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김상환 판사와 댓글 부장판사, 대한민국 법원의 두 얼굴

너의길을가라 2015. 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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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두 명의 판사가 있다. 김상환 판사와 이른바 '댓글 부장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사뭇 다른데, 김 부장판사의 경우에는 그가 내린 판결(判決) 때문이고, '댓글 부장판사'의 경우는 그가 인터넷 공간에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익명 댓글을 상습적으로 작성한 행위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 법원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구글 이미지 검색 -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다.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지는 언론 활동은 중대한 헌법적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나는 꼼수다'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의 항소심에서)


"고귀한 생명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재판부의 결정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슬픔을 이해하고 마음을 다해 애도한다" (2014년 SK그룹 횡령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의 항소심에서)


우선, 김상환 판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내린 판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라고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판결 하나에 왜 그리 열광하냐고? 원세훈의 공직선거법 위반 인정한 항소심, 1심과 무엇이 달랐을까? 라는 글에서도 썼지만, 김상환 판사의 판결이 주목받는 까닭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증거에 기초해 엄격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눈 앞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이 남아 있다.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의 친형이 국정원 고위 간부 출신이라고 한다. "김 부장판사의 친형은 국정원 고위 간부 출신으로 지난해 초까지 현직에서 활동했다"는 것이 보도의 내용이다. 비록 제척 사유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이 보여줬던 행태에 비춰보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김 부장판사는 사건을 배당받은 지난해 9월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한편, 친형의 전화연락도 일절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판결에 임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공명정대(公明正大)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판사의 존재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불의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한편,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인 A는 인터넷에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익명 댓글들을 상습적으로 작성해왔던 사실이 적발돼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깡그리 무너뜨렸다. A 부장판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에 댓글을 달아왔는데, 그 숫자가 약 9,500개에 달한다. 이 사실만 봐도 대한민국의 부장판사가 얼마나 널널한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자신이 선고한 판결이나 심리를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댓글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너도 김용철 변호사처럼 뒤통수 호남 출신인가?", "전라도에서 시민의 상식이란 새누리당에 대한 혐오감"이라는 등 특정 지역(전라도)의 비하하는 댓글도 서슴지 않았다. 또, 과거사에 편향된 인식도 드러냈는데,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인 강기훈 씨에 대해선 "지가 무슨 민주화 인사쯤 되는 줄 착각하나보네. (생략)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맨 니 자신이나 탓하세요"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또,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도끼로 ×××을 쪼개기에도 시간이 아깝다"라는 댓글은 판사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차치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BBK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이 비판하자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라는 소름끼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사람에게 계속해서 법복(法服)을 입도록 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 11일, 대법원은 "비록 익명이긴 하나 현직 법관이 인터넷상에서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번 사안의 내용을 면밀히 조사하여 그에 상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적절한 조치란 무엇일까?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A 부장판사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리라. 물론 징계를 피하기 위해 A 판사가 스스로 사표를 내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징계라고 해봤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무서울 것이 없다. '사채왕 뒷돈' 비리 판사, 고작 정직 1년? 법관징계위원회부터 바꿔야 라는 글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법관(판사)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는 고작 정직 1년이다. 헌법에 의해 신분 보장(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을 받고 있는 판사들은 법관징계법에 의해서만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법관징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가 정직 1년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징계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고, 내리고 싶어도(그럴 리 없겠지만)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A 부장판사가 스스로 법복을 벗지 않는 이상, 그를 법원 밖으로 쫓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법조계 내에서 정직 1년은 '안식년'을 갖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고, 잠시 머리를 식혔다가 복귀를 하면 그뿐이다.


혹자는 김상환 부장판사와 A 부장판사를 두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겠지만, 이는 바람직한 관점이라고 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A 부장판사가 익명으로 단 댓글들은 '정치적 입장'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 미달의 것이다. 그 댓글을 보고 어느 누가 최고의 지성(知性)이라고 하는 판사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판사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그 입장과 서로 간의 차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판사라고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이다. 물론 댓글 부장판사 A의 경우에는 정치적 입장 혹은 정치적 소신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저열한 사고(思考)이기에 애시당초 존중의 대상이라 하기 어렵다.


오히려 김상환 부장판사와 댓글 부장판사(A)를 가르는 판단 기준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법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품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저토록 편향적이고, 저급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과연 상식에 기초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사법부가 냉철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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