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오바마의 전문대 등록금 폐지 선언, 대한민국에선 꿈 같은 일?

너의길을가라 2015. 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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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와 9%. 70%에 달하는 이 엄청난 격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갤럽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원은 79%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공화당원은 9%만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사회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얼마나 극명하게 갈라져 있는지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비판의 수위는 공화당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 프란츠 파농의 표현을 빌려 오바마를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 빗대기도 하고, 『워싱턴 이그재미너티모시(Washington Examiner)』의 티모시 P. 카니는 『백인 오바마』라는 책을 통해 '오바마는 어떻게 거대기업의 편이 되었나'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혹은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중산층 살리기'에 꽂혀 있다. '백인 오바마'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부자 증세와 중산층 예산안을 들고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에 미국의 중산층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6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인디애나 폴리스 주 아이비 기술 전문대를 찾아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자신과 부인 미셸이 대학 학자금을 갚는 데 10년이나 걸렸다는 경험담과 함께 '전문대 등록금 폐지(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무료)'를 언급한 것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770만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전문대 등록금 폐지(면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 예산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지난 1월 20일에 있었던 신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중산층 살리기'의 일환으로 제시된 정책이다. 공화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오바마 대통령의 4조 달러 예산안의 홍보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긴 했지만,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대학생들의 환호를 이끌어 낼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미국의 대졸자 70% 가량이 등록금 빚을 짊어진 채로 사회로 발을 내딛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등록금 빚만 1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지경이다. 이런 사정은 대한민국도 다를 바 없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 594명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를 물었는데 54%가 '대출을 받아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2, 3년제 전문 대학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7.8%나 됐다.


한국장학재단의 '정부학자금 대출 현황'을 보면, 누적 대출액이 2014년 기준으로 10조 7,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4년 전인 2010년 말의 3조 7,000억 원에 비해 2.9배나 증가할 수치다. 자료를 조사한 대학교육연구소는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고 청년 고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못 갚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청년 채무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빚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대학 때 학자금 대출을 네 번 받았다. 총 1500만 원. 방송국 PD가 되고 싶지만 임시로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빚도 갚아야 하고 취업 준비에도 돈이 드니까. PD 지망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에서 두 달에 80만 원을 받더라. 정말 큰돈이다. 돈 없으면 취업 준비도 못한다.(25·여·서울 D대 철학과 11학번)


[졸업예정자 톡톡]"학자금 빚만 안은채 백수로 사회 첫발.. 졸업식 가야할지 고민" <동아일보>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의미의 진정한 '반값 등록금'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장학금 지급을 통해 등록금을 반값이 되도록 만드는 정책으로 의미가 퇴색됐다. 물론 그마저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들이 나름대로 장학금 정책을 내세우곤 있지만, 학생들에겐 역시 (성적 장학금의 경우) 버겁고, (가계곤란 장학금의 경우) 불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등록금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에 있다.



ⓒ 동아일보


2014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10년 간 등록금의 변화를 살펴보면, 사립 일반대학교의 등록금은 580만 원에서 734만 원으로 26.5% 인상됐다. 한편, 사립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596만 원으로 2004년의 458만 원에 비해 30.1%나 증가했다. 전문대학이 일반대학교에 비해 더 큰 인상폭을 기록한 셈이다.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많은 등록금을 '바쳐도'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한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직이고,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서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학자금 대출로 인하 부채(負債)를 짊어지고, 사회에 겨우 첫발을 내디딛 청년들의 삶은 '열심히 일해도 빚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할 청년 세대가 빚에 허덕이며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3년 12월 독일 니더작센주 의회가 마지막으로 대학 등록금 폐지안을 가결시키면서 독일은 대학 등록금 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 그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2014~2015 가을학기부터 독일 전역의 대학 등록금은 0 유로가 됐다. 대학 진학률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우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대학 등록금 폐지는 독일이 '교육'과 '청년 세대'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전문대 등록금 폐지(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무료)'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허울뿐안 '반값 등록금'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한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등 참고할 만한 케이스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


당장 독일처럼 등록금 전면 폐지로 나아갈 순 없겠지만, '교육'과', '청년 세대'에 대한 인식 전환은 시대적 과제인 만큼 정부를 비롯해 전국민이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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