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야구 경기를 2개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할 필요가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4. 9. 28. 18:18
반응형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중계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일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연달아 지연 또는 결방되고 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보고,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벅찬 기쁨이다.






하지만 같은 경기를 2개의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도 눈에 띈다.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지난 27일(토요일)에는 KBS2와 MBC가 대한민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야구 준결승 경기를 동시에 중계 방송했고, 28일(일요일)에는 MBC와 SBS가 대한민국과 대만의 야구 결승 경기를 동시에 생중계했다.


아무리 봐도 같은 경기를 2개의 방송사에서 동시에 중계하는 건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그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4시50분 방영되던 MBC 예능 '아빠 어디가'는 20분 앞당겨 방송됐고, SBS 예능 '런닝맨'의 경우에도 오후 4시30분으로 앞당겨 방송 됐다. 방송 시간이 조정되긴 했지만, 방송이 됐다는 것 자체에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일까? 


MBC 예능 '진짜 사나이'와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아예 결방됐다. 시청률 37.3%의 고공행진 중인 '왔다! 장보리'의 경우에는 이틀 연속이다. SBS도 예능 '룸메이트'를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위의 프로그램들을 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렸을 시청자들은 좌절과 함께 방황의 리모콘질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결방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우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사건'이고, 그에 따른 결방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지금과 같이 비효율적인 중계 방식은 문제가 있다. 야구 중계의 경우, 방송사에 따른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24일 열린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는 이승엽(KBS)과 박찬호(SBS)의 해설 대결이라는 구도가 마련됐지만, 이후에는 중계에 있어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굳이 특정 방송사의 중계를 선호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현재 지상파의 아시안게임 중계는 형평성을 현저히 잃어버린 상태다. 지난 23일 대한민국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중국을 3-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그 짜릿한 감동은 안방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 어디에도 배드민턴 경기를 중계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8강 조별리그에서 필리핀을 맞아 97-95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경기가 펼쳐졌지만, 지상파는 농구 경기를 아예 중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인기종목'이라는 것이다.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돈 되는 것만'이라는 자본주의적 논리가 뿌리내린 곳이 어디 방송사뿐이랴?




이처럼 중계 자체도 스포츠 스타가 출전하는 경기와 특정 인기 종목에만 치우쳐 있다보니 다른 종목들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인터넷 등을 전전해야만 했고, 수영과 야구 등 특정 종목의 경기가 치러지는 날에는 2개의 방송사가 뛰어들어 기존에 방송되던 프로그램들이 지연되거나 결방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언제까지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전파 낭비'를 용인해야 하는 것일까?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국민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에게는 '정규방송을 시청할 권리'가 있고, 방송사는 이를 존중하고 지켜줘야 한다. 역시 해법은 간단하다. 방송사가 모여서 '적절히 배분'만 하면 될 일이다. 최소한 같은 경기를 2개 이상의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하는 '오버'만 저지르지 않아도 비난의 목소리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