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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아성에 도전, 시청자들은 왜 <보이스2>에 빠져드는가?

너의길을가라 2018. 8.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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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시리즈물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출연진의 연속성이 깨진터라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다. 강권주(이하나)가 남아 있다고는 하나 시즌1의 주축 멤버였던 무진혁(장혁)의 빈자리가 커보였다. 남다른 청력을 지닌 강권주가 센터를 지킨다면, 뜨거운 열정의 무진혁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 짜임새가 <보이스>의 매력 포인트였다. 골든타임 팀의 한 축이 무너졌으니 그 상실감은 제법 컸다.


게다가 오현호(예성) 대원도 심대식(백성현) 형사도 빠져버렸으니 시즌1의 시청자라면 조금 낯설었을지도 모르겠다. 악의 종말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김재욱)의 공백도 느껴졌다. 그 퇴페적인 매력을 지닌 극악 캐릭터는 다시 나오기 힘들 만큼 강렬했다. 결국 이 모든 게 <보이스> 시즌1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셈이다.


그럼에도 <보이스2>는 순항했고, 여전히 쾌속으로 내달리고 있다. 첫 회에서 시청률 3.9%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OCN 역대 첫 방송 최고 기록이었다. 기세는 뜨거웠고, 강세는 지속적이었다. 5회에서 5.156%로 5%의 벽을 넘어섰고, 6회에서는 5.42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터널>의 아성(6.49%)에 도전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보이스1>이 물리적 어둠이 있다면 <보이스2>는 심리적 어둠이 있다. 불특정 다수의 공범들이 움직이는 범죄 세계를 다뤄 새로운 악을 만날 수 있을 것" 이승영 PD


도대체 시청자들은 왜 <보이스2>에 빠져드는가. 그 답은 오히려 간단하고 쉽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남다르다. 골든타임 팀과 '죽음의 보이스' 방제수(권율)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펼쳐져 있는데, 그 몰입도가 심심치 않아 잠시라도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역시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었던가. 어쩌면 마진원 작가의 필력이야말로 <보이스>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즌1에서부터 <보이스>의 극본을 집필하고 있는 마 작가는 시즌2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강권주가 건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한 도강우(이진욱) 형사는 무진혁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다. 워낙 경찰 역할을 많이 맡았던 터라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 경찰 내에서 의심을 받는 위태로운 신분은 드라마의 새로운 긴장 요소가 되고 있다. 



"그(모태구)에 못지 않은 캐릭터 있다. 훨씬 더 악당이 나온다" 이승영 PD


모태구를 만들어 냈던 마진원 작가가 또 다른 악당을 만들어내지 못할 리 있을까. 걱정은 기우였다. 모태구에 못지 않은 캐릭터가 있다면서 훨씬 더 악당이 나온다던 이승영 PD의 말을 거짓이 아니었다. 새롭게 등장한 살인마 방제수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성실한 청년으로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분노를 자극해 살인을 저지르도록 종용하는 잔혹한 살인마다.


권율은 그와 같은 양면적인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연기해냈다. 냉혹한 눈빛과 차분한 목소리를 활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살인을 지시하는 방제수를 능숙하게 표현했다. 강권주에게 접근해 자신의 얼굴까지 노출하는 대범함을 보여준 장면은 긴장감이 넘쳤다. 또, 이미 사망해 사체가 된 어머니를 방안에 그대로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권율의 연기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이스2>가 지금의 극강의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은데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그 사건과 방제수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시청자들로서는 좀처럼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놀랍도록 매끈한 짜임새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1분 1초가 급한 강력 사건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그 뒤에 이 모든 범죄를 지시하는 '악의 컨트롤타워' 방제수를 숨겨둔 <보이스2>의 이야기 구조는 매우 흥미롭다.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눈에 띠긴 하지만, 이마저도 캐릭터의 성격을 강화하고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마진원 작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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