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선입견 없는<복면가왕>, 블라인드 면접이 왜 필요한지 알겠지?

너의길을가라 2015. 5.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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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先入見) : 어떤 사람이나 사물 또는 주의나 주장에 대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마음속에 굳어진 견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입견'을 마주하고, 쉽게 휘둘리곤 한다. 때로는 그것이 지름길이 되기도 하지만, 대개 자유로운 생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곤 한다. <나는 가수다>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만 해도, 박정현이 등장하면 긍정적인(?) 선입견이 발동해 그의 무대에 나도 모르는 사이 '가산점'을 부여한다. 반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가수들에 대해선 부정적인(?) 선입견이 작용해 다소 짠 점수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선입견' 없이 '무대'만을 통해 평가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다시 말해서 가수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무대만 놓고 판단을 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까?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은 바로 그런 기획 의도로 만들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정체를 밝히지 않은 가수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뽐내고, 청중들은 가면을 쓴 가수(가 아닌 경우도 있다)의 무대만을 놓고 판단한다.


물론 그와 비슷한 기획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 이미 있었다. Mnet의 <보이스 코리아>가 바로 그것인데, <보이스 코리아>가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복면가왕>은 다채로운 무대 위의 퍼포먼스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복면가왕>은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됐지만,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정규 편성됐다.





<복면가왕>의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방송(파일럿 방송)에서는 EXID의 솔지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섹시 컨셉의 여성 그룹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또, 비투비의 육성재, 시크릿의 송지은, 2회 연속 가왕을 차지했던 '황금락카 두통썼네'로 밝혀진 에프엑스의 루나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선입견은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만든다. <불후의 명곡>에서 가창력을 뽐낸던 루나지만,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는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그런 선입견 자체를 없애버렸다. 가면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대한 신비감이 집중력을 높이는 한편, 가면을 벗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재평가를 내릴 수 있게 만든다.



외모나 이름값이 아닌 '능력'만으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복면가왕>은 마치 '블라인드 면접'을 연상케 한다. 신입사원을 뽑는 입사 면접뿐만 아니라 면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면접은 '선입견'에 의해 좌우된다. 출신 지역이 어디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가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름값 있는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지방대 출신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고, 학벌사회는 더욱 공고화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사실(성실함의 척도쯤 될까?)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할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평생동안 '능력'과는 무관하게 가산점 아닌 가산점을 취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력서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블라인드 면접'은 학벌과 지역 차별의 근원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블라인드 면접'과 관련해 가장 상징적인 케이스는 바로 'KBS'일 것이다. 정연주 씨가 KBS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부터 2008년 동안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전체 606명 중 189명으로 31.1%나 됐다. 이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지방대 출신 합격자 비율이 10.3%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이 변화는 오로지 '블라인드 면접'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번에는 최근의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SK텔레콤은 작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했다. 이름과 성별 외에 다른 내용들은 가리자 SKY 출신 합격자(30%미만)가 줄고, 지방대 출신(50%에 육박)이 크게 늘었다. "출신 대학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보면, 무난한 학창 생활을 보낸 지원자보다 도전적인 경험을 하거나 적극적인 친구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이건 연차가 오래된 가수이건, 직업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균등(均等)한 기회를 제공하는 <복면가왕>의 정신은 우리 사회를 공정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원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청중들 역시 선입견이 배제된 상태에서 더욱 객관적으로 무대에 집중하고, 더욱 큰 감동을 받게 될 뿐 아니라 가면이 벗겨졌을 때 예상 밖의 인물을 발견했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사회 속의 '가려진' 인재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쾌감'이 아닐까? 한낱 예능에 불과(?)한 <복면가왕>이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사회'라는 과제를 위해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던 것들로부터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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