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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예능의 한계? 이승환 활용 못해 아쉬웠던 <힐링캠프>

너의길을가라 2015. 10.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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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6주년을 맞은 베테랑이자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중년(?) 가수.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이승환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그 누구보다 거침없고 경쾌하다. 정치, 사회를 넘나들며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소셜테이너(socialtainer)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면서도 '가수'로서의 정체성도 공고(鞏固)히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오랜 팬의 입장에서 참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빠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승환과 관련된 기사들을 접하면서도 가급적 글을 쓰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에 출연한 타이밍만큼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글은 '이승환'에 대한 글을 빙자한 <힐링캠프> 감상기다. 아니, <힐링캠프> 감상기를 빙자한 '이승환'에 대한 글이 되는 건가?




기존의 3인 MC 체제(이경규-김제동-성유리)를 과감히 탈피하고, 김제동과 500명의 관객을 전면에 내세우는 선택을 했던 <힐링캠프>는 자연스레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와 비교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일종의 아류작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김제동의 역량을 최대한 살린 <톡투유>의 컨셉을 고스란히 배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슷'했던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차이는 있다. <톡투유>에서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반면, <힐링캠프>는 여전히 '스타'가 주인공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톡투유>가 주인공이 된 관객들이 각자의 사연을 말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고 함께 웃고 우는 프로그램이라면, <힐링캠프>에서 MC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관객 500인의 존재감은 어설픈 질문이나 던지는 보조적인 위치에 그친다. 



당연히 김제동의 역할도 제한된다. <톡투유>에서 김제동은 유려한 말솜씨와 탁월한 진행능력을 뽐낸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 그들로부터 '최고치'를 뽑아내 관객들이 스스로를 주인공화 하도록 돕는다. 또, 최진기 강사,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정재승 교수, 요조 등 패널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탁월한 호흡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방송을 쥐락펴락한다.


하지만 <힐링캠프>에서 김제동은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보다 '스타'와 '관객'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에 묶이다보니 부수적일 수밖에 없고 자꾸 바깥으로 밀려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들이 제대로 '준비("잘 모른다"만 반복하는 관객이라니..)'가 된 것도 아니고, 김제동도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끌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프로그램은 어색함으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5일 방송에서는 이승환의 친구로 출연했던 주진우 기자가 사실상 통편집되는 '굴욕'을 경험해야 했다. 방송 초반 강풀이 "원래 이 5명(이승환, 류승완, 강풀, 주진우, 김제동)이서 잘 어울린다. 소모임처럼 모여서 지낸지 3년 정도 됐다. 오늘 이승환이 게스트로 나오고 김제동이 MC를 보니까 다 같이 오게 됐다"며 '강동모임'을 소개했지만, 류승완 감독과 강풀 작가의 분량에 비해 주진우는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편집은 PD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주 기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그의 발언의 수위가 공중파 방송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출연 자체를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방송 후 이승환은 "제작진들이야 최선을 다하셨을 테지요. 그 상황, 그 심정 모두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주)진우가 나오는 걸 싫어하시거나 무서워하시는 '그 누군가'는 이해가 안 갑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4.4%)를 기록하며 '홍보'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한 공을 세웠겠지만, '공중파'와 '예능'이라는 틀에 갇혀 이승환이 보여줄 수 있는 혹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묻혀버린 점은 아쉽다. 주진우의 돌직구가 사라지면서 대화의 주제들이 연성화된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것이 <톡투유>와 달리 <힐링캠프>가 처해있는 딜레마일 것이다. 돌파구는 결국 '관객'일 수밖에 없고, 제작진의 더욱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다만, 관객들의 사연을 본인의 노래로 화답하는 코너를 통해 그의 노래를 좀더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반가웠다. 무려 6시간 21분이라는 공연 역사의 대기록을 세운 이승환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은 '소셜테이너'라기보다는 아무래도 '가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쳐달릴 것이라고 선언했던 이승환을 오래오래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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