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4. 터키에서 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너의길을가라 2017. 12. 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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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博物館) : 오래된 유물이나 문화적,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대한민국을 찾은 핀란드 친구들은 첫 번째 여행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선택했다. 이유를 묻자 빌레는 "우리가 어떤 곳에 왔는지 알아보는 건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놀랐다. ‘여행=관광’이라는 등식이 일반화된 요즘, 외국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박물관을, 그것도 첫 여행지로 골랐다는 게 신선했다. 이 땅에 볼거리, 놀거리가 좀 많은가. 제한된 기간 내에 알찬 여행을 계획해야 하는 입장에서 '박물관'을 여행 코스에 넣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처럼 관광에도 특화된 공간도 아니지 않은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진지하고 세심히 둘러본 핀란드 3인방은 과거 핀란드가 러시아에 지배를 당했었다며,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으로 기특하고, 예뻐 보였다. 단지, 우리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려고 노력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이 가산점이 되긴 했지만, 여행이라는 행위의 의미와 그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할 때 핀란드 3인방이 보여준 태도는 반가웠다. 


민망하지만, 사실 나도 해외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찾곤 한다. '역사를 샅샅히 훑겠어.'와 같은 엄청난 일념이 있어서 그리 하는 건 아니다. 박물관을 한번 찾는다고 해서 그 나라의 역사를 완전히 이해한다거나 해박해질 수 없다. 시간의 한계와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났을 때 그곳의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일종의 '존중' 때문이다. 또, '호기심' 때문이다. 빌레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곳에 왔는지 알아보는 건 당연하"니까. 


또, 한 가지 실용적인 이유가 더 있다. 박물관만큼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쉬어가기(재정비라는 말로 표현해도 좋다)에 그만한 곳이 또 없다. 이스탄불 구 시가지에서 들렀던 박물관(아야소피아 박물관의 경우는 비록 명칭은 박물관이지만, 통상적인 의미의 박물관은 아니므로 제외했다.)은 총 3곳이었다. 터키-이슬람 미술 박물관, 모자이크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 순이었다.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1. 터키-이슬람 미술 박물관(Turkish and Islamic Arts Museum)

이슬람 미술의 정수(精髓)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1984년 유네스코 유럽 위원회에서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이슬람 미술과 관련한 모든 종류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 기간이 8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고, 코란의 사본, 도기, 그림, 글씨, 카펫, 금속 세공품, 가구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평소 이슬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박물관이다. 나처럼 문외한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 들러봄직 하다. '느낌'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위치는 블루 모스크 인근이라 찾기 어렵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숙소와 2~3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방문하기 수월했다. 원래 이 건물은 슐레이만 1세(Süleyman)의 사위이자 수상이었던 이브라힘 파샤(Ibrahim Pasa)의 궁전(혹은 대저택)인데, 미술관으로 활용되는 공간은 전체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1524년에 지어졌다니 건물의 역사만 해도 상당하다. 입장료는 20TL인데, 뮤지엄 패스(MUSEUM PASS, 85TL)를 구입했다면 입장이 가능하다. 



2. 모자이크 박물관(Great Palace Mosaic Museum)

모자이크 박물관을 찾으려면 먼저 아라스타 바자르(Arasta Bazaar)를 찾아야 한다. 바자르는 시장(市場)이라고 보면 된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가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시장이라면, 아라스타 바자르는 아기자기한 소형 시장이다. 딱히 쇼핑을 할 필요까진 없지만, 가는 길에 예쁜 카페도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다. 아리스타 바자르 안으로 들어가면 모자이크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안내돼 있다. 나름대로 미로를 찾는 기분이라 재미도 있다. 


비잔틴 제국의 궁전이 있던 곳답게 모자이크 박물관에는 초기 비잔틴 시대의 발전했던 모자이크들이 잘 보존돼 있다. 상당 부분 훼손돼 있지만, 보존 상태는 훌륭한 것이라 한다. 모자이크의 내용은 종교적인 것이 대부분일 거라는 예측과 달리 생활양식, 사냥 등 인간의 삶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색깔이라든지 그 표현 양식이 매우 생생해 보는 내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터키-이슬람 미술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10TL이고, 역시 뮤지엄 패스 사용 가능하다.




3.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chaeology Museums)


톱카프 궁전(Topkapı Palace)으로 향하는 문을 통과하고, 이야이레네(Hagia Irene)를 지나 평화로운 산책길을 걷다보면 고고학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야말로 큰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과 함께 새소리, 바람소리 등이 어우러진 최고의 힐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고고학 박물관은 고고학 박물관, 에나멜 키오스크 박물관, 고대 아시아 박물관 으로 구성돼 있다. 1881년 터키 고고학의 거장인 오스만 함디 베이(Osman Hamdi Bey)가 관장이 되면서 건물을 세우고 박물관으로 발전됐다고 한다.


세계 5대 고고학 박물관으로 알려진 곳이라 앞선 두 곳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또, 백만 점이 넘는 예술품들이 소장돼 있어 앞선 두 박물관보다 관람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는 편이다. 물론 조각, 석상, 석관 등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면 그리 오래 걸릴 것도 없다. 주로 고대 아시아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일반 관광객들은 톱카프 궁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바쁠 테니 말이다. 입장료는 20TL이고, 역시 뮤지엄 패스로 입장이 가능하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라면 박물관을 둘러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시가지만 해도 블루 모스크, 아야소피아 박물관, 톱카프 궁전 등 가봐야 할 곳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곳들도 놓쳐선 안 되겠지만,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혹은 중간 즈음에 그 곳의 박물관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역사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이해(와 애정)가 훨씬 더 높아질 테니 말이다. 우리가 어떤 곳에 왔는지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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