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정말 언론은 영화 '변호인'을 외면했나?

너의길을가라 2014. 2. 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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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실미도' 넘었다..역대 흥행순위 TOP8 등극 <스포츠한국>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일, 영화 '변호인'이 관객 1,111만 명을 동원하며 '실미도'를 제치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8위에 올랐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12월 18일)하고 (하루 뒤에) 부랴부랴 영화관을 찾았고, 당시 <변호인>, 당신의 눈물에는 정치색이 담겨 있지 않다 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또, 이번 설 연휴에는 영화 티켓을 끊어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드렸던 만큼 '변호인'의 흥행 행진이 참 뿌듯하고 기쁘기만 하다. (두 분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셨다면서..) 여전히 좌석 점유율이 75.8%에 달할 정도라서 앞으로도 흥행 순위 기록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참고>


'괴물'(1301만 명)

'도둑들'(1298만 명) 

'7번방의 선물'(1281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 명)

'왕의 남자'(1230만 명)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명)

'해운대'(1145만 명)


흥미로운 것은 영화 '변호인'과 관련된 기사를 읽을 때면 댓글에 항상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언론이 영화 '변호인'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다른 영화들, 즉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댓글이 계속해서 눈에 띄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동의를 보내고 있다는 건 '따져 봐야' 한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당연히 '정말 그럴까?'라는 물음과 (미안하지만) '소위 노빠들의 피해의식 혹은 과잉반응은 아닐까?'라는 의심이다. 


송강호가 합류하기 전만 해도 '변호인'은 제대로 된 투자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 '변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변호인 시절을 다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베'를 비롯한 우익 성향의 누리꾼들은 '별점 테러'를 하는 등 영화 흠집내기에 나섰다. 이처럼 정치적인 성향이 영화를 대하는 데 있어 선입견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도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거듭 회자되는 것이 마뜩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변호인 외면설'은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언론은 '변호인'을 외면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구체적인 자료를 좀 찾아봤다. 우선,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영화 변호인'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그리고 '영화 도둑들', '영화 광해', '영화 7번방의 선물'도 함께 검색했다. 


그 결과는 위와 같았다. 각 영화마다 최대치를 표시한 것인데, '변호인'의 경우 지난 1월에만 4,852 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2013년 12월에도 거의 비슷한 숫자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도둑들'은 최대치가 3,133 건이었고, '광해'는 4,794 건, '7번방의 선물'은 2,615 건이었다. 대략적인 수치를 비교해봐도 '변호인'을 다룬 기사의 수는 다른 영화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7번방의 선물'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고, '도둑들'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이러한 통계는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의구심을 가질 법 하다. 영화 '변호인'을 언론에서 외면한다고 주장할 때, 그 '언론'이 인터넷 언론을 포함한 모든 언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TV 방송'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KBS'와 'MBC', 'SBS'와 같은 지상파 3사 말이다.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해봤다. 지상파 3사는 위에서 언급했던 천 만 돌파 영화들을 얼마나 언급을 해왔는지, 그리고 '변호인'에 대해서는 얼마나 보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KBS

 MBC

 SBS

 도둑들

 16 + 27 + 5+ 29 = 77

 1 + 4 + 0 + 5 = 10

 3 + 3 + 4 + 5 = 15

 광해

 19 + 46 + 15 = 80

 1 + 3 + 1 = 5

 3 + 8 + 1 = 12

 변호인

 5 + 16 = 21

 4 + 7 = 11

 15 + 16 = 31


(기사 검색에서 중복되는 기사들이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음)


'도둑들'은 2012년 7월, 8월, 9월, 10월을 대상.

'광해'는 2013년 9월, 10월, 11월을 대상.

'변호인'은 2013년 12월, 2014년 1월을 대상.

'7번방의 선물'의 경우, 검색이 되지 않아 패스.



정리를 하고나니 스스로도 조금 놀라웠다. 'MBC'의 경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KBS'와 'SBS'의 경우에는 가시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SBS'의 경우에는 '변호인'과 관련한 기사가 다른 두 영화에 비해 약 2개 가량 늘었다. 'KBS'의 경우에는 훨씬 놀라운데, '도둑들(77건)'과 '광해(80건)'에 비해 '변호인(21건)'은 관련 기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정도라면 '외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자,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 영화 '변호인'을 언론이 외면하고 있다는 일부에서 제기된 주장은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범위를 좁혀서 지상파 방송 3사를 대상으로 했을 때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MBC'의 경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SBS'의 경우에는 오히려 관심을 더 많이 기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KBS'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관련 기사가 1/4 토막이 날 정도로 보도를 적게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언론이 영화 '변호인'을 외면한다'는 주장은 'KBS'의 경우에만 유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영화의 제목과 '천만 돌파'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했을 때는 'KBS'의 경우에도 타 영화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위의 캡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KBS'도 '변호인'이 천만을 돌파하는 시점에 거의 매일 보도를 했었다. (7일, 12일, 13일, 14일, 19일, 20일)


영화 '변호인'은 천 만 관객을 넘어 1,100만 관객마저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높은 좌석 점유율로 미뤄보건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8위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만관객을 넘어선다는 것은 그 영화가 세대를 뛰어넘어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개봉 당시와 개봉 초기에 '변호인'을 둘러싸고 '정치색'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 '변호인'은 그런 논란 자체를 뛰어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부의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언론의 외면'은 구체적인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 (물론 위의 자료가 100% 완벽한 자료라고는 할 수 없다) KBS의 경우,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타 언론의 경우에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론의 외면'을 제기하며 굳이 논란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변호인'에 대해 또 다른 의미와 또 다른 방식으로 정치색을 덧입힐 이유는 하등 없어 보인다. 굳이 조언하자면, '자신감을 갖자!' 정도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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