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이케아도 의무휴무를? 이케아 진출 중간점검과 남겨진 고민들

너의길을가라 2015. 2.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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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가구기업인 '가구공룡' 이케아가 광명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2014년 12월 18일)한 지 약 3달이 되어 간다. 오픈과 동시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도 했고,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기도 했다. 온실 속의 화초였던 가구업계는 발등에 떨어진 불에 당황했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과연 이케아는 어떤 '후폭풍'을 몰고 왔을까? 중간 점검을 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 오마이뉴스


"대기업 브랜드의 가구 매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소가구 매장은 신학기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 중소기업 브랜드의 가구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희(48·남) 씨 -


"처음에 이케아라는 곳이 가구점이라고 들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케아가 오픈하고 나서 이곳에서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침대보나 이불 등 직물제품을 많이 구매하면서 매출이 급속히 줄었다" - 광명시 철산역 인근에서 이불 판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자(63·여)씨 -


'가구공룡' 이케아 진출여파로 광명상인 55% 매출감소 <이데일리>


ⓒ 경향신문


우선, 이케아의 '공습'으로 경기 광명시에 자리잡고 있는 소매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광명시내 가구 및 생활용품 소매업체 200곳을 대상으로 '이케아의 국내 1호점인 광명점 개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실태'를 파악(1월 19일~30일)했는데, 그 중 55%가 이케아 입점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액은 31.1% 였다.


물론 이 책임을 모두 이케아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매출 감소를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이케아 오픈 뿐 아니라 경기불황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역 상인들의 지적처럼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사실상의 증세들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서민경제가 파탄 지경까지 이른 부분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아우성'은 시작됐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온 상황에서 정치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국경제


지난 5일, 경기 광명갑을 지역구로 삼고 있는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광명시에 이케아가 생기면서 주변 상인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매출이 많은데도 전문점이라는 이유로 이케아를 규제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간주해서 의무휴업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미 손인춘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역 상인들은 이케아를 의무휴무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데 적극 찬성(83.5%)하고 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이케아의 입점이 가구뿐만 아니라, 직물, 생활용품 등 다수의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국내외 대기업의 유통사업 진출 확대시 지역상권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 움직임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내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광명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표를 얻기 위해 특정 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케아를 규제하려다가 매출이 많은 다른 전문점이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의 가구업계는 소규모의 중소 상인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케아도 싫고, 규제도 싫다는 것일까?


국내 가구업계가 다른 목소리는 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지난해 매출액 1조32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1.6% 증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순이익은 893억 원으로 45.5%나 늘었다. 이케아의 공습으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정반대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한샘 측은
"품질과 서비스에 집중해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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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결국 죽어나는 것은 '지역의 중소 상인'이라는 슬픈 현실이다.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춘 큰 기업들이야 괜찮겠지만, 부부 둘이 운영하거나 종업원 한두 명을 둔 영세 가구업체들은 피해가 큰 정도가 아니라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면서 애시당초 이케아 입점에 강력히 반대했던 소상공인들의 '예언'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 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현재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분류해 '의무휴무'을 강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의무휴무의 실효성을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케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제 시행'은 결코 상수(上手)라고 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에 불과하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SSM)의 무분별한 입점을 허용하면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고, 자자한 원성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의무휴무제'였던 것이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골목상권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무휴무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불 편하고 불친절한, 게다가 비위생적이기까지 한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골목상권의 경우에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겠지만, 이마저도 결국 편의점을 통해 대기업의 호주머니로 귀결되는 것이 현실이고 냉정한 평가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무휴무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프랑스 교외에 위치한 카르푸, 구글 이미지 검색 -



애초부터, 그러니까 '입점'을 할 때부터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만 했다. 대형마트 규제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실시하는 국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우에는 파리 시 안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아예 봉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형마트는 거의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데, 놀라운 '침투력'을 자랑하는 월마트조차도 아직 뉴욕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도 입지에서부터 영업시간 제한 등 대형마트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재대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이케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상생'이 아니라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대형마트를 선호하고, 이케아를 반기는 소비자의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특히 카르텔을 형성해 왔던 국내 가구업체에 오랫동안 당해왔던 소비자들의 심리는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중소상인들을 살리기 위해서 이케아도 의무휴무의 범위 내에 포함시키는 것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고민은 대형마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입점'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과 지자체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다. 그렇게 된다면 '편리함'과 '윤리적 소비'의 딜레마에 빠지도록 강제된 소비자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물론 '상생'을 추구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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