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손석희 <뉴스9> 징계는 정당? 당신의 공정함은 어느 언저리에?

너의길을가라 2014. 9. 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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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13년) 11월 5일, JTBC <뉴스9>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김재연 대변인을 스튜디오에 불러서, 김종철 서울대 교수를 화상으로 연결해 각각 인터뷰를 했다.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부문소위원회(위원장 권혁부)는 같은 달 27일 JTBC <뉴스9>의 5일자 보도를 심의 안건으로 다뤘고, 권혁부 소위원장과 여당 추천 위원인 엄광석 · 박성희 위원은 <뉴스 9>의 5일 자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당히 훼손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의 이유는 '양적 균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다시 말해서 기계적 중립을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권혁구 소위원장은 "통합진보당 관련 뉴스는 18분 12초였고 이날 뉴스의 핵심은 정부가 정당해산을 청구한 이유인데도 이에 대한 내용은 1분도 채 안 돼 양적 균형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다른 정당이나 일반인의 반론, 김 교수의 견해와 상반된 정당 해산에 찬성하는 헌법학자의 의견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엄광석 위원은 "뉴스 해설을 한 사람이 해산에 반대하는 편에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심하게 잃었다."면서 상당히 편향적인 입장에서 JTBC <뉴스9>와 손석희 앵커를 평가했다. 또, 박성희 위원은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을 부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면 평상시처럼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형식으로 출연시키면 안 된다."면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해서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형식을 취하면 안 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김성후 JTBC 보도국 부국장은 "정당 해산이라는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시청자와 국민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져야 한다는게 JTBC의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재연 대변인을 출연시킨 건 사건 당사자에게 반론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이며, 김종철 교수는 법학자로서의 전문적인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출연시켰다"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징계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방통위의 구성상 여당 추천 위원의 의지는 곧 실현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방통위는 위에서 살펴본 이유로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JTBC는 제재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판결이 지난 19일 내려졌다.



"방송 심의규정에서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당사자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JTBC 뉴스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해당하는 정당해산 사건과 관련해 진보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진보당의 입장을 8분26초간 들은 반면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자에게는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해당 뉴스가 공정성과 균형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와 관련한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가 공정성과 균형성에 위배된다며 제재조치를 한 것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방통위가 주장했던 '양적 균형'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을 것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물론 양적 균형, 다시 말해 기계적 중립은 필요하다. 한낱 정치 블로거나 누리꾼들과 달리 언론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 든 사안에 대해 기계적 중립만 지키는 것이 언론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을 각각 5 대 5의 비율로 보도하면서 '우린 양정 균형을 지켰어'라고 자위(自慰)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언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결코 아니다.


소설가 장정일은 "10의 중간은 5의 언저리일 것이지만 100의 중간은 50의 언저리며, 1000의 중간은 500의 언저리다. 이런 식으로 중용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 사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위치에 서 있게 된다."며 기계적 중용을 선택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나의 중용은 어느 언저리에 놓여져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뼈아픈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조국 교수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 · 균형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롭고 공정한 것이며, 진정한 '중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 중 한 명인 벤자민 카도조는 "법관으로 재임 중 중립적이었다고 생각한 판결은 나중에 보니 강자에게 기울어진 판결이었고, 재임 중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 것은 나중에 보니 중립적이었다."는 말을 퇴임식에서 남기기도 했다.



<K 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이 남긴 명언인 '공기 반 소리 반'처럼 언론도 '여당 반 야당 반' 혹은 '찬성 반 반대 반'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고 바람직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상(以上)을 추구해야 한다.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9>의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했던 약속처럼,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언론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물론 진실을 좇는 과정 속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장정일의 경고처럼 '중용의 역설'에 갇힐 수 있기에 위험하다. 게다가 진정한 의미의 객관성과 공정석은 단순히 양적 균형을 지키는 것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힘의 격차가 현격히 나있는 양측의 의견을 반반 씩 듣는 것이 무슨 공정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다. 반대로 반드시 전해야 할 이야기를 덮어두는 것 역시 막강한 권력이다. 그 엄청난 권력을 보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정당화되어 있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힘은 거대한 권력을 사유하고 있는 집단 혹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보다 성실하게 쓰여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언론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공정'은, 당신들의 '중용'은 5 언저리에 있는가, 500 언저리에 있는가?



P.S.


아참! 기왕 '언론은 양적 균형을 지켜라'는 방통위의 심의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종편 방송 모니터링 팀'을 구성해서 그들이 얼마나 '기계적 중립'을 준수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방통위에 고발 조치를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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