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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만 믿고 간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성공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8. 8. 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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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종착점은 다큐멘터리'라는 말이 참인지 아닌지를 지금 시점에서 명확히 답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최근 예능의 추세였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각 방송사의 예능국들은 능력과 재능있는 PD들을 섭외하면서 그들의 창의력과 기획력을 함께 끌어오길 기대했다. 그리하여 탄성을 자아낼 만한 엄청난 기획들이 쏟아졌다. 물론 제작비도 두둑하게 쥐어졌다.


선두주자인 나영석 PD는 소지섭과 박신혜를 피실험자로 캐스팅해 제주도에서 소확행을 실험했고, 유호진 PD는 지진희 · 차태현 · 조세호 · 배정남과 함께 아라비아 사막과 스코틀랜드를 탐험했다. 한편, 김병만과 하지원은 미국 유타 주에 있는 화성탐사 연구기지로 떠났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결합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리얼리티와 관찰은 예능에 너무도 깊숙이 침투했다.



지난 29일 첫 선을 보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이런 예능의 추세를 과감히 거스른다. 우선, 관찰 예능이 아니다. 또, 리얼(real)하긴 하나 리얼리티(reality)를 추구하진 않는다. MC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풀어 5문제를 다 맞히면 상금 100만 원을 주는 간단한 콘셉트다. 유재석이 직접 밝혔다시피 이 프로그램에는 게스트가 없다. 단출한 구성이다. 


그런 만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제작진의 역량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엄청난 연출도 (필요) 없다. 주제와 소재가 특별히 창의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품이 많이 들어간 것 같지도 않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오직 유재석만 믿고 간다'라고 할까? 프로그램 자체의 기획력보다는 '국민MC 유재석'이라고 하는 캐릭터를 가져와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안일하다.



실제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했던 '길거리 토크'를 차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다가 역시 <무한도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세호가 함께 등장하면서 매우 친숙한 그림이 그려졌다. 조세호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구박하는 유재석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혹시 <무한도전>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차이점은 단지 퀴즈를 푼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퀴즈를 푸는 행위에 큰 재미가 있긴 힘들다. 문제도 보기 3개의 객관식이라 (출제자에게) 특별한 순발력을 요하지도 않는다. 사실상 유재석의 소통 능력과 진행 능력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려있다. 한 가지 더한다면 예측불허의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의 존재 정도랄까. 과거 <무한도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첫 방송은 무난했다. 엄청난 재미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기존 예능의 문법이라 할 수 있는 '관찰 예능'에서 벗어났다는 점과 다수의 출연진을 섭외해 인해전술을 펄쳤던 스타일과 차별화됐다는 점은 반갑다. (출연료는 시민들의 상금으로 전환됐다.) 자극적이지 않은 웃음과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tvN에 첫 입성한 유재석은 시청률 2.289%(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성공적인 안착을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경쟁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스타> 6.2%,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5.5%, JTBC <한끼줍쇼> 3.614%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무한도전>의 기시감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든든한 자양분이 될까, 아니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까. 아직까지 시청자들의 태도는 유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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