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한 인터넷 언론사의 블로거 글 도용 사건, 제보에서부터 사과까지

너의길을가라 2015. 2.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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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흥미로운(?) 제보를 받았다. 블로그 방명록에 'wooju'라는 분이 '안녕하세요. 저는 버락킴님의 글을 종종 보는 사람인데요..어떤 언론에서 버락킴님의 글을 무단전재 한 걸 봐서 제보 좀 할려구요. 그냥 통째로 갔다 배꼈네요. 자기 얼굴 내어놓고 저럴수 있을까요.어이가 없네요'라며 글 도용 사건을 알려주신 것이다.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글이지만, 간혹 여러 필요에 의해 개인 블로그나 각종 카페 등에 스크랩되는 경우가 있다. 또, 몇몇 사이트에서는 공식적인 요청과 허락에 의해 글이 게재되기도 한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들먹이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자체가 고맙고 반가운 일이기에 그런 요구들은 흔쾌히 승낙하는 편이다. 또, 개인 블로그나 카페의 경우에도 (옮기시는 분들이) '스크랩'이라는 표시를 해두는 편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간혹 '스크랩'이라는 표시도 없이, 마치 본인이 쓴 글처럼 필자의 글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번 그런 케이스를 확인했지만, 굳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좀 달라보였다. 그 이유는 명백히 '언론사'의 간판을 걸고 있는 곳에서 '편집장'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도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은 필자가 1월 12일 발행한 '위기의 로스쿨?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글이다. 이 글은 1월 17일 <시사브레이크(http://www.sisabreak.com)>라는 언론사에 안중열 편집장(이라는 이름으로)에 의해 구성만 살짝 바뀐 채 게재됐다. 첫 문장만 읽어봐도 알 수 있겠지만, 그야말로 '통째로' 긁어서 옮겼다. 사진과 기사를 인용한 부분만 빼면 완전히 판박이였다.


그러면서 글의 하단 부분에는 '<저작권자 ⓒ 시사브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언론사 혹은 언론인로서의 책임감을 거론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후안무치(厚顔無恥)와 다름 없는 행위였다. 가벼운 헤프닝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던 처음과는 달리 공식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지 이 글 하나뿐이었을까?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확인을 해본 결과, 이런 식으로 도용한 글은 하나가 아니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헌재가 '선거제도 개편' 판도라의 상자 열었다'는 글은 필자의 '선거구 재조정과 선거제도 개편, 헌재가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를 고스란히 복사한 것이었고, '대북전단 살포, 과연 '표현의 자유' 성립될까'는 제목의 글은 '대북전단 살포가 과연 표현의 자유일까?' 를 베낀 것이었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25일 <시사브레이크> 측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대표라는 사람의 휴대폰으로 돌려져 있었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에 대표에게 직접 글 도용 사건에 대해 설명을 했다. 대표는 연신 '언론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사과를 하면서, 내부적인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업무가 바빠서 직접 글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제3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대신 올리고 있다고 했다. 물론 확인할 방법은 없없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게 분명한 일이다. 어쩌면 '언론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사과와 함께 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었고, 잠시 뒤에 이번에는 그쪽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시사브레이크 대표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했는데, 아예 내 이름과 사진을 걸고 필진으로 들어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마치 상황을 '가볍게' 모면하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또, 우선순위와 절차를 잊은 혹은 무시한 처사처럼 여겨졌다. 먼저 글 도용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도용을 한 사람의 사과 혹은 후속처분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고 말했고, 대표는 다음 주에 상황이 정리되면 바로 연락을 주겠다고 대답했다.



며칠이 지나도 <시사브레이크> 측으로부터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정치시사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바람부는언덕'님도 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람부는언덕'님이 <시사브레이크>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그 어떤 해명이나 사과 메일도 받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바람부는언덕'님은 외국에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시사브레이크> 대표에게 전화(30일)를 걸었다.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했다'는 가벼운 타박과 함께 다른 블로거들도 도용을 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자 했다.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사회를 열어 해당 관련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2월 2일, 시사브레이크 대표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징계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시사브레이크 대표는 해당 편집장 대행은 퇴사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고, 자신도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만 유지한 채 편집장 직은 3개월 간 내려놓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고 알려왔다. 물론 확인된 바는 없다. 언론사가 글을 도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묻고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 것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위의 징계가 합당한 것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다.


대표직을 유지한 채 편집장 직만 3개월 동안 내려놓는 건, 마치 '땅콩 회항'의 조현아 부사장의 꼼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이 징계에 대해 딴지를 걸거나 또 다른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금주 주말까지 도용된 글을 삭제토록 하고'라는 약속만큼은 꼭 지켜줬으면 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일인지 잘 모르겠다. 도용된 글을 찾아내서 글을 삭제하는 것이 며칠 씩이나 필요한 일일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시사브레이크>의 메인 화면은 바뀐 것이 없다.



인터넷 언론이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언론사로서 혹은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은 지켜나가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닐까? 비록 나쁜 사연으로 만났지만, 앞으로 <시사브레이크>가 더욱 좋은 언론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P.S. 2월 9일(월) 아침 <시사브레이크> 메인화면을 확인해 본 결과, 도용했던 글은 모두 지워져 있었다. 약속을 지켜준 <시사브레이크> 측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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