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사한 SF의 경이로움

너의길을가라 2014. 11. 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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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자 세계적 거장의 반영에 오른 두 감독(누굴까?)이 연달아 신작을 개봉했다. 그런데 런닝타임이 장난이 아니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는 149분이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한 술 더 떠서 169분이다. 평균적인 런닝타임인 2시간을 훌쩍 넘는 영화를 만들어낸 두 감독에게서 '(장인의) 고집'과 '(자신감을 넘어선) 자부심'이 느껴진다.



interstellar  

미국/영국 [ìntərstélər]

① 행성간의  ② 별과 별 사이의  ③ 성간의


10월 23일 개봉한 <나를 찾아줘>는 150만 3,100명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고, 지난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지난 8일에는 68만 3,48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는 125만 6,958명을 기록했다.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는 추세로 미뤄볼 때 주말이 지나면 200만 명을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에 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집착이 시작된 건 2000년 <메멘토>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이룬 업적에 비한다면 장난처럼 여겨지겠지만,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하는 연출 기법으로 관객들을 혼돈 속으로 빠뜨렸다. 10분 동안만 기억할 수 있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을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나는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2010년 <인셉션>에서는 연출 기법 수준이 아니라 아예 철학적 고민을 끌어안고 '꿈'이라는 소재에 매달린다. 꿈 속의 꿈, 그 꿈 속의 또 다른 꿈을 넘나들며 시공을 마음껏 가지고 놀며 관객들의 입이 쩍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그가 영화를 통해 던지고자 했던 질문인 '꿈과 현실의 경계는 무엇인가'는 마치 장자의 '호접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다가온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불러왔고, NASA도 해체되었다. 이때 시공간에 불가사의한 틈이 열리고, 남은 자들에게는 이 곳을 탐험해 인류를 구해야 하는 임무가 지워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그들은 이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간다. 그리고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인터스텔라> 영화 줄거리


'꿈'마저 '정복(?)'한 그가 향할 곳이 '우주'일 수밖에 없다는 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이후 그 이상의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또 한 번 우리를 경이(驚異)의 장으로 이끌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판타지'에 무게를 둔 여타의 SF 영화와는 달리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우주'를 담아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던 내용과 관련한 물리학 논문과 컴퓨터 그래픽에 관한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하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만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중력과 관련된 설정과 대사 등은 『중력 이론과 중력에 의한 붕괴』의 저자인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에 의한 것인 만큼 그 어떤 영화보다도 과학적인 검증이 된 셈이다.


설명을 하다보니 머리 아픈 용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인터스텔라>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다른 은하계에서 보내는 1시간이 지구의 7년이라는 설정으로 이어짐)'을 비롯해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블랙홀 등 다양한 물리학적 지식들이 (질서 있게) 난무한다. 갑작스럽게 과학 공부가 강제되는 상황이 펼쳐지지만, 그렇다고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그만큼 영화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그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일각에서는 자타칭 '<인터스텔라> 까'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혹시 그들이 말에 현혹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전문가의 평가를 살포시 얹어 놓기로 한다. 물리학 GV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던 정재승 물리학 박사와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는 <인터스텔라>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정재승 박사는 "영화 속 물리적 토대들이 인간의 사랑에 차원을 넘나들 정도로 경이롭고 위대한 가치를 부여했다"고 말했고, 박 대표는 "앞으로 우주여행을 묘사하려는 영화감독이라면 '인터스텔라'가 반드시 넘어서야 될 하나의 거대한 벽이 될 것이다. 상대성 이론을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충실하게 묘사했다"고 호평했다. 이쯤되면 '까'들의 폄훼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매튜 매커너히 -


<인터스텔라>류의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영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앞으로 영화를 볼 사람들에게 무례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련 기사에서 언급하는 줄거리 수준밖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잡스러운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래비티>에 이어 또 한 번 '감상'의 수준을 넘어 '체험'의 단계에 이른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길 추천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매튜 매커너히와 앤 헤서웨이의 열연도 당신이 <인터스텔라>를 봐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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