephansdom)

- 피그뮐러(Figlmueller)



★ 5일 차

- 미술사 박물관

- 링 도로 주변(국회의사당, 시청사, 빈 대학 등)



★ 6일 차

- 11:20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Budapest Keleti) 도착

- 부다페스트 영웅 광장(Hösök Tere)

-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Széchenyi Lánchid)

- 부다 왕궁(Budavári Palota)

- 23:35 빈 도착



★ 7일 차

- 쉰부른 궁전(외부)

- 성 슈테판 대성당 재방문(낮)

- 17:10경 프라하 도착

- 시네마 시티(CINEMA CITY)에서 영화 감상


★ 8일 차

- 화약탑, 바츨라프 광장, 시민회관 

- 유대인 묘지

- 18:30 귀국


7박 8일동안 4개국을 돌아다녔다. 뭔가 좀더 '여행 같았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그게 정확한 표현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봤다. 버스와 기차로 '국경'을 넘나들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다. 한 도시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도시를,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여행 중에도 변화를 경험했다. 두 번째는 즉흥성이었다. 부다페스트는 원래 계획에 없었던 장소였다. 애초에는 빈과 근거리에 있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 가려 했지만, 날씨 등의 이유로 무작정 부다페스로 가고 싶어져 기차 티켓을 끊기도 했다. 


또,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 잠시나마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게 세 번째 이유였다. 혼자 다니는 게 익숙했던 나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분명 이전의 여행보다 훨씬 더 풍성한 느낌이었다. 이제야 겨우 여행 초짜를 벗어난 듯 하다. 그 때문일까. 여행은 더욱 고파졌다. 또 다시 배가 고파진 어설픈 여행자, 버락킴의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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