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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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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뒤통수 때린 악마의 편집, <하트 시그널2>의 제작진만 웃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6. 19. 23:59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건 놀림받을 바보짓일지 모르지만, 연애를 TV를 보고 배우는 건 앞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방영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은 웬만한 로맨틱 드라마보다 가슴 설레고,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의 리얼리티가 있다. 그뿐인가. 보는 이들의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에 (격렬히) 공감하고, 그들의 상황에 (과)몰입한다. 


지난 15일 종영한 채널A <하트 시그널 시즌2>(이하 <하트 시그널2>)에서 김현우가 오영주가 아닌 임현주를 선택했을 때 수많은 시청자들이 '뜨악'했다. 김현우와 오영주가 최종 커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커플 여행이 만들어 낸 극적 반전(이거나 악마의 편집)이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에 얼빠진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한번 다녀왔다고 마음이 확 바뀐다는 게 말이 돼?'라는 항변은 무의미했다. 이미 결말은 나왔으니까. 그럼에도 후폭풍은 거셌다. 김현우의 갑작스러운 변심은 지탄의 대상이 됐고, 시청자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순애보였던 김도균과는 180도 다른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36만 명의 팔로우가 있는 김현우의 SNS에는 악성댓글이 달리는 등 과몰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제법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와 같은 과몰입이 전혀 이해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의 스토리에 빠져들고,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에 함께 웃고 웃지 않던가. <하트 시그널2>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비연예인)이 출연했다는 점이 그 감정의 진폭을 더욱 크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패널들의 센스있는 코치도 큰몫을 했다.


시청자들은 <하트 시그널2>이라는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에게 많은 감정을 쏟아부었다. 그들의 설렘과 호감, 엇갈림과 갈등을 함께 겪어나갔다. 또, 그들이 사랑의 감정을 나눌 때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스스로를 출연자 중 누군가로 동일시하는 데까지 나아갔을지도 모르겠다. 방송이 끝난 뒤, 출연자의 SNS까지 쫓아가는 열의(?)는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트 시그널2>는 '개입'과 '설정'을 최소화한 채 '관찰'이라는 형식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거리감을 최소화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의 일상적 모습에서 보여지는 '시그널'을 캐치하고 해석하는 패널들을 등장시켜 '스토리텔링'에 힘을 줬다. 이러한 '이원화'는 현재 예능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가진 포맷이기도 하다.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떠올려 보라.



그런데 우리는 왜 그토록 <하트 시그널2>에 열광했던 걸까. 혹자들은 'N포세대'의 판타지에서 그 답을 찾는다. 현실의 여러가지 문제들의 압박을 받는 청년들이 타인의 리얼한 연애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분석이자 타당한 이야기다. 또 다른 연애 예능인 SBS <로맨스 패키지>의 박미연 PD는 "연애나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아져 연애가 드라마 같은 판타지가 됐다"며 연애 예능의 인기에 대해 설명했다. 


씁쓸한 이야기다. 청년 실업률(15~29세)이 10.5%(5월 기준)까지 올라갔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다. 악화된 고용시장의 분위기가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현실의 버거움은 청년들을 더욱 짓누를 테고, N포세대의 포기는 더욱 가속화되리라. 앞으로도 연애 예능의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연애를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배우고, 타인의 연애를 체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후죽순 생겨난 모든 연애 예능이 <하트 시그널2>만큼 화제성과 인기를 누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트 시그널>의 시청층이 청년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연애 예능들이 시대적 조류에 영리하게 편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트 시그널2>에 집중된 폭발적 반응은 약간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하트 시그널2>는 관찰에 집중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였고, 액자식 구성을 취하면서 패널들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줄거리가 명확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히 공략했다. 이로써 몰입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광고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을 정도인 출연자들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누구이고, 그들의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처럼. 


그런데 <하트 시그널2> 제작진은 '맛'을 알아버렸다. 출연자들의 관계 형성에 있어 개입은 최소화했는지 몰라도, 또 다른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편집이다. 김현우의 감정이 열린 상태였음에도 오영주와 사실상 커플인양 확정지었고, 마지막 회를 통한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결국 시청자들을 욕쟁이로 만들었고, 애꿎은 출연자들은 욕받이가 돼야 했다.  


앞으로 연애 예능은 <하트 시그널2>의 성공에서 배워나갈 테고,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실업률은 단시간 내에 나아지지 않을 테고, N포 세대의 낙담도 쉽사리 극복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전성시대가 무작정 지속될까. 연애 예능의 암초는 실업률 회복이나 경제 안정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이라는 내부적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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