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분노 유발 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아니라 <나쁜 허즈밴드>였다

너의길을가라 2018. 9. 1. 10:02
반응형


이쯤되면 드라마 제목을 <나쁜 허즈밴드>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성과 한지민이라는 ‘믿보배’ 조합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tvN <아는 와이프>였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과 실망만 가득하다.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이라는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걷잡을 수 없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을 거란 이야기다. 


<아는 와이프> 10회는 시청률 8.21%(유료플랫폼 전국 기준)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그와 함께 ‘짜증 지수’도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발점이자 모든 사달의 원인인 차주혁(지성)은 상황이 변했음에도 여전히 우유부단했고 무책임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주혁은 그저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지고 매번 다른 대안을 찾기만 하는 ‘프로불편러 남편’이었다. 



바뀐 현실 속에서 첫사랑 이혜원(강하나)과 살게 된 주혁은 꿈을 이룬 듯 행복해 보였다. 돈 걱정 없는 부유한 삶이었다. 주차장이 딸린 큼직한 집에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아이처럼 기뻐했다. 더 이상 숨어서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뿐인가. 분기 실적을 간단히 채워주는 재벌 장인 덕분에 회사에서도 눈치보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고,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하지만 서우진(한지민)과의 결혼 생활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이혜원과의 부부 생활에도 끝내 불만을 드러냈다. 그 불만이라는 게 우습게도 장모님의 손맛이 담긴 ‘갓김치’가 아닌 느끼한 ‘스테이크’만 차려주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이었고, 더 황당하게도 시부모를 극진히 대했던 우진과 달리 싹싹하지 못한 혜원에 대한 불쾌함이었다. 그리되자 주혁은 우진과의 결혼 생활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배부른 소리다.



<아는 와이프>의 가장 큰 문제는 주혁과 우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혜원을 악녀를 만드는 무리수를 뒀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혜원은 명품 쇼핑에 돈을 낭비하고, 돈을 노리고 접근한 어린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철없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또, 앞서 언급했다시피 시부모에게 무례한 몰상식한 며느리로 몰린다. 다른 여자(우진)에게 정신이 팔린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건 당연한데도 혜원의 행동은 한심하게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주혁은 우진을 불행하고 만들었고, 혜원까지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쯤되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홀로 살기로 결심해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주혁은 ‘다시 또 한번’을 꿈꾼다. 과거로 돌아가 우진과 함께 살면 행복할 거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뜻대로 될 리 없다. 자신에게 2006년 동전을 줬던 노숙자를 다시 찾아 빌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낙장불입”이었다. 


결국 <아는 와이프>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만다. 이번에는 우진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의 기억을 핑계삼고 있지만, 현실에서 주혁은 엄연히 유부남이었고, 우진은 남자친구가 있는 미혼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우진은 점점 주혁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급기야 자신의 마음을 여러차례 내비치고 고백까지 한다..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키스를 시도한다. 당시 주혁이 이혼을 당한 상태이고,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게 어려운 장면이었다. 



<아는 와이프>는 그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겠지만, 남은 건 꿉꿉한 불륜과 난잡한 치정이다. 도대체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려는 걸까? <아는 와이프>의 패착은 애초부터 뻔한 답을 정해놓고, 그에 맞게 과정들을 짜맞추면서 스토리라인이 허물어져 버린 데 있다. ‘낙장불입’을 뒤집고 과거로 돌아가버리지 못한다면 현실에 너무도 많은 피해자가 남게 됐다. 


설령 주혁과 우진이 어떤 식으로든 재결합한다고 치자. 우진의 삶이 달라진 만큼 그들이 과거와 다른 삶을 살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주혁과 우진은 또 다시 스스로의 인생을 불행하다고 여길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됐을 때, 주혁이 다시 혜원과의 결혼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애초에 16부작으로 만들기엔 무리인 드라마였는지도 모르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