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 앞에는 '산소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퀴즈로 내더라도 100%의 정답률을 기록할 것 같다. 바로 이영애다. 1991년 태평양의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 CF에 출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으니 어언 27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산소 같다'는 말은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한 표현일 텐데, 이영애의 깨끗한 이미지와 완벽히 부합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마몽드도 대박을 쳤고, 이영애 역시 최고의 CF 스타로 등극하며 전성기를 보내게 된다.
'산소 같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극상의 찬사일 수 있겠으나, 당사자에겐 족쇄와도 같은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어떤 행동으로 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담감, 자신의 어떤 변화가 그 이미지를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려야 했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로 인해 이영애가 얻은 이익, 가령 명예나 경제적 이득도 엄청나지만, 한 평생을 시달려야 했을 그의 삶의 무게를 누가 책정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산소 같은' 이라는 수식어와 '여자'가 결합됐을 때 발생하는 '대상화'도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였을 텐데 말이다.
이영애는 자신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를 견뎌냈다. MBC <대장금>(2003)으로 최고 시청률 57.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고, 아시아 전역에 인기리에 방영되며 한류 스타로 거듭났다. 영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연기 변신에 시도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최근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로 1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지만, 오랜만의 복귀 때문인지 연기력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애의 존재감은 배우 이외의 모습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강원도 철원의 육군부대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사격 훈련 도중 폭발 사고로 인해 2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내어준 저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또, 그 가족의 슬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영애는 21일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에 "이번 사고로 순직하거나 부상당한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해달라"며 위로금 5천 만 원을 기탁했다.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두고 순직한 이태균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쌍둥이 남매의 엄마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군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 측에 따르면, 이영애는 위로금뿐만 아니라 이태균 상사 아들의 대학 졸업까지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물론 순직한 장병들에 대한 예우는 국가의 책무이겠으나, 이영애의 마음이 따뜻한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영애는 이와 같은 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8월에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도발로 2명의 부상자(김정원 · 하재헌 하사)가 발생하자 지체없이 5천 만 원의 위로금을 보냈고, 2016년 9월에도 6·25 참전용사의 자녀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성금 1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영애의 국군장병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은 그의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였던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재단
한편, 이영애의 나눔 실천은 장르와 분야,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2015년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5살의 베트남 소년을 위해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고, 4월에는 에콰도르 지진 구호 기금으로 5만 달러를 쾌척했다. 올해 3월에는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가족, 다문화 가정을 위해 강릉 아산병원에 1억 원을 전달했고, 강원도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1억 5천 만 원을 기부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하면서 강원도 강릉과 맺은 인연의 연장선이었다.
또, 4월에는 저소득층 산모를 위해 서울 제일병원에 5천 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또, 6월에는 스리랑카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5천 만 원을 보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처럼 이영애의 기부 활동은 단순히 나열만 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알려진 기부 액수만 따져도 올해 기준으로 5억 원이 훌쩍 넘고, 총액은 14억 원 이상라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부' 등 타인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주는 행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회와 그 구성원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박수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이영애는 자신의 기부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가 많다. 우리가 도와주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서 "미얀마, 베트남, 대만 등 모두 한류를 사랑하는 나라이고, 이것도 하나의 외교"라고 강조한다.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던 만큼 그의 사랑이 세계 각지로 향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산소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로 대중들로부터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영애는 자신의 머리에 놓인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그리고 그는 '산소 같은 사람' 되어 대중들 앞에 섰다. 맑고 투명한 그의 선한 영향력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전해져 세상을 밝게 빛나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좀더 고민해보겠다는 그가 어서 '배우'로서도 자신의 진가를 다시 펼치길 기대한다. 그때는 그를 '산소 같은 배우'라고 부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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