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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파일럿 분석] 인상적인 '구해줘! 홈즈', 최악은 '조카면 족하다'

너의길을가라 2019. 2. 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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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은 TV(물론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건 비밀로 해두자)를 보기에 '적절한' 시기다. 그렇다고 온 가족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TV를 들여다 볼 거란 오해는 말자. 오히려 TV는 길고 긴 연휴를 홀로 보내야 하는 외로운 이들에게 '절실한' 친구다. 물론 일가친척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경우도 있다. 어색함을 달래기에, '무례한 질문'을 장전하고 있는 입을 틀어막기에 TV만큼 '절박한' 방어체계가 또 있던가. 


이렇듯 여러가지 이유로 명절 연휴와 TV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향후 전략을 모색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시험 방송을 준비한다.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들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이것저것 차린 것은 많은데, 과연 건질 만한 반찬이 좀 있었을까? 성의는 고맙지만,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의 입장에서 '맛'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올리브는 유진과 기태영을 내세워 '인테리어' 공부에 나섰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국내 최초 글로벌 인테리어 탐방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굳이' 파리에 살고 있는 셀러브리티들의 집을 방문해, 그곳만의 센스있는 하우스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디자인 소품들을 확인하는 게 이 예능의 소임(所任)이다. '국내 최초'라는 번쩍이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왜 유진과 기태영이어야 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후 여러 예능 섭외를 고사했다는 그들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 예능이 '연예인의 자아실현'으로 수렴된다는 비판에 맞닥뜨러야 했다. 결혼 9년 차에도 로맨틱한 부부와 오랜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로희,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MBC는 아예 '집'을 들고 나왔다. <구해줘! 홈즈>는 바쁜 현대인들 대신 스타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살 만한 집을 구해주는 콘셉트의 '정보' 예능이었다.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의 형태다. 정보 전달의 밋밋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의뢰인(외국인, 학생, 맞벌이 부부)을 섭외하고, 박나래의 복(福)팀과 김숙의 덕(德)팀으로 나눠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들은 의뢰인들의 요구(서울에서 3억 전셋집 찾기, 반려견을 위한 전셋집, 신입생을 위한 자취방)에 맞춰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매물을 찾았다. 불구경과 함께 양대 구경이라 일컬어지는 남의 집 구경은 성공적이었다. <구해줘! 홈즈>는 시청률 5.6%, 6.2%로 정규 편성이 유력하다. 먹방, 쿡방, 여행 등 뻔한 소재만 재탕되는 예능에 참신함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다만, 광고 등에 오염될 우려가 많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SBS는 여전히 '가족 예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엔 그 대상이 '조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요즘 가족 : 조카면 족하다?>는 그에 따라 다각화된 '요즘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기획 의도를 내걸었다. 연출을 맡은 이양화 PD는 "1인 가족도 증가하고 딩크족, 비혼자도 생겨나는 추세"라면서 "3촌 지간인 이모 · 삼촌 · 고모와 조카의 관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방송에는 김원희, 홍석천, 김지민 등이 출연해 조카와의 일상을 공개했다.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함께 알려졌다. 연예인의 '가족'이 등장한 만큼 화제성도 컸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불만도 컸다. '하다하다 연예인들의 조카까지 TV에서 봐야 하는 거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족 예능은 그 자체로 폭발력을 갖고 있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선 곤란하다. 시청률 5.8%를 기록한 <조카면 족하다> 역시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다. 



KBS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6자회담>,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 가장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등장해 화제가 됐지만, 뻔한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예능인들의 토론을 담은 <6자회담>이나 서장훈과 이수근의 개인기에 기댄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기대를 밑돌았다.


설 명절에 등장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예능의 흐름과 양상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을 텐데, 기존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프로그램은 MBC <구해줘! 홈즈>와 SBS <조카면 족하다> 정도였다. 결국 '가족 예능'의 여전(하지만 위태)한 강세 속에 '인포테인먼트'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다룬 예능은 불호(不好)가 매우 커진 상황이다.


방송사 별로 살펴보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MBC는 이번에도 신선한 소재를 찾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원샷 원킬이다. '집'이라는 소재는 미개척의 블루오션에 가깝다. SBS는 결국 '연예인의 조카'까지 방송에 끌어들였다. 레드오션의 최후의 카드까지 빼들었다고 할까. 기어코 자신들의 '가족 예능'을 완성시키려는 듯하다. 한편, KBS는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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