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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 금쪽이의 비밀, 오은영은 더 큰 문제를 찾아냈다

너의길을가라 2023. 6. 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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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세(금쪽이), 7세 자매의 부모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엄마는 금쪽이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한다며 전학과 홈스쿨링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은영 박사에게 상담 후 결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빠는 일이 많아 아이들과의 시간이 부족했다며 자책했다. 도대체 금쪽이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금쪽이네 집에는 낙서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방에도, 거실에도, 심지어 가전제품에도 마찬가지였다. 금쪽이는 낙서를 '요정놀이'라고 했는데, 엄마가 이를 말리자 금쪽이는 크게 놀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오은영은 낙서를 곰곰히 살펴보더니, 여자아이 형태의 그림이 반복된다는 공통점을 파악했다. 필시 이유가 있을 텐데, 금쪽이를 이해할 열쇠일 게 분명했다.

독서 토론 학원에 간 금쪽이는 책읽기가 두려운 듯 주저했다. 발음도 이상했고, 친구들과 달리 간단한 글자도 읽지 못했다. 또, 수업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분석 결과, 금쪽이의 문해력 수준은 또래보다 1.5배 떨어졌다. 실제로 금쪽이는 26개월에 세 단어만 말했고, 언어 치료 후 36개월에 겨우 말에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글자를 획순으로 쓰지 못하고 그림처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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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는 난독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난독증이라고 분석했다. 난독증이란 지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질환으로, 언어와 관계된 정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생긴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난독증 치료 약은 따로 없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유아 난독증 의심 증상
1. 혀 짧은 소리가 늦게까지 계속된다.
2. 말을 할 때 잦은 추임새를 사용한다.
3. 한글을 배워도 이름을 쓰지 못한다.
4. 글자에 관심이 적다.

엄마와 시장에 방문한 금쪽이는 혼자 카페에 다녀오기로 했지만, 좀처럼 길을 찾지 못했다. 목적지를 지나쳐 계속 걸어가더니 정처없이 헤맸다. 오은영은 난독증과 길 찾기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시각적·공간적 지각 능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길을 못 찾는 것 외에도 시계를 보지 했다. 또, 친구들과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학교 생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엄마는 금쪽이가 주눅들지 않도록 감쌌지만, 금쪽이의 난독증 수준은 결코 경미하지 않았다.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줄에 맞춰 일정한 크기로 쓰지 못했다. 철자와 문법도 엉망진창이었다. 글을 쓸 때 손의 움직임 방향을 헷갈려했고, 글자를 보고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도 부족했다. 비슷한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발음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금쪽이 아빠도 난독증이 있었다. 딸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아빠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의 가장 아픈 점을 그대로 닮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누구보다 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아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탓인 것만 같기 때문이리라. 오은영은 난독증은 유전적 요인이 46%에 달한다며, 가족력의 영향이 큰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쪽이의 일상을 관찰하는 중 의아한 장면이 포착됐다. 엄마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금쪽이를 '아가'라고 부르며 밥을 직접 떠먹여 줬다. 그뿐만이 아니라 양치와 세수를 직접해줬고, 심지어 로션까지 발라줬다. 그야말로 아기를 대하듯 일상의 모든 일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학교까지 불과 400m밖에 되지 않는데도 차로 태워주며 매일마다 등교를 시켰다.

"엄마가 금쪽이를 대하는 모습은 인형 놀이하는 거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이 인형 놀이하듯 아이를 대하는 이유를 묵자, 엄마는 학교 가기 전에 그 어떤 마찰도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 자신이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금쪽이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거라 노심초사했다. 그러다보니 숙제도 금쪽이에게 맡겨 놓을 수 없었다. 따돌림의 단초가 되지 않게 일거수일투족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쪽이의 난독증보다 엄마의 육아관이 다 심각해 보였는데,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후 조부모님 밑에서 자란 엄마는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서 예뻐해줘야지.'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엄마는 자신의 뿌리 깊은 결핍을 자녀에게 과도하게 투사 중이었다. 아이가 겪어야 할 경험을 아예 격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금쪽이는 ‘나나’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엄마에게 친구라고 얘기해 왔다.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지금껏 금쪽이는 메신저에서 가상의 존재와 대화를 나눠왔던 것이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만들어 낸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외로움과 갈망이 만든 상상 속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동안 벽에 그렸던 여자아이 그림과도 관련이 있었다.

"난 혼자 하고 싶은 게 많았어. 위험하다고 걱정된다고 하지 말래. 난 하고 싶은데." (금쪽이)


금쪽이는 “혼자 하고 싶은 게 많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엄마가 걱정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따랐던 것이다. 자신보다 엄마를 더 걱정하는 금쪽이의 따뜻한 마음에 엄마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인형놀이는 스톱’이었다. 나이에 맞게 양육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은영은 아이가 서투를 때 부모의 역할은 다시 시도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쪽 처방 이후 엄마는 집 안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도배를 선언했다. 금쪽이는 자신이 그렸던 낙서가 없어지는 게 싫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벽마다 빼곡했던 낙서가 깔끔하게 원상 복구됐다. 그날 저녁, 금쪽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아빠와 읽기 연습을 했다. 하지만 발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금쪽이는 힘들다며 금세 그만두려 했다.

아빠는 결연한 태도로 금쪽이를 이끌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금쪽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엄마는 마음이 약해져 버릇처럼 감싸고 돌았다. 달라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생각처럼 쉽게 변할 리 없었다. 다음 날, 엄마는 가족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단호하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금쪽이는 발음 교정 훈련을 위해 개구기를 착용했는데, 답답한 나머지 화를 내고 말았다.

엄마는 좀전에 선언했던 대로 단호한 태도로 금쪽이를 훈육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엄마가 굳세게 변하자 금쪽이도 마음을 다잡게 됐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금쪽이의 발음은 점점 또렷해졌다. 글씨 쓰기 연습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았다. 이제 금쪽이는 혼자 문구점에 다녀오는 일도 해낼 수 있게 됐고, 무사히 귀가까지 완료했다. 금쪽이에게 큰 한걸음이 될 경험이었다.

앞으로 금쪽이가 난독증을 극복하게 되고 학교 생활도 잘 해낼 수 있길,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의 결핍을 금쪽이에게 투사하지 않게 되길, 그렇게 건강한 금쪽이네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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