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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일부 남성'의 신화가 깨져야 한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3. 1. 10:47


"나도 겪었다.", "나도 피해자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방송·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들춰내고 있다.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연극계의 대부로 알려졌던 연출가 이윤택 씨를 비롯해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 씨의 오랜 성추행 행각들이 드러났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지만, 자칫 끝내 밝혀지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되물림할 수 없다는 절박한 고발이 없었다면 말이다. 


한편, 가해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뻔뻔스러웠다. 이윤택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태도를 보였다. 버티기로 일관하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기자회견(19일)을 열었다. 일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로 성폭행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명을 내건 피해자의 또 다른 폭로가 이어졌고, 이윤택의 사과 및 해명이 거짓이었음에 드러났다. 28일 피해자 16명은 집단 고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죄를 묻기 시작했다. 


ⓒ 윌 엔터테인먼트


방송·연예계에도 연일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다정한 아빠'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던 조민기에 대한 폭로가 그 출발점이었다. 조민기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았다. 여학생들을 '내 여자'로 지칭하며 희롱했고, 도를 넘는 신체적인 접촉을 가했다. 심지어 여학생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강요했고, 침대에 눕히는 등 강제로 성추행했다. 


조민기 역시 의혹을 부인했는데, 침묵을 지킨 채 외부 활동을 계속하다 27일 소속사를 통해 (말뿐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 불쾌한 내용의 카톡을 보냈던 사실마저 밝혀져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아빠를 부탁해>의 또 다른 멤버 조재현도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스태프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그밖에 영화 배역을 주겠다며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정말이지 '아빠를 부탁해'야만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또,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을 맏고 있는 배우 최일화는 과거에 저질렀던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며 선제 사과에 나섰지만, "성폭행하고 얼마 후 강제로 여관에 끌고 가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누가 더 악질이냐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오달수는 더욱 가관이다. 자신에 대해 제기된 성추문에 대해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실명을 내건 피해자가 등장하자 "모두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사과의 시기도 놓쳤고, 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연애감정이 있었다', '덫에 걸린 짐승',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는 부분이 그렇다. '천만 요정'이라는 예쁜 별명 뒤에 숨겨져 있던 더러운 행태가 역겹기만 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MBC <하얀거탑>에 출연했던 최용민의 경우 술자리에서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고, 택시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밖에도 연극배우인 김태훈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 사진작가 배병우, 시인 고은, 시사만화가 박재동에 대한 폭로가 잇달았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깨기, 성폭력범죄에 대한 편견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가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서지현 검사)


정말이지 끝이 없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정도로 뭐 그리 놀라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 말이 옳다. 실제로 각계각층에서 쉼없이 터져나오고 있지 않은가. 문단, 병원, 교육계, 문화·예술계, 방송·연예계, 종교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시각각 미투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은 '권력형 성범죄', 다시 말해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아야 할 지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권력형 성폭력이 일부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권력에 의한 갑을 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영역과 분야에 성폭력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서 멈춰선 안 된다. 좀더 예민한 지점까지 가야 한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 갑을관계의 '갑'에 남성이 위치해 (있었고, 지금도 위치해) 있으며, 이것이 결코 '일부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살아온 저들,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추앙받던 저들, 시대의 지성이라는 예찬을 받았던 저들, 좋은 이미지로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던 저들.. 그들을 어찌 '일부 남성'이라 얼버무릴 수 있겠는가. 미투 운동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성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사회를 바꿔나갈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뒤집어 놓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부 남성의 문제'라는 인식, 그 강고한 신화를 무너뜨려야만 한다. 미투 운동의 성과가 거기까지 발을 디디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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