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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아이유, 서태지의 이미지 세탁을 위한 최고의 선택지

너의길을가라 2014. 10. 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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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靈惡)함과 영민(英敏)함은 한끗 차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관점의 차이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서태지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대중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앨범을 툭 던져놓고 사람들이 찾아서 듣는 시절은 지나갔다. '마케팅'이 전부라는 말은 단지 음악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 등을 비롯한 모든 문화 산업이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정치 또한 홍보가 전부 아니던가? 5년 만의 정규앨범인 9집 '콰이어트 나이트'를 들고 나온 서태지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서태지는 그 누구보다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것이 본인의 성격이라고 할지라도 무려 20년을 '신비주의'로 스스로를 포장해내지 않았던가? 2009년 8집 '아토모스'를 발표할 당시에는 싱글인 '모아이'의 뮤직비디오 신비의 섬인 칠레의 이스터섬에서 촬영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배우 이준기와의 인터뷰가 담긴 '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라는 컴백 스페셜을 방송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그밖에도 가짜 UFO를 제작해 촬영한다거나 강원도 산골의 폐가에서 소음을 녹음하는 등 엉뚱하고도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앨범을 홍보했고, 신세경, 이은성 등 몽황적인 분위기를 내는 신인 여배우들을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곤 했다. 이처럼 그는 여러가지 마케팅 전략을 이미 충분히 사용해왔었다.


이번에도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20년 동안 공고히 다져온 신비주의를 깨고 KBS 토크쇼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고, 정규 앨범의 선공개곡인 '소격동'을 다른 가수가 부르도록 했다.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에 비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다. 그것이 파격적인 이유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욱 명징해진다.



서태지가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면서 내건 조건은 국민 MC 유재석과 1대 1 토크였고, '소격동'을 부를 가수로는 국민 여동생(이기도 하고 이었기도 한) 아이유였다. '유느님'으로 통하는 유재석에 대해선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아이유도 한때 주춤했지만 최근 발표됐던 리메이크 앨범에서 김창완과 함께 부른 '너의 의미'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완벽히 재기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사생활 논란 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할 데가 없을 만큼 떨어졌고, 얼마 전 이지아가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서태지와의 결혼생활을 사실상 '감금' 수준이었다고 발언한 이후에는 서태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태지는 '자신'만으로는 그 어떤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KBS 측에서는 서태지와의 1대 1 토크, 그것도 '유재석과 서태지의 만남'이라는 역대급 아이템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청률 상승과 광고 수입은 방송사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테니 말이다. 서태지로부터 '악마의 유혹'을 받은 아이유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음악적 욕심(좋은 의미)이 다분한 아이유가 아니던가? 그것도 서태지와의 작업이라니! 게다가 현실적으로 대선배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서태지는 성공을 거뒀다. 유재석과의 1대 1 토크는 그것이 기대감이든 비판이든 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유재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게스트로 출연한 서태지를 환상적으로 '포장'해낼 것이다. 지난 2일에는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이 공개됐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뿐만 아니라 음원 사이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에는 표절 논란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되면서, '소격동'은 지금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서태지는 자신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최고의 카드를 골랐다.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유재석과 아이유는 대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든 연예인들이 '유느님'과 함께 방송하는 것을 꿈꾸는 것과 군 제대 후 성시경이 아이유와의 콜라보를 선택하고, 9년 만에 재결합한 god가 아이유를 모셔간 것은 그들의 '이미지'를 탐한 것이다.


서태지의 행보도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흥행보증 수표'와 다름없는 선택은 어김없이 성공을 거뒀다. 이제 남은 것은 서태지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다. 일회성 이벤트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를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그가 내놓을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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