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백종원은 왜 찌개백반집이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3. 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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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일이 재미있고 좋아요. 손님이 밥 한 공기 맛있게 드시고 나가면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편해요."

새벽 4시 17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시각에 공릉동 찌개백반집에 불이 켜졌다. 벌써 출근을 한 걸까?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이었다. 그는 곧장 주방으로 향하더니 뚝딱뚝딱 밑반찬들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매일마다 백반의 구성을 바꾸다보니 품이 많이 들었지만, 주방에서 요리에 열중하는 사장님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아마도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을 손님들을 떠올리는 듯했다.

사장님에게 식당은 단순히 '장사'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뜨거운 현장이자 자존감과 자긍심의 원천이었다. 든든한 동반자가 된 딸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까지 지금의 가족을 있게 만든 공간이었다. 따라서 가게를 찾아와 주는 손님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들에게 최선의 요리를 제공하고,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나누는 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찌개백반집 사장님은 자신만의 확고한 장사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겐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소중한 게 있었다.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행복함이 몰려오고 마음도 편해진다고 했다. 이 일이 재미있고 좋다고 말하는 사장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포방터 시장(지금의 제주도 연돈)의 돈가스집 사장님에 이어 <골목식당>이 발견한 새로운 '장인'의 탄생이었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단골 손님들은 찌개백반집의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백종원도 단박에 사장님의 진가를 알아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손님들의 식성을 일일이 고려하고, 집밥 같은 백반을 제공하는 식당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동받은 듯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본 방송이 나가기도 전부터 (예고편만을 보고)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5일 방송된 180회 예고편에는 찌개백반집 문 앞에 길게 늘어선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장님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노력했다. 불투명 유리를 끼워 살짝 말성을 일으켰던 인테리어 공사도 잘 마무리됐다. 모든 게 원활히 흘러갔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저러면 남는 거 없어요."

사장님은 경제적인 이익보다 손님들의 만족스러운 식사가 우선이었다. 그런 태도는 백종원의 말대로 100점짜리였다. 그러나 식당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일정한 수익이 필요했다. 좋은 마음으로 장사를 하더라도 일한 만큼의 보람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장님은 제육볶음을 할 때 돼지 앞다릿살을 사용했는데, 뒷다릿살에 비해 가격이 비쌌다. 단가를 고려하지 않는 사장님다웠다(?)


점육가공업에 종사하는 단골손님은 식사를 하다말고 사장님을 생각해 뒷다릿살을 써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상황실에서 그 대화를 지켜보던 백종원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다릿살이 뒷다릿살에 비해 지방이 좀 많을 뿐 맛에는 차이가 없다면서 좀더 저렴한 뒷다릿살을 쓸 것을 추천했다. 그러면서 백종원은 찌개백반집 사장님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꺼냈다.

(백종원의 설명에 따르면) 찌개백반집 사장님이 잘 되야 하는 이유는 단지 그의 성품이 착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같은 일(요식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에서 소규모의 식당을 양심적으로 운영해도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표본 말이다. 그저 고생만 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음을 후배들에게 알려줘야 했다.

동네에서 백반집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건강한 골목상권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영세한 식당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들이 금전적으로 성공을 거둬야 한다. 동네에서 백반집을 하는 사장님들이 일정한 소득을 얻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때 소비자들의 식탁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요식업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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