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사이폰 커피를 아시나요? 한 폭의 그림 같은 나고야 카페③ '彩盆の間'의 특별한 경험

너의길을가라 2025. 2. 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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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special)'은 '보통의 것과는 특별히 다른 것'이라는 뜻이죠. 요즘에는 소비를 할 때도 '특별한 무엇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향성은 요즘 트렌드인 '경험 소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물질적 소비를 넘어 다양한 경험까지 추구하는 거죠.

彩盆の間 Syphon Coffee & Tea Space
주소 : Nagoya, Nakamura Ward, Meieki, 5 Chome−5−23 18ビル 2F
영업 시간 : 10:00 - 18:00(금 13:00 - 18:00)
휴무 : 화, 수


나고야에서 카페를 검색하다가 '彩盆の間 Syphon Coffee & Tea Space'를 발견하고 굉장히 특별한 카페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었죠. '이 곳은 꼭 가야지'라며 결의까지 품게 됐다고 할까요. 다만, 휴무가 이틀에 영업 시간도 짧은 편이라서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죠.

기후시에 있는 공공도서관 '모두의 숲(みんなの森, Minna no Mori) 미디어 코스모스'에 다녀온 후 곧장 '彩盆の間'로 향했습니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죠. 카페에 가기 좋은 날씨 아니겠어요?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죠.

23년 6월에 문을 연 '신상'인 '彩盆の間'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데, 1층에는 예쁜 화원이 있습니다. '혹시 여긴가?'하고 잠시 들어가 봤다가 '일본 꽃집은 참 고급지고 예쁘구나'라고 감탄했죠.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꽃구경 좀 하다가 이동해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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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찾기 힘들어서 처음에는 계단으로 올라가봤지만 거긴 막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彩盆の間'은 뭔가 비밀스러운 분위기예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눈앞에 독특하게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져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차분한 공기로 가득한 카페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이질적입니다. 곳곳에 분재 나무가 있어서 전통적인 일본 특유의 고풍스러운 느낌이 감도는데, 여기가 분재를 파는 곳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반면, 바(bar) 뒤쪽에는 학창 시절 과학실에서나 봤던 기구들이 눈길을 끕니다. 신비로우면서 신기하다고 할까요?

비가 오는 날이라 창가 자리도 운치 있고 좋아 보였지만, 저희는 고민없이 바(bar) 쪽에 앉기로 했습니다. 자리마다 놓인 분재가 눈길을 끌기도 했고, 도대체 '사이폰(Syphon) 커피'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무엇이든 눈앞에서 직관하고 싶었거든요.

'사이폰 커피'가 낯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달리 말하면 '진공흡입식 커피(Vacuum Coffee)'입니다. 호리병 모양의 유리기구를 사용해서 증기압과 진공흡입원리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죠. 메뉴 선택이 끝나면 눈앞에서 추출 작업이 시작됩니다.

저희는 말차 라떼, 홍차 그리고 몽블랑, 비오는 날만 수량을 한정해서 판매하는 이끼만쥬를 주문했죠. 식당으로 치면 오픈 주방으로 전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죠. '뭐지? 뭐지?'하다보면 어느새 완성입니다.

사이포니스트이신 사장님은 재료 및 추출 과정, 유니크한 찻잔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시는데, 일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음에도, 그 정성스러움과 진실됨을 전해받았습니다. 무슨 연구실에 온 듯한 이질감은 내 앞의 분재와 하나의 세트가 된 음료와 디저트를 본 순간 소리없이 사라집니다.

한 폭의 그림 같지 않나요? 마치 '다도'의 현장에 있는 듯도 하고, 고급스러운 식당에 온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예술품처럼 예쁘고 감각적인 분재의 역할이 크겠지만, 추출이라는 과정을 기다리고 즐기는 시간도 더해졌겠죠. '차 한 잔도 이렇게 품격있게 즐길 수 있다니!' 감탄하며 그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한국에서 여행을 왔다고 말씀을 드리고, 키키 키린이라는 영화배우가 출연했던 '일일시호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더니 반가우셨는지 특별히 일본 술도 한 잔 권하시더라고요.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약 누군가 나고야에 여행을 간다면 '彩盆の間'만큼은 꼭 다녀오라고 말해주고 싶은데요. 분재 앞에 단정히 앉아 좀처럼 흔하지 않은 '사이폰 커피'의 풍취에 젖어보시기 바랍니다. 2018년 일본 사이포니스트 챔피언십 우승자를 배출한 彩盆の間의 특별한 분위기를 한번 경험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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