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비밀의 문>이 보여준 세월호 특별법 논란의 해법

너의길을가라 2014. 9. 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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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제2회에서는 '의궤살인사건'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박진감을 더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맹의'의 비밀을 알게 된 예진화사 신흥복(서준영 분)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경종의 어정에서 시체로 떠올랐다. 신흥복과 벗으로 지냈던 왕세자 이선(이제훈 분)은 그 죽음 앞에 절망했고, 궁궐로 돌아온 영조는 "맹의를 아는 놈이 또 있다. 황형의 릉에 시체를 둔 놈이 누구냐. 감히 임금의 약점을 쥐고 시비를 걸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후 조정은 예진화사 신흥복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둘러싸고 당쟁을 벌였다. 노론은 역모 사건이므로 의금부에서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소론은 역모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니 일단 한성부에서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고, 각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수사권을 갖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수사권을 놓고 당쟁을 벌이는 데 여념이 없는 노론과 소론의 한심한 모습을 지켜보던 왕세자 이선은 "이 사람의 눈엔 그대들 모두가 역도요. 지금 이 시각 우리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것은 힘없는 백성 하나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겁니다"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이선을 가로막는 것은 신하들만이 아니었다.


아들 이선이 '맹의'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운 영조는 왕세자를 찾아가 '원칙을 따르라'는 조언과 함께 "수사를 의금부에 맡기라"고 지시했다. 노론과 '맹의'로 묶여 있는 영조가 노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스승인 박문수를 만난 이선은 "부왕께서는 수사를 의금부에서 맞는 것이 맞다고 했다. 결국 노론의 손을 들어주라는 소리죠"라며 부왕의 뜻에 따를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박문수는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이렇게 가르쳤습니까?"라며 꾸짖었다.



과연 왕세자 이선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박문수의 조언 덕분이었을까? 이선은 노론과 소론의 입김이 닿지 않는 불편부당한 인물인 포도대장 홍계희(장현성 분)를 특검으로 임명해 수사권을 맡긴다. "이 사건은 중도적 인사가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포도대장이 좌포청에 부임한 후 검거율이 2배로 뛰었다. 유능한 수사력에 포도대장을 선택했다"는 이선의 말에 홍계희는 "성역 없는 수사를 허락하지 않으시면 수사를 맡을 의사가 없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비밀의 문> 2회에서 펼쳐진 상황, 힘없는 백성 한 명이 당한 의 문의 죽음 앞에 노론과 소론이 당리당략을 내세우며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한심한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는 것, 그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지금껏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적 싸움만을 해왔다.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여야가 처음부터 힘을 모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바로 그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성역 없는 수사'가 껄끄러운 대상들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도 컸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이 되어버린 지금, "지금 이 시각 우리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것은 힘없는 백성 하나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겁니다"라는 왕세자 이선의 말은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대한민국 사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 참고로 노론과 소론의 입김이 닿지 않는 불편부당한 인물이었던 포도대장 홍계희 역시 '약점'이 잡혀 성역 없는 수사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어디 드라마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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