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공무원 연금 개혁, 절차와 순서가 잘못된 국민 분열 프로젝트

너의길을가라 2014. 9. 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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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각 그 누구보다 절망적인 표정을 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담배' 피우는 '공무원'이다. 담뱃값(담뱃세) 인상으로 어퍼컷을 맞고 그로그 상태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고 할까? 담배야 끊으면 그만이지만, 퇴직 후의 미래 설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가 지끈 아프고,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논란을 논란으로 덮는다.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위기 탈출법이다. '닷뱃값(담뱃세)' 인상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자 이번에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다. 숨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강력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공직 사회의 분노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생각보다 태연하다. 향후 2년 간 선거가 없다는 것이 주는 안락함이라고나 할까? 정부와 여당은 가벼운 마음으로 과감한 칼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


론 '선거가 없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유일한 무기는 아니다. 담뱃값 인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무원 연금 개혁은 그 대상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겐 절대적인 문제이지만, 비흡연자에게는 별다른 관심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간접 흡연 등의 피해를 보는 다수의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겠다.


공 무원 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당사자가 아니거나 공무원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아니면 그야말로 '남일'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은 그 직업적 안정성 때문에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 아니던가? 공무원들의 앓는 소리에 비공무원들은 '꼴 좋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이쯤되면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철저히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방향은 간단하다. '더 많이 내고(43%) 더 적게 받도록(34%)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중요한 개혁이 추가된다. 연금 수령연령을 현재의 60세에서 65세로 5년 늦추고, 퇴직해서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의 연금수령액도 3% 삭감하게 된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은 현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퇴직한 공무원들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65년간 334조원 절감 효과가 있다면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새누리당은 현재의 공무원연금제도가 '1960년대 공무원들의 '박봉'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면서 과감한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렇게 되니 마치 공무원들이 죄를 지은 사람들인양 비춰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새누리당이 말하는 '박봉'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공무원들도 그다지 넉넉한 생활을 영위할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진 않아 보인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김 모씨(28)는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160만원 밖에 안되는데 이거저거 다 떼고 기여금까지 높이면 어떻게 감당하란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어차피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구입할 돈을 모을 수 없는 것이 (공무원을 포함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 아니던가?



공무원 연금 개혁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국민연금과 달리 계층간의 재분배 원리가 적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의 하소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공무원 9급 1호봉의 기준소득월액(세전 월소득)은 140만∼1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장관급이 받는 기준소득월액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동등한 강도로 공무원 연금 개혁을 진행할 경우에 '연금 불평등'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젊은 공무원일수록 불이익하다. 형평성을 잃은 개혁안이다"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의 담뱃값(담뱃세) 인상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정책이었다면,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 또한 하위직 공무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기만적 정책인 셈이다.


론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다면 허리띠를 함께 졸라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순서가 잘못됐다. 담뱃값(담뱃세) 인상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정부는 부자 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민들로부터 세금을 뜯어내려고 했다.



- OSEN에서 발췌 -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① 전직대통령에게는 연금을 지급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연금 지급액은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연액(報酬年額)의 100분의 95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먼저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여론의 공감을 얻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그리고 당연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연금부터 손질했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경우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직 연봉의 95% 수준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올해 지급받는 연금 액수는 총 1억 3,500원으로 월 1,125만 원을 지급받는다.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① 헌정회는 연로회원(2012년 5월 29일 이전에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연로회원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에 대하여 지원금(이하 "연로회원지원금"이라 한다)을 지급할 수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연금에 쓰인 돈은 117억 8,520만 원에 달했다. 월 평균 818명에게 각 120만 원씩 지급된 것이다. 지난 2013년 8월 13일 개정으로 더 이상 국회의원을 하루만 해도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먹튀의 기회는 사라졌다. 앞으로는 적어도 1년 이상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뭔가 그럴싸하게 바뀐 것 같지만, 사실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어차피 국회의원들이 1년 안에 옷을 벗게 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오리발'이 특기인 국회의원들이 무죄 추정을 무기 삼아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테니 말이다.


통령과 국회의원의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피라미드 하층에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기득권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말이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 개혁이라면 그 주체이자 대상인 공무원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개혁의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최소한 납득은 할 수 있게 의견을 반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제기는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공무원 박봉에 대한 이야기 나올 때마다 '그래도 연금이 있지 않냐'고 대답하곤 했는데 연금 개혁 이야기에 허탈한 심정" (서울시청에서 일하는 김 모씨(37))


"육아만 해도 생활비도 빠듯한데 대체 무슨 수로 노후준비까지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시청에 근무하는 박 모씨(35))


공무원들의 앓는 소리에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직장인들로서는 '배부른 소리하지 마라'고 타박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박봉'의 월급을 받으면서 연금만 믿고 살아왔던 공무원들로서는 당장 세워놓았던 노후 계획을 다시 세워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 사람의 인생 계획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이야기다.


'공무원 VS 비공무원'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 정부로서는 '땡큐'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할수록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귀족노조'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귀족노조' 카드는 노조를 양분시켜 분열시키고, 노조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곤 했다.


22조를 강바닥에 쏟아부은 MB정부의 대국민사기극과 1달러 짜리 기업을 1조에 사들여 1,000억 원에 팔아넘기는 한국석유공사의 뻘짓 등으로 낭비한 세금이 도대체 얼마인가? 이러한 손실들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언제나 뒤처리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하는 것 아니었던가? 담뱃값(담뱃세)을 올리고,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을 인상하고,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원 연금 개혁,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다만, 순서와 절차가 잘못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자세도 틀려먹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민들이 양분되어 서로를 끌어내리기 바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함께 '나락'에 떨어지고자 하는가? 피라미트의 하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치고박고 싸운단 말인가?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온갖 혜택을 누리며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특권 계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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