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구치소 안 거치고 자택 직행한 조현아, 그건 특혜가 아니라 권리!

너의길을가라 2015. 5. 2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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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박스에 링크를 걸어둔 것처럼, 조 전 부사장(을 넘어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충분히 썼다고 생각한다. 또, 갑(甲)질에서 비롯되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사회나 모욕감 주는 사회에 대한 고민도 얼추 나눴다고 본다. 굳이 이 글에서 그러한 내용들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22일 내려진 조 전 부사장의 항소심 판결을 분석할 생각도 없다. 다만, 그와 관련해 파생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아래의 표는 서비스! 자, 시작해보자.



지난 22일 '땅콩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결과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조 전 부사장은 구속된 지 143일 만에 석방됐다. 재판의 결과를 놓고 누리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화살은 항소심을 맡은 김상환 부장판사에게로 향했다. 그에 대한 저급한 비난이 난무했다. 부패한 판사 쯤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김상환 판사와 댓글 부장판사, 대한민국 법원의 두 얼굴 라는 글을 썼던 필자로서는 그러한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라고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던 판사이다. 이쯤되면 김상환 판사에 대해 무책임한 비난을 쏟아냈던 사람들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여길 법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자기 합리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권력보다 무서운 건 '돈'일지 모른다고.



한편, JTBC <뉴스룸>은 구치소도 안 거치고 자택 직행..조현아 또 특혜 논란 라는 보도를 통해 "대개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들은 집행유예나 무죄가 나오면 우선 구치소로 돌아가서 석방 절차를 밟는 게 통상적인데, 이번엔 좀 달랐다. 그래서 또 한번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무한 복제하기에 급급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일반적으로 구속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도 구치소에 들러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것과 달리 그는 곧바로 법원에서 나왔다.


 구치소서 짐 안챙기고 법원서 환복한 조현아 <매일경제>


언론은 조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치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특혜'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또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한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닌 줄 알지만, 진도를 빼기 위해 감정을 추스르길 바란다. 그리고 뉴스의 내용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개'와 '일반적으로'라는 부사(副詞)이다. 손석희 앵커 쯤 되는 사람은 어휘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대개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쯤되면 '통상적'이라는 표현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형사소송법 제331조(무죄등 선고와 구속영장의 효력)에는 무죄, 면소, 형의 면제, 형의 선고유예, 형의 집행유예, 공소기각 또는 벌금이나 과료를 과하는 판결이 선고된 때에는 구속영장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으므로 그와 동시에 구속영장이 효력을 잃게 되었기 때문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헌법 제12조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무죄판결 등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구치소 등으로 돌아가서 검사의 석방지휘 등 석방절차를 기다릴 필요 없이 판결이 선고된 그 자리에서 바로 석방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92헌가8) 이 경우에 '각종 지급품의 회수, 수용시의 휴대금품 또는 수용 중 영치의 금품의 반환 내지 환급문제로 임의로 교도관과 구치소에 동행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보았지만, '그 의사에 반하여 교도소로 연행하는 것은 헌법 제12조의 규정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치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간 것은 '특혜'가 아니라 법과 판례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를 챙긴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국민 감정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까지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그것이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구치소에 들러 자신의 짐을 챙길 필요가 없거나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나눌 생각이 없다면 반드시 그곳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선택 사항'이다.



지긋지긋한 구치소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어떠하겠는가? 게다가 조 전 부사장의 '신분'이 '재벌가의 공주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기껏해서 소소한 물품들 쯤이야 몽땅 버리든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시켜서 가져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또, 미리 짐을 챙겨나와도 무방한 일이다. 짐이라 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이삿짐이 아니다.


어찌됐든 이번 일은 '특혜' 논란으로 번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판례 내용을 다른 (무죄 등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도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알리고 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당신의 신체를 구속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당신은 자유의 몸입니다! 부디 언론들도 이 내용을 숙지하고, 보다 정확한 보도를 해줄길 바란다. 미워하더라도(혹은 비판하더라도) 정확한 내용과 논리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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