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광해, 왕이 된 남자>, 발칙한 역사적 상상력을 마음껏 뽐내다

너의길을가라 2012. 9. 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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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를 봤습니다. 사실 기다렸던 작품이기도 해서 예정보다 일찍 개봉하는 것이 반갑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속내는 좀 치사했지만 말이죠.


<광해>는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점이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역시 그것은 사극이라는 포맷, 더 나아가 '팩션'이 안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사실 '광해군 재평가'는 역사학계에서는 꽤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근래에 조금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타오르고 있는 듯 하죠?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는 '외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명기의『광해군』은 광해군을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로 해석합니다. 이른바 '중립외교'가 그것이죠. 명청교체기, 까딱하면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 속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 실리를 챙겼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좀 복잡하므로 생략하고요.)


불과 일주일 전 오항녕의『광해군』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한명기가 외교적 관점에서 광해군을 재평가하고자 했던 것에 비해, 오항녕은 '민생'이라는 관점에서 광해군을 평가합니다. 오항녕은 '잃어버린 15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광해군 시기를 혹평합니다. 백성들의 입장에서 광해군은 좋은 군주가 아니었다는 것인데요. 각종 토목 공사 등을 예로 듭니다.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죠. 어쨌거나 '광해군 재평가'라는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역사적 관점을 배제하고(물론 감독은 그 지점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을 집어 넣은 듯 합니다만), 드라마적 관점에서 <광해>를 바라본다면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할 만합니다.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고 탄탄합니다. 여기에 연출도 하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며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웃음의 포인트도 살아있고, 극의 긴장감도 유지합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병헌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한효주도 참 예쁘고, 류승룡의 연기도 단단합니다. 뭐, 조연(상선이나 사월 등)들의 연기도 조화를 잘 이룬 듯 합니다. 이쯤되면 영화가 망하려고 해도 망할 수가 없을 텐데요. 가슴 뜨거워지는 장면도 여럿 있고.. 단지, 감독은 광해군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듯 하지만, 어쨌거나 작품 자체는 굉장히 잘 빠졌다고 생각이 됩니다. 


뭐, CJ의 무자비함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작품만큼은 아주 뛰어납니다. 안 보신 분들은 주말 동안 영화관을 찾으시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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