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46년째 신성불가침 종교인 과세,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4. 11. 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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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소득 과세에 대하여는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과세대상 소득, 과세방법, 과세시기 등 구체적 방안은 종교계의 추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다음 회기에 결정하도록 한다


46년째 신성불가침, 과연 이번에는 '종교인 과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종교인 과세' 입법화를 위해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감담회를 개최했다. 결과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종교계의 반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천주교와 불교계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반대를 한 그 '일부 종교계'는 '일부 개신교계'였다고 한다.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과거보다는 의견차가 좀 더 좁혀졌다고 본다. 많은 개신교계에서 과세에 찬성하고 있지만 일부가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가 더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참으로 사려깊고 친절하고 따뜻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태도를 담뱃세 인상, 주민세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 등에서도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기존에 있던 세금을 인상하는 것과 새로운 과세를 입법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여줬던 태도는 일방적인 강압이 아니었던가? 그에 비하여 종교인들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공손하기까지 해 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이미 '원천징수'라는 기존 방침에서 '자진 신고 · 납부'로 '자진' 양보를 하고,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에 사례급 항목으로 과세'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또, 저소득 종교인에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개신교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일부 종교계인 '일부 개신교'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는 "이미 유명 교회 목사들은 자발적 납부 중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면세점 이하에 있다. 자진신고 방향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취했다. 과연 충분히 설득적인 이유일까?


물론 종교인 과세 반대를 위한 주장이긴 하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원천징수가 아닌 자진신고 · 납부로 한정하면서 종교인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도 불가능해졌다. 당연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의도 여부를 떠나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말만큼은 사실인 셈이다. 봐줘도 너무 봐준 셈이다. 이대로라면 '솜방망이' 법안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모든 국가들은 이미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미국의 종교인들은 소득세 납세의무자로서 연방세, 주세, 사회보장세, 의료보험세 등을 부담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는 종교인(가톨릭 등 교회)을 아예 공무원과 유사하게 봐서 급여를 지급하는 대신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대부분의 성직자가 면세점 이하인 일본의 경우에도 개인과세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응답은 71.3%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하고 있다. 국민적 여론도 모아지고 있고, 정부도 (어떤 식이든지) 종교인 과세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약간의 조정은 있겠지만, 결국 종교인 과세라는 흐름은 뒤집을 수 없는 순리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도저도 아닌 법안을 만들기보다 '제대로'된 법안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종교 시설은 9만 개, 성직자 수는 36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공식 헌금 규모는 연 6조원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돈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고, 최근 대형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부패와 비리는 더 이상 종교인 과세를 미룰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종교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오히려 종교인 과세를 통해 종교계를 향한 오해와 불신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면세점 이하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저소득 종교인은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받음으로써 더욱 종교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의무와 권리 모두 찾을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정부의 안, '자진 신고 · 납부'와 '기타 소득 과세'는 모두 문제가 있다. 물론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침은 거듭된 종교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김진호 대한예수장로회 통합 세정대책위원장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바탕으로 "다만 일반 근로자처럼 근로소득 형태로 과세하면 종교인의 정체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어 정부에 다른 소득 형태로 과세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종교계의 입장을 반영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했지만, 이는 또 다른 맹점을 낳을 우려가 있다. 결국 종교인들은 근로소득자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등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종교인들을 '종교인'으로 분류하고, '종교세'를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종교인'에게 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존중해주는 대신 그에 걸맞은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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