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여중생과 40대 남성의 성관계.. 사랑인가, 강간인가?

너의길을가라 2014. 11. 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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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11년 8월께 자신의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김양을 우연히 만나 연예인 관련 이야기로 경계를 누그러뜨린 뒤 자신의 차량으로 데려가 성추행하고, 이 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 유인강간 40대男 무죄..대법 "연인 관계" <연합뉴스>


지난 2011년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A씨는 자신보다 27세 어린 B양을 처음 만났다. A씨는 B양과 가까워진 후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B양이 임신한 채 가출하자 한 달 가까이 동거했다. 


"여중생과 사랑했다"..여중생과 동거한 40대男 무죄 취지 파기환송<아시아경제>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사랑일까, 강간일까?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더군다나 법원의 몫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강간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미 여론은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질타하며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조금 차분하게 이 사건을 들여다 볼 수는 없을까? 그럴 마음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선, 우리는 이 사건의 팩트를 찾아내야 한다. <연합뉴스>에서 제목으로 뽑아 놓은 '여중생 유인강간 40대男 무죄'는 당연히 팩트가 아니다. '유인강간'이라는 표현을 통해 한 쪽 방향으로 생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기획사 대표 김 씨(45)는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김 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것은 검찰의 시각일 뿐이다. 김 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중학교 2학년 여중생과 40대 남성이 성관계(+동거)를 가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강간'이라고 판단했고, 반면 김 씨는 '사랑(연인관계)'이기 때문에 무죄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그것이 '강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강간이란 무엇인가? 형법 법조문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강간은 '폭행 · 협박에 의하여 간음'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간죄의 폭행 ·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 다시 말해 최협의의 폭행 · 협박이다. 뒤집어 말한다면 성관계에 있어서 피해자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면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관계'였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근거는 김 양이 김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편지, 전후 사정 등이었다. 김 양은 많게는 하루에 수백 건씩 김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연인 사이에서나 주고받을 법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또, 김 씨가 별건(別件)으로 구속되어 있던 당시 매일 면회를 했고,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다수 보냈다고 한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성폭행범도 집행유예로 나오는데 (김씨는) 뭘 했다고 왜 못나오냐"는 내용의 김 양이 보낸 편지였다. 이러한 증거들은 "진심으로 보낸 것이 아니었다"는 김 양의 진술과 배치된다. 유일한 직접 증거인 B양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 무죄 판결의 이유였던 셈이다. "김 양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김 양의 의사에 반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지적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중학생인 여학생(당시 15세)과 40대 남성의 성관계는 분명 '평범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물론 이를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강간이냐 아니냐'는 판단의 문제로 넘어 왔을 때는 법조문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의 여부로 진실을 가려낼 수밖에 없다. '좋은 짓 나쁜 짓'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그것이 '사랑이냐 강간이냐'가 아니라 '강간이냐 아니냐'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는 적극적 실체진실주의와 죄를 범하지 않은 자를 벌하지 않는 소극적 실체진실주의를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 두 가지가 충돌할 때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여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실체진실주의를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라는 무죄추정의 원리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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