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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맹승지가 나영석 PD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너의길을가라 2014. 9. 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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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라고 불릴 만큼 대박을 터뜨렸던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이 막을 내렸다. 애초에 4주 방송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시청률 고공 행진 덕분에 1주 연장이 결정될 만큼 여군 특집에 쏟아진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비록 4박 5일 간의 제한된 군 체험이었지만,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해 부사관 훈련에 임했다.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모든 출연자가 승자(勝者)가 된 것은 아니다. 걸스데이의 혜리처럼 국민여동생으로 떠오른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맹승지처럼 '피를 본 사람'도 있었다.  지난 글에서는 맹승지에 쏟아지는 비난을 '관심병사'와 관련지어 맹승지를 향한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 볼 것은 권유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포커스를 방송적인 부분에 맞춰보고자 한다.


영화에서 감독이 갖는 절대적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예능에 있어서 PD가 차지하는 역할도 막중하다. 가령,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꽃보다 시리즈>의 나영석 PD는 참신한 기획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정받기 시작해서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슈를 몰고 다닐 만큼 핫한 아이콘이 됐다. 김태호 PD가 여전히 프로그램 밖에 위치하고 있다면, 나영석 PD는 아예 프로그램 깊숙이 개입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는 나영석 PD의 개입이 두드러졌고, 출연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들이 오히려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짐꾼' 이서진과 <꽃보다누나>에서는 짐꾼 '이승기'와 농담을 섞거나 장난을 거는 장면들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방송에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출연자들과 쉽게 섞일 수 있는 친화력이 나 PD가 갖고 있는 첫 번째 장점이라면, 두 번째 장점은 바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관찰 예능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때로 나 PD는 '스트리텔링'을 위해 시간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뒤의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중에 설명한다든가, 지금의 상황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기도 한다. 기존의 다른 PD들은 이것이 '스포일러'가 될 것을 우려해서 감추거나 혹은 대반전(?)을 위해 아껴두는 경향이 있지만, 나 PD는 이러한 재료를 절대 아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선택한다. 물론 그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집착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꽃보다 누나>에서 '터키 팽이의 저주' 같은 경우에는 기가 막히게 만들어진 '낚시질'에 불과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아무런 재미도 없는 아이템이 '저주'라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순간 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끝내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가 나빠진 출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당연히 안티를 양성한 적도 없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에 나 PD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링텔링을 통해 출연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나 PD의 '포장술'은 다소 과장하자면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가령, <꽃보다 할배>에서 백일섭은 냉정하게 말하면 '배낭여행을 떠나서는 안 될 사람'이다. 건강 상태가 나쁘고, 많이 걷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는 매번 '투덜'대곤 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모습들에 짜증을 느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백일섭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했다. 나 PD가 '할배'라는 친근감 있는 이름 하에 그가 성질을 부리는 모습까지도 '귀엽게' 포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편집의 힘이자 스토리텔링의 위력이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에서 손호준 역시 '짜증 유발' 캐릭터다. 한 번도 배낭 여행을 떠난 적이 없는 호준과 바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연석에 비해 손호준은 매번 불평과 투정으로 일관했다. 만약 이 모습들이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고스란히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면, 분명히 손호준은 100만 안티의 타깃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나 PD는 손호준에게 해외 여행 자체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비행기를 처음 탄다'는 내용과 함께 계속해서 보여준다. 또, 손호준의 투정마저도 '애교'로 승화시켰고, '시간의 재구성'을 통해 '호준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를 끊임없이 시청자들에게 주지시켰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호준의 짜증과 불평을 그가 변해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안티는 없었다.


반면,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맹승지는 어떤 대우를 받았는가? 물론 맹승지가 다소 엉뚱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따지면 그는 '희생양'에 가까웠다. 미운털이 박힌 맹승지는 다른 동료도 똑같이 실수를 했음에도 모든 잘못을 혼자 뒤집어 써야 했다. <진짜 사나이>의 PD는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맹승지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연속적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이미 방송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맹승지는 훈련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변해갔고 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특히 지난 주에 방송됐던 4.2m 높이의 담장 넘기 훈련에서는 홀로 성공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만약 <진짜 사나이>의 PD가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던' 맹승지의 변화를 시청자들에게 미리 조금씩 공개했다면 맹승지를 향한 비난 여론이 그토록 거세게 일어났을까? 그랬다면 시청자들도 조금은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맹승지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맹승지와 관련한 조작논란에 대해 MBC 관계자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맹승지가 너무 많이 혼난 것 같아 맹승지를 보호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편집 기법 중 하나지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때는 실수다. 시청자 분들이 보시는데 불편함을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편집에 세심하게 신경쓰도록 하겠다"라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물론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맹승지는 이미 입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의 '악플'에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21일 마지막 방송에서는 '다시 만난 7공주'라는 타이틀로 출연자들이 다시 만나 프로그램의 후토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맹승지는 "악플을 다 봤다. 댓글 5천 개를 정독했다. 첫 번째 날은 빵빵 터지면서 봤는데 세 번째 날부터 아픔이 왔다"며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가 잘못하고 실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다른 출연자들처럼 맹승지의 성장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그려졌다면 그가 불필요한 '아픔'을 겪을 이유는 없었을지 모른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PD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출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악플의 희생양이 되도록 사지로 몰아넣은 <진짜 사나이>의 경우가 최악의 사례라면, 출연자 한명 한명에게 애정을 듬뿍 받아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가미하는 <꽃보다 시리즈>는 최고의 사례일 것이다. 물어보나마나 후자의 경우가 바람직하다.


노이즈 마케팅은 분명 효과적인 홍보 전략이고,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의 경우 애초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맹승지 효과로 더욱 득을 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출연자 한 명을 희생시켜서 영광을 꾀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조금만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출연자에 대한 PD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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