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설 밥상 민심? 이제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 아닐까?

너의길을가라 2014. 1. 30. 08:07
반응형


새누리 '경부선', 민주 '호남선'..여야, 설 민심 잡기 분주 <한겨레>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구제역 탓에 우울한 설 명절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 때문에 명절이 마냥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성(歸省)길이 올랐다. 


명절이 되면 꼭 나오는 전형적인 기사가 있다. 바로 '설 민심 잡기' 혹은 '설 밥상 민심'과 관련된 기사들이 그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러한 기사들이 도배가 됐는데, 우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설 민심 잡기' 쇼부터 감상하도록 하자. 





- <한겨레>에서 발췌 -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울역을, 민주당 지도부는 용산역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당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이혜훈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의 간판들이 총출동했고,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당 대표를 비롯해서 최명길 씨,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만났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도 서울역을 찾았고, 새정치신당은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갔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형식적인 '만남'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각 정당의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의 주요 인사들을 직접 '스칠' 수 있는 기회일 테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테면, 민주당 지지자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인사를 하는 걸 보면, '우리 당 사람들은 어디있지?'라며 찾는 마음일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당 지도부의 귀성길 인사는 지지자들에게는 일정 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카드정보 유출·安신당·공약후퇴 논란.. 지방선거 민심 풍향계 <세계일보>


'귀성길 인사'는 '연례 행사'와 같은 쇼맨십이라고 정리하고, 다음 '전형적인 기사'로 넘어가도록 하자. 바로 '설 밥상 민심'에 관한 기사인데, 밥상이라는 포맷에 어떤 반찬이 올라가는지만 달라지는 식이다. <세계일보>가 정리한 것에 따르면, 이번 밥상에 오른 반찬들은 카드정보 유출 사건 ·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여권의 악재, 안철수 신당과 야권 연대, 대통령의 공약 후퇴 논란 등이다. 


일반적으로 명절이 되면 각지에 퍼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그에 따라 전국 여론이 뒤섞이게 된다고 한다. 일정한 민심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다가오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이 반복해왔던 논리였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설 명절은 정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럴까? 명절이 지나고 일정한 민심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각자 자신이 경험했던 명절을 떠올려보자. 가족들 간에 생산적인 정치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정치색'을 드러낸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설 밥상에는 알코올이 세팅되어 있기 마련이고, 취기가 오른 정치 토론은 늘 고함과 욕설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 <국제신문>에서 발췌 - 


과거에는 이런 모습들이 흔하게 벌어졌지만, 요즘에는 아예 정치 관련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정치색에 대해 알고 있는 가족들은 굳이 싸움판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이번 명절이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굳이 그런 설득을 통해 진을 빼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는 것이다. 행복한 명절을 굳이 정치 이야기로 망치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달라지는 설 풍속도 '하루 귀성족' 늘고, '처월드' 파워 세져 <파이낸셜뉴스>


또, 최근에는 설 풍속도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역(逆)귀성도 많이 늘었고, 귀성을 하더라도 며칠씩 머무르지 않고, 하루 만에 귀경하는 '하루 귀성족'이 상당히 많아졌다. 또, 명절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명절 여행족'도 급증했다. 다시 말해서, 설을 맞아 가족들끼리 밥상에 둘러앉아 여론을 교환하는 시간 자체가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든 것이다. 


'설 밥상 민심'이라는 이야기가 여전히 언론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민심을 형성할 정도로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언론과 정치권이 '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설득'이라는 과정을 너무 우습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누구도 그리 쉽게 설득당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그러한 것처럼.. 

반응형