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담뱃값 인상, 진실된 정부 · 거짓말 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

너의길을가라 2014. 9. 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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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을 위해서' VS '세수확보를 위한 서민증세'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처음부터 정부가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 유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정책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2013년) 하반기부터 세수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계속해서 보도됐고,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연간으로 추가경정예산 대비로 7조~8조원 정도의 세수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으로 세수 부족분이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지만, 실제로 정부는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空約)에 따라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교통 · 경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3년(1월~11월)의 교통 범칙금 부과 건 수는 270만 건으로 2012년에 비해 63%나 증가했다. 법칙금도 건 수에 비례해 늘었는데, 약 400억 원이 늘어 총 984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해 말 <CBS>는 박근혜 정부가 일일장터, 재활용품, 외부 전단지 등 아파트 단지가 거두고 있는 '잡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아파트 단지의 '잡수익'에 세금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창조적 경제'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돈 뽑아낼 궁리'에 매진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궁리가 '서민들의 호주머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MB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법인세 인하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체성 자체가 '친기업'이었던 만큼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 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은 활짝 웃었지만, 그로 인한 세수 부족의 부담은 국민들에게 전가됐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대통령을 잘못 뽑은 죗값이라면 함께 나눠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MB 정부의 유산(세수 부족)은 박근혜 정부가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MB의 친기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었던 것이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아니었던가?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비과세·감면 제도들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현 정부는 세수 부족과 함께 더 이상 법인세 인하 카드를 쓸 수 없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 이제는 조세 개혁 없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야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인하했던 법인세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것일까? 하지만 박 대통령은 또 다른 '꼼수'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값 2000원 인상'이다. 물론 더 정확한 용어는 담뱃세 인상이 맞을 것이다. 정부는 담배소비세 · 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이뤄진 담뱃세를 각각 일정 금액 인상하고, 거기에 개별소비세를 추가 하기로 했다.



건강증진부담금 - 기존 + 487원

담배소비세 - 기존 + 366원

지방교육세 - 기존 + 122원

부가가치세 - 기존 + 199원

개별소비세 - 추가 594원


늘어난 세금 -  1768원


정부는 거듭해서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살 때 내야 하는 세금은 1,550원(62%)에서 3,318원(88.4%)로 대폭 증가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보면 개별소비세 신설 등으로 국가재원 배분비율은 38%에서 56.3%로 높아져 2015년 국세 수입액은 1조9432억원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만약 정부가 계속해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담뱃값 인상(담뱃세 인상)에 따른 국세 수입액을 전액 금연정책과 국민안전과 관련된 곳에 지출하면 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국민들도 정부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꼼수 증세'라고 하는 의혹도 완전히 불식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지방세 수입이라든지 담배 가격 인상과 더불어 들어오게 될 교육세라든지, 상황을 봐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박뱀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담뱃값이 올라 세금이 추가로 걷히면 안전 예산으로 쓰겠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


하지만 2015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금연 지원(금연 상담 · 검사 · 홍보) '에 배정된 예산은 고작 1,521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밝힌 담뱃값 인상(담뱃세 인상)에 따른 연간 세수증감액인 2조 8,000억 원의 5%에 불과한 액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일부 부처들은 정부의 호주머니로 들어올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가계부'를 미리 써둔 상황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정부의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1998 년 이후 흡연율 추이를 살펴보면, 남성을 기준으로 1998년 66.3%였던 흠연율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서 2013년에는 42.1%까지 줄어들었다. 2012년과 비교해서 1.6%가 낮아진 수치다. 흡연율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갑작스럽게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며 담뱃값(담뱃세)을 인상하겠다고 나서는 정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지선하 연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지난 10년간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담뱃값이 되레 떨어졌는데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담뱃값을 올린 결과라기보다) 흡연소송이나 금연구역 확대 등 각종 금연 캠페인이 이어지며 담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담뱃값을 무리하게 인상하는 것보다 금연 캠페인 등의 비가격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담뱃값(담뱃세) 인상'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증세다. 이를 필두로 정부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간접세' 인상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황된 공약(空約)을 지킨다고 자위(自慰)하겠다는 심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형용모순(形容矛盾)의 불가능한 공약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들은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야 한단 말인가? 언제까지 국민을 속이고자 하는 불순한 정부의 태도를 묵인해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증세'를 논의할 적기(適期)다. 여전히 국 민들의 조세저항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하느냐에 따라 조세저항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진정성이란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MB정부 출범 이후 가속도가 붙은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증세는 없다'는 박 대통령이 '말바꾸기'를 했다고 비판하겠지만, 오히려 진보(좌파) 진영은 증세 논의를 반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보 진영의 오래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야말로 증세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정부이다. 언제까지나 '눈 가리고 아웅'을 할 수는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복지 정책을 실천하고,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증세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동시에 담뱃값(담뱃세)와 주민세 · 자동차세 등을 인상하는 등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한다면 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제발 솔직해지는 건 어떨까? 국민들은 진실된 정부를 요구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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