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문제가 되는 '행동'에만 꽂혀서 그 행동을 없애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문제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의 훈육과 체벌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는 금쪽이의 행동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유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취지를 감안해서 시청한다면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22일 방송에는 11세 아들(금쪽이), 3세 아들, 5개월 딸을 키우는 삼 남매의 부모가 찾아왔다. 동생보다 여덟 살이나 많고 체격도 큰 금쪽이는 동생을 괴롭히고 때리는 등 폭력성을 보였다. 행동은 점점 더 난폭해져 아찔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부모 몰래 꼬집거나 툭 치고 지니가는 정도의 가벼운 괴롭힘이었다면 이제는 강도가 세져서 난폭하고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금쪽이는 엄마가 편의점에 가지 못하게 만류하다 애꿎은 동생의 뺨을 때리고, 머리 위로 막대기를 휘둘렀다. 화풀이로 몸을 때리기도 했다. 동생은 사력을 다해 피해다녔다. 아빠는 매와 벌도 소용없던 금쪽이의 공격성에 대해 한숨쉬었다.
아빠가 잠시 집을 비우자 금쪽이는 곧장 동생에게 뛰어가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불을 빼앗아 던지고 얼굴에 뒤집어 씌웠다. 자칫 숨이 막힐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 나이임에도 금쪽이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충격적인 만행에 스튜디오는 경악에 빠졌다. 오열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금쪽이는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 심각해 보였다.
"이런 행동을 만약에 성인이 하면 아동학대죠." (오은영)
오은영 박사는 훈육을 해야 할 명백한 상황이라 명시한 후, 공격의 이유를 추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쪽이의 폭력에는 특징이 있다면서 잔혹성(약한 대상에게 공포감)이 있고, 의도적이며 지능적(아빠가 나가자마자 행동 개시)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때는 아군으로, 어떤 때는 적으로 대하는데 동생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룬다고 지적했다.
친구들과 만나 금쪽이는 친아빠를 만났던 일을 얘기했다. 유명한 사업가라 소개하머 캥크랩을 5마리나 사줬다며 우쭐댔다. 일종의 우월감을 표현하며 만족해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쪽이네는 재혼 가정으로, 초혼인 아빠와 재혼인 엄마가 결혼 후 2명의 아이를 낳은 상태였다. 오은영은 가족 간에 소속감 심어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끈끈한 가족애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쪽이의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공격성과 함께 동반된 도둑질이 바로 그것이다. 집 앞에서 못 보던 자전거를 발견한 아빠의 추궁에 금쪽이는 빌린 거라 둘러댔지만 거짓말은 금세 탄로났다. 절도 사실을 고백하고 말없이 울기만 하는 금쪽이를 아빠는 계속해서 압박하며 질책했다. 그 과정에서 거침없는 말이 쏟아졌다. 엄마는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금쪽이의 절도는 도벽으로 번진 상태였다. 동네 무인 문구점에서 작은 장난감으로 시작해서 자전거, 킥보드, 카드, 장난감 등을 거침없이 훔쳤다. 체벌까지 했으나 달라진 없었던 모양이다. 오은영은 낙인이 찍힌 금쪽이는 언제나 위축될 거라며, 낙인찍고 보는 부모의 시선에 상처받고 도덕적 이탈을 지속할 거라 경고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험이 쌓이면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였다.
온갖 쓰레기로 엉망진창인 방 컨디션, 씻으라는 말에 극도로 분노하는 널뛰는 감정, 시도 때도 없는 짜증과 눈물. 수면과 식욕의 변화 등 불규칙한 생활 패턴. 오은영은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우울 상태라는 점을 포착했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새아빠의 등장, 게다가 작년에 가족과 함께 떨어져 홀로 농촌 학교를 다녀야 했던 일도 금쪽이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준 듯했다.
금쪽이 입장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였으리라. 상실은 우울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금쪽이는 이런 경험을 연속적으로 겪었다. 그 불안정한 감정을 도벽과 폭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금쪽이의 행동이 달리 보였다. 원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식 자리에서도 동생만 챙기는 부모로 인해 소외당했고, 한밤중에 친아빠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사이좋은 단란한 네 식구와 떨어져 앉은 금쪽이가 안쓰러웠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고 사랑을 갈구하는 뽀뽀를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아빠의 무릎을 베고 누우며 스킨십을 갈구했고, 효도 안마까지 했다. 그야말로 애를 썼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관심이 아니라 타박뿐이었다. 금쪽이는 흐르는 눈물을 몰래 닦았다.
"금쪽이는 가족을 원해요." (오은영)
금쪽이 문제의 근원은 '외로움'이었다. 화목한 가정의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처지를 슬퍼했다. 금쪽이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해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외감에 슬퍼하고 편애로 오해했다. 오은영은 자녀 나이에 맞는 따뜻한 잡촉한 공평한 관심을 주문했다. 금쪽이의 마음을 처음 이해하게 된 엄마는 답답한 게 싹 내려간 것 같다며 의지를 다졌다
"가족들은 금쪽이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아?"
"문제아 아니면 관리대상" (금쪽이)
스스로 미움받는 존재라 여기며 외로웠던 금쪽이는 가족을 생각하먀 눈물을 왈칵 쏟았다. 소원으로 "날 좀 더 사랑해주면 좋겠어"라고 애원했다. 부모는 진작 알아주지 못했던 것을 자책했다. 관점을 바꾸니, 이제야 절박한 아이의 바람이 들린 것이다. 비단 금쪽이네만의 일일까. 많은 가정이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원인이 아닌 행동에만 집중하면 생길 수 있는 악순환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가족의 구성원임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1:1 코칭을 통해 억울한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애썼다는 말에 금쪽이는 눈물을 쏟았다.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말에 위로했다. 다만, 폭력적인 방법은 고치기로 다짐했다. 심리극을 통해 금쪽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고, 잠들기 전 엄마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애착을 충전했다.
아빠와 가족 목욕탕을 찾아 사랑을 채웠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관계를 쌓아나갔다.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시간, 마음에 여유가 생긴 금쪽이는 동생에게 친절하게 방법을 가르쳐주며 칭찬까지 건넸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부모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부자는 손을 맞잡고 러닝에 나서기도 했다. 비로소 하나의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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