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갈림길에 선 원주 미로시장, 백종원은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

너의길을가라 2019. 7.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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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장사가 정말 쉽지 않구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마다 기본도 갖추지 않은 사장님들 때문에 화가 나곤 한다. 그들의 얼토당토 않은 모습들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소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발회성 큰 감정이 날아가고 나면 몇 가지 깨달음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요식업의 현실, 요식업의 어려움 같은 것말이다. 음식 장사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게 절실히 와닿는다. 그때 우리는 단순히 소비자를 넘어 동류의식을 느낀다.

<골목식당> 제작진과 백종원도 그 명질한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음식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고민은 해야 한다, 이 정도의 기본기는 갖춰야 한다, 이 정도의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골목식당>은 현재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곧 뛰어들 생각을 갖고 있는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수 꿈뜨락몰에서 청년 사장님들에게 그토록 혹독히 굴었던 건 그 때문이라 믿는다.

단순히 '불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식업계의 현실과 수준을 맞닥뜨렸을 때 백종원은 단순히 '맛'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청소, 손님 접대와 같은 기본 중의 기본부터 훈련시킨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해와 재료 손질로 나아간다. '맛'을 잡는 건 나중의 일이다. 백종원쯤 되는 전문가에게 비법을 알려주는 건 쉬운 일이다. 그는 장사를 할 자세가 돼 있지 않은 사장님들을 변화시키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인간 개조'까지 나아가지 않고, 적정선의 솔루션을 하는 선에서 출연자 섭외가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장사라는 게 온전히 기술적인 부분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 장사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그 성향과 습관, 사고방식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축면에서 <골목식당> 제작진의 고민도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난해한 미션은 백종원과 시청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고 있다. 읽을 것도 없는 사과문이지만, 그래도


한편, 백종원이 제시하는 솔루션에서 일관된 포인트를 찾아내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이른바 비법일 테니 말이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백종원은 '선택과 집중'을 특히 강조한다. 비단 요식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 욕심을 뒷받침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 욕심과 근자감은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모든 수요를 만족시키고 싶다는 생각, 다시 말해서 모든 손님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장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원주 미로시장의 칼국수집 사장님이 여름에 잘 팔리지도 않고 재료 보관도 어려운 만두를 빼지 못하는 건 소수의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게 싫어서이다.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포방터 시장의 돈까스집 사장님이 그토록 많은 메뉴를 끌어안고 놀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라면 가능한 일이다. 손님이 밀리지 않고, 테이블 2개 정도가 차는 정도라면 만두를 찾는 손님을 어찌 돌려 보내겠는가. 그러나 (방송의 힘을 받아) 손님이 밀어닥치면 당장 우왕좌왕하게 된다. 주문이 뒤죽박죽돼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냥 자리를 뜨는 손님도 생기게 된다. 많은 메뉴는 효율적이지 않고, 그 비효율은 가게 운영 전체를 좀먹게 된다. 백종원의 조언처럼 메뉴의 단순화, 그러니까 선택과 집중은 필수이다.


스테이크집 사장님은 저녁 장사가 주력이지만 점심 장사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저녁 장사의 매출이 평균 30만 원에 불과하지만, 점심 장사로 50만 원을 벌고 싶다는 헛된 꿈마저 꾸고 있었다. 백종원은 완곡하게 만류했다. 점심 장사를 준비할 시간에 오히려 잠을 더 자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더구다나 손님과의 소통이 중요한 가게 구조상 사장님의 컨디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부리또집 사장님(부부)도 고민에 빠졌다. 2주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멕시코 음식의 정통적인 맛을 찾아냈지만, 이번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백종원은 정통 맛(을 찾는 손님)과 대중적 맛(을 원하는 손님) 중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장님은 갈팡질팡했다. 둘다 잡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백종원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경양식 돈까스와 일본식 돈까스을 같이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 말은 쉽지만, 막상 그 상황이 나에게 닥치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가게의 정체성을 찾는 것부터 우후죽순 늘어난 메뉴를 축소하는 일까지, 그 결정으로 향후 운영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하면 성급히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결국은 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다 아우르려고 하면, 다시 말해서 욕심을 품는 순간 균형은 깨진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선택과 집중은 빠르면 빠를수록,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좋다. 물론 제작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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