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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는 어째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나?

너의길을가라 2014. 10.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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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일까, '퇴출(방출)'일까? 이른바 '제시카 사태'를 둘러싸고 SM 엔터테인먼트와 제시카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고, 더 나아가 진실 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SM 측에서는 "제시카가 올 봄 1장 앨범 후 활동 중단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제시카는 "다가오는 공식 스케줄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회사와 8명으로부터 오늘부로 저는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것이 탈퇴이든 퇴출이든 간에 그 '사유'는 무엇일까? SM 측에서는 제시카가 자신의 패션 사업으로 인해 소녀시대 활동에 소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제시카가 소녀시대 활동과 이해관계에 대한 충분한 조율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사업의 첫 출발을 문제 삼았다. 한편, 제시카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SM과 소녀시대의 허락과 동의 하에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제시카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대중들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했던가? '제시카 사태'는 철저하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소녀시대의 멤버가 탈퇴 혹은 퇴출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대중들은 왜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



'제시카 사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구도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기획사(SM) VS 소속 가수(제시카)'라고 하는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다. 기본적으로 대중들은 언더 도그마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언더 도그마란 약자(언더도그)가 힘(지위, 권력)이 약하기 때문에 강자(오버도그)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강자는 비난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이다.


가령, '제국의 아이돌'의 문준영와 그 소속사인 스타제국 간의 트러블을 상기해보자. 지난 9월 21일, 문준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국의아이들을 비롯해서 더이상의 희생자들은 없어야 됩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노래를 하면서 왜 억압을 받아가며. 이 세상은 엔터테인먼트는 돈 없으면 죄인이고 돈 있으면 승자가 되는게 이 바닥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물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문준영과 소속사가 오해(?)를 풀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당시 여론은 '강자'인 소속사에 대항하는 '약자' 문준영의 편에 서 있었다. 게다가 SM은 대중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까지 한 악덕(?) 회사가 아니던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강자이자 나쁜 이미지를 가진 SM을 향했어야 할 비난이 제시카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두 번째 구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바로 '8명 VS 1명'의 싸움이다. 다시 말해서 다수와 소수의 싸움이다. 과거 티아라 사태를 떠올려보자. 당시에는 '왕따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녀시대의 제시카 퇴출 논란도 8명 대 1명의 구도로 자칫 '왕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오히려 조용하기만 하다.


실제로 제시카는 해명 글을 통해 멤버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론칭 불과 한달 만인 9월초에 멤버들은 돌연 입장을 바꾸고 회의를 소집하였으며, 그 이후 저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을 그만두던지, 소녀시대를 떠나던지 양자 택일 하라는 요구"했다면서 멤버들의 입장 선회를 거론했고, "열정과 애정을 쏟으며 그 동안 15년 이상 함께한 동료 멤버들과 회사측에서 제가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소녀시대에서 나가달라는 요구에 너무나 크게 상처를 받았"다면서 또 한 번 멤버들을 언급하면서 8명 VS 1명의 구도를 자처했다.



티아라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일까? 제시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단 한 명도 '제시카 사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소녀시대는 철저히 SM을 통해서 입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거나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지만, 방아쇠를 당길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할까? 양측 모두 적절한 선에서 치고 빠지겠다는 계산인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제시카는 두 가지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지만 오히려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제시카는 자신이 소녀시대에 '열정과 애정을 쏟'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팬은 그리 많지 않다. 기존에 제시카가 보여준 행동들은 '소녀시대'가 아니라 '개인'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와서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그러한 이미지에 일조했을 것이다.



게다가 남자친구인 타일러 권과 사업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 사업 일정 때문에 소녀시대의 단체 일정에 지장을 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제시카에게 불리한 구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M VS 제시카의 대립에 '강약'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제시카는 그저 개인 사업을 준비로 팀에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그 모든 것이 제시카의 자업자득이라고 하더라도 SM의 언플은 매우 지능적이었고 전략적이었다. 제시카는 '무책임하고 개인주의적이다'는 인상을 주게 됐고, '퇴출'은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된 것이다. 또, 제시카의 결혼설과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모르긴 몰라도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소녀시대가 영원할 수 없다는 건 그들 말고는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어쩌면 그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매번 부정의 말을 통해 잊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연예계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고, 부와 명예를 이미 가졌다. 20대 중반의 나이, 당연히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시대'가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멤버 별로 '태티서'라는 유닛을 만들어 활동을 하거나 연기 활동을 하고 혹은 사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한 명의 개인으로서 겪는 평범한 일이다. 이런 과정을 겪게 된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끝내 멤버 중 한 명을 '퇴출'하는 씁쓸한 모습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인기의 절정에서 한풀 꺾인 소녀시대이고, 그들끼리의 다툼은 어떤 사회적 이슈와도 결합하지 못한 채 '그들끼리의 분란'으로 분류된 되어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이었던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꼴불견'은 참 많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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